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해 불어닥친 선택진료비 개편 바람이 올해 더욱 혹독하게 병원계를 괴롭히고 있다.
19일 병원계에 따르면 환자의 선택진료비 부담을 줄이기 위해 시행한 제도이지만 병원 내부에는 상당한 진통으로 이어지고 있다는 지적이 높다.
일단 빅5대형병원을 제외한 중소 대학병원은 선택진료비 개편 1단계 시행에 따른 손실도 100% 보상받지 못한 상태여서 더욱 불만이 높다.
또한 1단계 선택진료비를 감소하는 것에서 2, 3단계는 본격적으로 의사 수를 줄여나가는 것인 만큼 병원 내부의 고민은 더욱 깊어지고 있다는 게 병원들의 공통된 입장이다.
"정부 100% 손실 보전했다고? 우린 80%밖에 안됐는데"
A대학병원 관계자는 내부적으로 정부가 추진한 선택진료개편에 따른 손실 보전안이 얼마나 반영됐는지 파악한 결과 약 82%수준에 그친다는 결론을 내렸다.
B대학병원도 여러가지 가산점을 보태더라도 80%수준에 머물고 있다고 봤다.
B대학병원 관계자는 "정부가 주장한 100% 손실을 보전했다는 의료기관은 빅5 대형병원에 국한된 얘기일 뿐"이라며 "손실 보전 방안에 문제가 없는지 재검토가 필요하다"고 지적했다.
사진은 기사내용과 무관함.
그는 "손실을 최소화 하기 위해 수가가산 정책에 맞춰 다학제 진료 등 각종 시설 투자를 했는데 환자 수는 제자리걸음을 하면서 병원 경영은 더욱 어려워졌다"고 토로했다.
1단계 손실부터 보전해주고 2, 3단계를 논의해야 한다는 게 그의 입장이다.
일각에선 선택진료 의사가 몰려있는 상급종합병원이 아닌 엉뚱한 곳으로 흘러갔다는 지적도 있다.
실제로 병원협회가 파악한 선택진료비 개편 이후 1601개 수가 인상분에 따른 효과를 살펴보면 상급종합병원의 손실액은 약 3800억원인 반면 수가인상분은 2200억원으로 약 59%보전에 그쳤다.
하지만 종합병원은 선택진료비 개편 이후 약 1300억원 손실 중 1100억원(약86%) 보전됐으며, 병원급 의료기관은 270억원 손실 중 370억원(135%)을 보전받아 손실보다 보전액이 큰 것으로 나타났다.
그는 "복지부는 손실 보전안을 다시 고민해야할 것"이라면서 "이 상태로는 버티기 힘들다"고 했다.
"의사 수 감축 기준…수입 순?"
또한 각 병원들은 선택진료비 개편 2단계 즉 선택진료 의사 수 감축 기준을 두고 고민에 휩싸였다.
이미 일부 병원들은 선택진료 의사 수 감축 기준을 진료수입 순으로 가닥을 잡았다.
다시 말해, 돈 되는 선택진료 의사를 한명이라도 더 남겨두겠다는 얘기다.
얼마 전 세브란스병원 권성탁 사무국장이 정리한 자료에 따르면 선택진료비 개편 이후 내과계와 외과계이 수입 격차가 크게 벌어지는 것으로 나타났다.
내과계는 -15.6%, 안과 및 이비인후과는 -11.8%, 산부인과 및 소아청소년과는 -8.8%로 크게 감소한 반면 외과계는 7.3%, 피부과 및 비뇨기과는 19.9%로 급증했다.
진료수입에 따른 과별 불균형은 문제지만 병원을 운영하는 입장에선 배제할 수 없다는 게 병원 측의 설명이다.
모 대학병원 관계자는 "물론 세부분과별로 각각 의료진를 배분해 줄여나가야 겠지만 수익을 고려하지 않을 수 없다"면서 "의료 질적인 부분을 고민할 겨를도 없이 당장 어떻게 해야 병원의 손실을 줄일 수 있을 것인지 따지고 있는 게 현실"이라고 전했다.
이쯤되자 의료진들 사이에서도 미묘한 신경전도 불가피한 상황이다.
C대학병원 "아직까지는 선택의사 수 감소가 현실화 되지 않아 이정도지만 과별로 누구를 몇명이나 줄일 것인가를 두고 신경전이 벌어질 수 밖에 없는 구도"라고 꼬집었다.
이어 "솔직히 선택진료 의사는 수년간의 임상 경험을 갖춘 의료진인데 어느날 갑자기 이를 인정하지 않겠다고 하면 누가 납득할 수 있겠느냐"고 덧붙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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