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진료기록부에 '설명거부' 기재한 의사, 소송서 '승'

박양명
발행날짜: 2015-02-23 06:00:15

서울중앙지법 "환자가 반복적 설명 듣기 거부한 것, 의사 책임 없다"

'설명 거부'

환자가 자신이 복용하는 약에 대해 담당 의사로부터 이미 여러 번 설명을 들었기 때문에 반복적인 설명을 거부했다는 기록이다. 이는 '설명의 의무 위반'을 벗어나는 데 유효하게 작용했다.

서울중앙지방법원 제18민사부(재판장 조휴옥)는 최근 비만약 투약 과정에서 과실을 범했다며 환자의 가족 측이 대구 L산부인과의원 이 모 원장을 상대로 제기한 손해배상 소송에서 원고 패소 판결을 내렸다.

주방에서 갑자기 쓰러진 후 깨어나지 못하고 사망에 이른 한 모 씨는 약 10년 전부터 이 원장에게 비만 치료를 받아왔다.

이 원장은 한 씨에게 유니작, 옥세틴, 푸링, 엔슬림 등의 식욕억제제와 이뇨제 히드로클로로티아치드 등을 처방, 중단하는 과정을 반복했다.

한 씨를 부검한 부검의는 '플루옥세틴 부작용과 연관된 급성 심장사'라는 결론을 내렸다. 혈중 플루옥세틴 농도가 유의하게 높았던 것이다.

이에 한 씨 가족들은 이 원장이 약물투약 과정에서 과실을 범했다며 손해배상 소송을 제기했다.

유족 측은 "기본 혈액검사, 심전도 검사 등 충분한 검사와 진단을 하지 않고 비만 환자가 아닌 사람에게 플루옥세틴 등을 처방했다. 그러면서 비만에 해당하는지 여부, 약물의 치료농도와 독성농도, 부작용 발생 가능성 등에 관해 설명하지 않았다"고 주장했다.

법원은 서울의료원의 진료기록 감정 촉탁 결과 등을 참고해 유족 측 주장에는 이유가 없다고 봤다.

재판부는 "혈중 플루옥세틴 농도가 높다는 부검결과가 나왔지만, 이 원장의 약 처방량을 봤을 때 한 씨가 처방에 따라 플루옥세틴을 복용했더라면 높은 농도에 이르지는 않았을 것으로 보인다. 환자가 복용량이나 복용방법을 위반해 약물을 복용했기 때문일 가능성이 더 높다"고 밝혔다.

여기에서는 이 원장이 꼼꼼하게 작성한 진료기록부가 한몫했다.

진료기록부에는 '운동을 하는 둥 마는 둥', '설명거부', '약물 복용에 관한 지도 및 건강관리에 대해서 설명' 등이 적혀 있었다.

재판부는 "설명거부라고 적혀 있는 것은 한 씨가 장기간 약물치료를 받으면서 자신이 복용하는 약에 대해 이미 여러 차례 설명을 들어 그 내용을 알고 있었던 이유로 반복적 설명 듣기를 거부해 그 내용을 기재한 것으로 보인다"고 판시했다.

한편, 유족 측은 이 모 원장뿐만 아니라 한 씨가 사망하던 당일 한 씨에게 침 시술을 했던 M한의원 박 모 원장과 한 씨를 응급실로 옮겼던 119구급대를 상대로도 소송을 제기했다. 적절한 조처를 내리지 못했다는 이유에서다.

한 씨가 사망하던 바로 그 날, 한 씨는 어깨와 등 통증을 호소하며 M한의원을 찾았고, 박 원장은 혈압과 맥박을 잰 후 침 시술만 했다. 당시 혈압은 155mmHg/102mmHg, 맥박은 102회/분이었다.

유족 측은 "한 씨가 어깨와 등 통증을 호소할 때 협심증을 감별했어야 함에도 그러지 못했고, 고혈압과 빈맥 소견이 보였는데도 고혈압에 대해서는 주지시키지 않았다. 혈압이 계속 높았는지, 복용 약물이 있는지를 문진하고 내과 진료를 권유했어야 함에도 이행하지 않았다"고 주장했다.

재판부는 서울의료원의 진료감정 결과를 인용해 유족 측의 주장을 인정했지만 "위 증거만으로 박 원장에게 과실이 있다고 인정하기에는 부족하다"고 밝혔다.

재판부는 119구급대원들이 한 씨에게 제때 심폐소송술을 하지 않고, 기관 내 삽관을 안 했다는 유족 측 주장에 대해서도 이유 없다고 배척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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