입원 중 슈퍼 박테리아에 감염돼 환자가 사망했더라도 병원감염을 완전히 차단할 수 없기 때문에 병원에 책임이 없다는 법원 판결이 나왔다.
서울중앙지방법원 제15민사부(재판장 김종원)는 최근 혈관우회로술을 받은 후 병원 감염으로 사망에 이른 환자의 유족이 W대학병원을 상대로 제기한 손해배상 소송에서 원고 패소 판결을 내렸다.
W병원은 부정맥으로 치료를 받던 환자에게 양측 하지에 간헐적 파행증 증상이 있는 것을 확인하고 CT 촬영을 했다. 결과는 장골동맥폐색.
약 한 달 동안 약물치료 후 다시 검사를 했더니 양측 총장골동맥 말단부터 총대퇴동맥까지 완전 막힌 것을 확인했다.
의료진은 복부 대동맥에서 양쪽 대퇴동맥으로 혈관우회로술을 실시했다.
그런데 수술 다음날부터 환자에게 발열 증상이 나타나고 자가호흡에 어려움을 호소했다.
의료진은 수술 당일부터 환자가 사망할 때까지 수술 전 예방적 항균제인 세포라탐을 투여했다. 세균 검사 결과 다제내성 황색포도알균도 발견돼 항생제 테이코플라닌도 병용투여했다.
호흡기 염색/배양검사에서는 아시네토박터 바우마니균이 나왔지만 감수성이 있는 항생제는 없다는 결과가 나왔다.
이 환자는 수술한 지 열흘 후, 아시네토박터 마우마니균에 의한 폐렴 및 호흡부전, 패혈증, 심인성 쇼크로 사망했다.
아시네토박터 마우마니균은 슈퍼 박테리아라고 불리는 균 중 하나로 많은 항생제에 내성을 보여 치료가 어렵다. 효과가 있는 항생제로 콜리스틴이 있는데 독성이 강해 부작용이 많아 임상에서는 쉽게 투약하지 않는다.
환자가 사망하자 유족은 "병원은 환자가 슈퍼 박테리아에 감염된 것을 확인했음에도 콜리스틴을 투여하지 않아 사망에 이르게 했다"고 주장하며 소송을 제기했다.
그러나 재판부는 유족의 주장을 받아들이지 않았다. 병원이 감염을 막기 위해 최선의 노력 기울여도 감염을 완전히 차단할 수 없다는 이유에서다.
재판부는 "입원한 모든 사람은 병원감염에 노출돼 있다. 면역체계에 이상 있는 환자 거나, 나이가 많으면 방어 기전 손상으로 병원균 감염 위험이 더 크다. 사망 당시 환자 나이는 만 67세로 나이가 많은 편에 속해 균이 증식하기 좋은 상태"라고 설명했다.
이어 "문제가 된 슈퍼박테리아는 중환자실에서 흔히 발견되는 세균이다. 감염되면 40~70%가 사망에 이른다. 현대 의학 수준으로 이를 완전히 박멸해 감염을 원천 차단하기 어렵다"고 선을 그었다.
재판부는 W병원이 의료법에 따라 감염관리 활동을 충실히 하고 있었다고 봤다.
재판부는 "의료법에 따라 감염관리위원회 및 감염관리실을 설치해 운영하고 있고 병원 의료진을 대상으로 병원 감염 관리에 대한 직무 교육도 하고 있다"며 "무균조작, 소독 등 기초적인 감염관리를 소홀히 했다고 볼만한 객관적인 자료가 없다"고 판시했다.
이어 "병원 감염 원인은 환자 자신, 주변 환자, 의료인, 방문객, 의료기기 등 매우 다양하다. 환자의 사망을 야기한 세균 감염 및 그에 따른 패혈증 등이 W병원 의료진의 수술, 그 밖의 치료행위 때문에 발생했다고 볼 아무런 증거가 없다"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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