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공의 정원 및 근무시간 단축에 따른 인력 공백의 대안으로 호스피탈리스트를 도입하는 방안이 급물살을 타고 있다.
대한내과학회가 깃발을 들자 의료계와 병원계가 필요성에 공감하며 한 목소리를 내고 있는 것. 특히 정부 역시 수가 적용까지 거론하며 힘을 보태고 있어 논의에 탄력이 붙을 것으로 보인다.
호스피탈리스트 도입 필요성 공감…일부 선행 과제 제시
문정림 국회의원(새누리당)과 대한내과학회는 7일 국회 의원회관에서 호스피탈리스트 제도 도입 방안 토론회를 개최했다.
이날 모든 참석자는 호스피탈리스트의 필요성에 대해 공감하고 제도 도입을 위한 준비를 시작해야 한다는데 의견을 모았다.
대한내과학회 이동기 총무이사(연세의대)는 "전공의 정원 축소와 근무환경 개선이 아무런 대책없이 진행되면서 당초 원했던 목표와 전혀 반대의 상황들이 벌어지고 있다"며 "전공의 수련환경 개선과 진료 질 향상을 위해 호스피탈리스트 도입은 필수 불가결한 선택"이라고 강조했다.
그는 "역할과 운영방법에 대해 서둘러 논의를 마친 뒤 이르면 오는 하반기부터라도 시범사업을 진행하며 문제점을 수정해 가야 한다"며 "지금이 아니면 악순환의 시작 고리를 끊어내기 힘들다"고 덧붙였다.
대한의사협회와 대한병원협회 등 범 의료계도 뜻을 같이 했다. 이미 입원 환자는 물론, 응급실에 구멍이 뚫리고 있는 상황인 만큼 호스피탈리스트 도입은 시대적 흐름이라는 것이다.
하지만 호스피탈리스트를 시행중인 미국과 캐나다 등과 우리나라의 의료 환경이 전혀 다르다는 점에서 이에 대한 고민을 필요하다는 전제를 달았다.
대한의사협회 최재욱 의료정책연구소장은 "결국 가장 최우선적으로 생각해야 할 가치는 환자들의 안전"이라며 "미국 제도를 그대로 차용하는 것에 대한 문제점이 분명히 나타나겠지만 임상교수제도 등 우리나라도 비슷한 개념의 전문의 제도를 운영해온 만큼 한국형 제도를 정착시켜 가야 한다"고 말했다.
대한병원협회 이혜란 병원평가위원장도 "PA제도가 정립되지 않은 만큼 호스피탈리스트가 가장 현실적인 대안이라는 것에 대해서는 누구도 부인할 수 없을 것"이라며 "그러나 진료 방식이 큰 틀에서 변경된다는 점에서 이에 대한 사회적 합의를 이끌어 내는 것이 선행 과제"라고 제언했다.
환자단체도 우리나라 의료 환경에 꼭 필요한 제도라고 힘을 보탰다. 환자의 입장에서 전문의들의 진료를 받는 것을 거부할 이유가 없다는 설명이다.
한국환자단체연합회 안기종 대표는 "어느 환자가 전공의에게 케어받고 싶겠냐"며 "입원 환자를 전문의가 치료한다는데 누구도 반대하지 않을 것인 만큼 환자단체도 제도 정착에 힘을 보태겠다"고 말했다.
정부도 제도 도입 긍정적…"별도 수가 제정 검토"
호스피탈리스트 논의에서 한발 물러서 있던 정부도 수가 적용을 위한 바람직한 모델을 함께 연구하자며 진일보된 자세를 보였다.
의료계에서 합리적인 한국형 호스피탈리스트 제도를 만든다면 수가를 비롯한 제도적 지원을 아끼지 않겠다는 공언이다.
보건복지부 임을기 의료자원정책과장은 "전공의 정책 변화로 진료 공백이 생겼고 이를 메우기 위해 호스피탈리스트를 도입한다는 취지에 적극 공감한다"며 "특히 우리나라의 진료 패러다임이 전문의 진료료 가는 것은 매우 바람직한 방향"이라고 설명했다.
이어 그는 "하지만 미국형 제도를 그대로 차용하는 것은 받아들이기 힘든 부분"이라며 "내과학회와 논의를 이어가고 있는 만큼 함께 깊이 있는 고민을 하며 한국형 모델을 만들어 가자"고 제안했다.
이렇게 바람직한 한국형 모델이 나오면 적극적으로 수가 가산과 체계 개편 등 제도적 지원은 정해진 수순이라는 것이 복지부의 방침이다.
의료의 질 향상과 환자 안전을 패러다임으로 제시한다면 사회적 합의를 이끌어 제도적으로 적극 지원하겠다는 것이다.
복지부 손영래 보험급여과장은 "새로운 진료 체계가 만들어지고 신규 인력이 투입되면 보험 수가를 적용하는 것이 당연하지 않겠냐"며 "응급의료시스템이 권역응급센터, 권역외상센터 등으로 확장되면서 모두 별도 수가를 만든 것과 같은 이치"라고 밝혔다.
그는 "특히 현재 건강보험 재정에 여유가 있다는 점에서 환자 안전과 의료의 질 향상에 초점을 맞춰 호스피탈리스트 모델을 구상한다면 보험 재정 투입에 전혀 문제가 없을 것"이라며 "다만 이는 정부가 일방적으로 끌고 갈 수 없는 문제니 만큼 의료계내에서 논의와 합의를 통해 국민들과 환자들을 설득할 모델을 만들어 줘야 한다"고 강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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