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한의사협회 의료정책연구소 연구조정실장에 이진석 서울의대 의료관리학교실 교수가 임명되면서 의협이 인사 실책 논란에 휩싸였다.
총액계약제, 주치의제, 포괄수가제 강화 등 '반 의사' 정책을 펼친 이진석 교수의 임명을 철회하라는 비판 목소리가 고조되는 가운데 인사를 단행한 추무진 회장과 이진석 신임 교수의 입에 관심이 집중되는 상황이다.
28일 의협은 5월 1일부터 3년의 임기가 새롭게 시작되는 제39대 의협 집행부 임원 명단을 확정했다.
문제가 된 것은 의료정책 전문가 자리에 이진석 교수를 영입했다는 점. 의료계 정책개발 강화와 싱크탱크 역할을 위해 이 교수를 영입했다는 것이 의협의 주장이지만 상황은 정반대로 전개되고 있다.
이 교수가 과거 총액계약제, 주치의제, 포괄수가제 강화, 무상의료 운동 등을 주장하며 의사들의 심기를 불편케했다는 점에서 의료계는 임명 철회를 주장하고 있다.
먼저 평의사회는 성명서를 내고 "추무진 회장은 좌파적 의료정책연구소 운영을 즉각 중단하라"며 "이진석 교수는 복지국가진보정치연대의 대표 제안자이며 극단적 좌파 의료를 추구하는 복지국가소사이어티의 핵심인물이다"고 강조했다.
평의사회는 "이진석 교수는 진보신당의 무상공공의료 정책에 대해 공개적으로 적극 지지하여 온 인물이다"며 "그를 임명한 추무진 집행부와 최재욱소장의 의료정책의 기본 소신과 철학은 도대체 무엇인지 의구심을 가지지 않을 수 없다"고 비판했다.
실장을 즉각 경질하고 회원들의 염원을 실현할 수 있는 철학을 가진 인물로의 즉각적 인적쇄신하라는 것이 평의사회의 주장.
과거 의료정책연구소 연구조정실장을 역임한 좌훈정 전 의협 감사 역시 "실장은 연구소의 기조를 결정하는 중요한 자리다"며 "좌편향 인사가 들어가면 인사고과를 우려하는 연구원들이 소신껏 연구를 할 수 있겠냐"고 비판했다.
상황이 급박하게 변하자 이진석 교수도 하루만에 입을 열었다.
이 교수는 "주변에서 여러분의 추천이 있어 의협에 들어갈 것을 결심했다"며 "연구자에 앞서 '의사'의 입장에서 의협이 도움을 필요로 한다고 하면 응하는 게 맞다고 생각했다"고 해명했다.
그는 "이렇게 문제가 커질 것을 몰랐지만 어쨌든 논란은 본인이 풀어야 할 과제로 남았다"며 "향후 연구소에서 어떤 행보를 보일지는 끝까지 지켜봐 달라"고 주문했다.
그는 "의료포럼 등 의사협회와의 일정 부분 관련이 있는 곳에서 일했기 때문에 뜬금없이 임명됐다는 주장은 옳지 않다"며 "기획조정실장에 의사의 입장으로 들어간 것이고 회장과 정책이사, 소장까지 있는 마당에 본인의 인선으로 의협 정책기조가 바뀔 것이라는 우려는 기우에 불과하다"고 반박했다.
추무진 회장도 진화에 나섰다.
추 회장은 "우리 의협은 의사의 권익을 지키는 이익단체이면서 동시에 국민의 건강과 생명을 지키는 공익단체다"며 "이 둘의 절충점을 찾기위해 전략적으로 이진석 교수를 영입했다"고 밝혔다.
그는 "의협이 의사의 이익을 대변하는 것은 당연하다"며 "다만 이번 인선은 소외된 환자에 대한 배려 등 연구 다양성 차원에서 봐 달라"고 당부했다.
그는 "이진석 교수가 과거 반 의사 정책을 주장했다고 해도 의협에 들어온 이상 실제 의사들이 겪는 고민과 상황을 더욱 잘 이해할 수도 있는 것이다"며 "오히려 공공의료 전문가를 통해 무리한 공공의료 정책 추진의 반대 논리를 개발할 수도 있다"고 강조했다.
추무진 회장은 "협회는 회원들의 뜻을 받들어 움직이는 기관이기 때문에 연구 실장의 교체로 의협이 휘둘리는 일은 절대 없을 것이다"며 "이번 인선은 의사와 국민이 한 편이 될 수 있는 좋은 의료제도를 만들기 위한 일환으로 이해해달라"고 덧붙였다.
긴급 진화에도 논란은 당분간 지속될 전망이다.
의료계 모 인사는 의협과 서울의대에 항의서한을 보내고 이진석 교수에게는 철회 권고를 하겠다는 입장. 임명 철회에 불응할 경우 의협 앞 시위를 진행한다는 계획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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