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근 미국에서 십이지장경으로 슈퍼박테리아에 감염되는 사태가 발생하며 경각심이 고조되면서 국내 의사들이 불편한 마음을 감추지 못하고 있다.
이 사진은 기사의 이해를 돕기 위한 것으로 기사와 직접적인 관련이 없습니다.
우리나라에 들어와 있는 장비와 다른 구형 장비인데다 소독 프로세스도 다른데 논란이 계속해서 진행되는 것이 못내 아쉬운 모습이다.
A대병원 소화기내과 교수는 13일 "미국에서 발생한 감염 사례가 지나치게 자극적으로 보도되면서 내시경에 대한 환자들의 불안만 높아져 있는 상황"이라며 "상황 자체가 완전히 다른데 환자들은 동일선상에서 받아들이는 것 같다"고 털어놨다.
최근 미국에서는 시애틀 등지에서 다제내성균, 즉 슈퍼박테리아 감염 사례가 발생해 소동이 일었다.
미 보건당국은 이번 감염이 십이지장경, 즉 ERCP(Endoscopic retrograde cholangiopancreatography)를 할때 사용하는 십이지장 내시경을 통해 발생한 것으로 추정하고 있다.
이러한 사태는 즉각 전 세계 언론을 통해 보도됐으며 우리나라에서도 사건과 더불어 위험성을 알리는 보도가 이어졌다.
문제는 이러한 보도가 이어지면서 환자들의 경각심이 지나치게 높아지고 있다는 점이다. 안전성을 아무리 강조해도 불안감을 해소시키기 힘들다는 하소연이다.
B대학병원 교수는 "ERCP 검사를 예약해 놨던 환자들도 검색이나 보도를 통해 이같은 사실을 접하고는 정말 안전한 것인지 되묻곤 한다"며 "극히 일부에서 나타난 문제라고 설명하고 있지만 막연한 불안감은 해소하기 쉽지 않다"고 전했다.
이로 인해 대한췌담도학회는 즉각 한국형 권고안을 만들고 3차례에 걸쳐 전국 병의원에 배포하는 등 발빠르게 대처하고 있지만 불안감은 여전한 상황이다.
더욱이 한국에서는 아직 십이지장경으로 인한 슈퍼박테리아 감염이 일어난 적이 없는데도 잘못하면 감염에 이어 사망에 이를 수 있다는 공포심만 커져가면서 학회도 고민이 깊다.
췌담도학회 김호각 이사장은 "만약의 사태에 대비해 즉각 전국 병원에 감염위원회를 여는 것은 물론, 배양 검사를 실시하고 철저히 소독할 것을 당부한 상태"라며 "하지만 학회의 힘 만으로 국민들을 설득하는데는 한계가 있다"고 토로했다.
특히 이번 논란이 특정 의료기기업체에까지 불똥이 튀면서 상황은 더욱 난감하게 흘러가고 있다. 국내 대부분 병원에서 사용하고 있는 기기가 바로 그 회사 제품이기 때문이다.
김 이사장은 "미국에서 문제가 된 장비가 우리나라 대부분 병원이 쓰고 있는 회사 것이 맞지만 이는 elevator가 분리되지 않는 매우 오래된 구형 모델"이라며 "이 모델은 소독이 어려워 이미 대부분 사장된 장비"라고 설명했다.
그는 이어 "이로 인해 우리나라에는 이 모델이 단 한군데도 보급돼 있지 않으며 모두 신형 모델로 완벽한 소독이 가능한 장비"라며 "논란이 지속되고 있는 만큼 이러한 사실과 ERCP의 안전성에 대해 지속적으로 홍보를 강화할 계획"이라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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