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로변에 있는 서울 강남구 한 주상복합 건물 외벽에는 이비인후과의원이 나가라는 내용이 담긴 현수막이 걸려있다.
"폭력용역 동원해 주민 불안 조장하는 S이비인후과는 이곳을 떠나라!"
서울 강남구 한 주상복합 건물 외벽에는 이 같은 내용이 담긴 현수막이 한 달째 큼지막하게 걸려있다. 노란색과 빨간색 등 자극적인 색을 사용해 멀리서도 눈에 띈다.
이 건물 주민과 S이비인후과 사이에는 어떤 일이 있는 걸까.
건물 입주민과 상가의 엘리베이터 사용을 둘러싼 갈등 때문이다.
지하 7층~지상 20층 규모의 이 주상복합 건물에 상가는 지하 2층~지상 3층에 입주하고 있다.
이 건물에는 엘리베이터가 총 4개가 있는데 2개는 입주민용, 1개는 상가용이다. 갈등의 불씨가 된 것은 나머지 1개. 이 엘리베이터는 입주민만 사용할 수 있도록 잠가 놔서 상인들은 사용할 수 없는 상태다.
S이비인후과는 나머지 1개의 엘리베이터를 상가와 입주민이 공용으로 쓰자고 요구했지만 입주민 측에서는 주민만 사용하겠다며 반대 입장을 표했다. 공용으로 쓰면 외부인의 주거 단지 출입을 막을 수 없다는 이유에서다.
S이비인후과는 올해 1월 이 건물 2층에 새롭게 자리 잡았다. 기존의 본관 건물에서는 이비인후과적 진료만 보고 새 자리에서는 코 성형 등 수술적 치료를 전담하고 있다.
S이비인후과 관계자는 "수술을 하다 보니 응급환자가 생길 수도 있는 상황이라 엘리베이터가 많을수록 좋아 엘리베이터 필요성에 대해 목소리를 내고 있다"고 말했다.
그는 "단독으로 쓰겠다는 것도 아니고 공용으로 쓰자는 건데도 입주민의 항의가 거세다"며 "한의원까지 더하면 약 8개의 의원이 있는데 모두 눈치만 보고 있는 상황"이라고 토로했다.
실제로 입주민들은 집단으로 항의, 집회 등을 하는가 하면 건물 외벽에 S이비인후과 의원이 나가야 한다는 내용의 현수막까지 내걸었다.
현수막에 쓰여 있는 '폭력용역'이라는 단어도 과한 표현이라며 목소리를 높였다.
이 관계자는 "잠금 장치를 풀기 위해 인부를 부른 것을 두고 폭력용역이라고 한다"며 "졸지에 엘리베이터 하나 때문에 강압적인 수단까지 쓴 의원이 됐다"고 말했다.
S이비인후과는 주상복합 건물에 입주를 선택한 것부터 잘못된 것이었다고 자책했다.
이 관계자는 "기존에 의원이 있던 건물이 낙후해 본관과 가까운 곳을 찾다 보니 이 건물을 선택했는데 엘리베이터로 갈등을 겪을 줄을 상상도 못 했다"고 털어놨다.
그는 "수술을 하다 보니 응급환자가 언제든지 발생할 수 있어서 의원 입장에서는 엘리베이터 확보가 중요하다"며 "주상복합 건물에 개원한다면 응급환자 발생 가능성 등도 고려해볼 문제"라고 강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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