개인정보 보호를 위한 비밀번호 변경안내 주기적인 비밀번호 변경으로 개인정보를 지켜주세요.
안전한 개인정보 보호를 위해 3개월마다 비밀번호를 변경해주세요.
※ 비밀번호는 마이페이지에서도 변경 가능합니다.
30일간 보이지 않기
  • 병·의원
  • 개원가

"우리나라에서 명의 되려면 일단 유명해져야 합니다"

발행날짜: 2015-09-08 05:39:58

이재담 교수 "메스컴이 만든 명의는 신화…진짜 의사는 소수"

"우리나라에서 명의가 되려면 일단 유명해져야 합니다."

국내에서 통용되는 이른바 '명의' 개념에 대한 신랄한 비판이 나왔다.

역사에 남은 임상의사들의 모습처럼 겉으로 화려한 업적을 자랑하지만 이면에는 뻔뻔하거나 남의 업적을 인정하지 않는 인간성-업적의 불일치가 만연해 있다는 것.

그만큼 의사 양성을 위해서는 예의와 도덕심, 인간애 등 성숙한 인격 조성을 위한 노력이 필요하다는 주문이다.

7일 의료윤리연구회는 의협 3층 회의실에서 제5차 정기총회를 개최하고 이재담 울산의대 인문사회의학교실 교수를 초청, 특별 강연을 진행했다.

연자로 나선 이재담 교수는 '우리나라에서 의사하기'라는 주제를 놓고 자신의 번역서 '의료윤리의 역사'(앨버트 존슨 저)를 기초로 강연을 펼쳤다.

이 교수는 "우리나라에서 의사가 되기란 일단 매우 어렵고 공부만 잘해야 한다"며 "그러므로 학창시절에 공부 이외의 활동이나 게임 등 엉뚱한 취미를 가지면 의사되기가 어렵다"고 운을 뗐다.

그는 "학생들에게 의대 지원동기를 물어보면 대부분 봉사하는 삶이나 의학연구에 헌신하기 위해서라는 대답을 내놓는다"며 "주로 노먼 베쑨이나 노구치 히데오 등의 인물의 전기나 만화를 보고 결심을 한다"고 밝혔다.

그는 "반면 6년 후 그들의 선택은 적당히 돈을 좀 버는 전공을 선택하는 식으로 바뀌게 된다"며 "일반인들이 보는 우리나라 의사에 대한 인식 역시 시야가 좁고 공부만 잘하는, 돈이 많아 잘난 척 하는 그런 부류 쯤으로 인식된다"고 지적했다.

이런 세속적인 의사가 양성된 배경에는 한국만의 의료문화의 특징이 자리하고 있다는 게 이 교수의 진단.

이 교수는 "한국 의료문화의 특징으로는 급격한 근대화에 따른 질병 및 의료체계의 변화가 진행 중이고 동의학과 서양의학의 전통이 혼재하고 있다는 점도 있다"며 "단기간에 압축 도입된 서양의학적 전통에 의한 혼란도 존재한다"고 꼬집었다.

그는 "서양과 달리 의사들의 공적 책임, 자기 희생의 전통이 부족한 점도 윤리적 문제의 배경이 되고 있다"며 "현대 한국 사회의 효율만능, 배금주의적 현실에 비판적 사고 없이 순응해 온 것의 근저에는 인문학적 성찰에 바탕을 둔 성숙된 인격 및 인생관의 결여가 자리잡고 있다"고 주장했다.

그런 까닭에 한국에서만 유독 '명의'라는 단어가 원래의 의미와 달리 사용된다는 것.

이 교수는 "국내에서 명의라는 개념이 유명한 의사인지, 환자를 잘 고치는 의사인지, 아니면 매스컴을 잘 타는 의사인지 불분명하다"며 "본인은 학생들에게 매스컴에 자주 나오는 사람은 사기꾼일 가능성이 높다고 줄곧 말한다"고 밝혔다.

그는 "역사에 남은 인간의 업적과 인간성은 별개인 이유는 역사는 업적 위주로 기술하고 교훈이 될만한 인간적 장점을 부각시키는 경향이 있기 때문이다"며 "실제로 역사에 남은 임상의사들의 공통점은 외향적 성격에 실력이 있고 부지런하지만 자기 홍보에 능하고 확신에 찬 독불장군 스타일이다"고 지적했다.

기욤 뒤 프트랑이나 파스퇴르, 코흐와 같은 인물들이 역사에 이름을 남겼지만 그 이면에는 뻔뻔하거나 냉혹한 면모, 혹은 남의 업적을 인정하지 않는 비열한 짓도 서슴지 않았다는 게 이 교수의 설명.

이재담 교수는 "우리나라에서 명의가 되려면 일단 유명해져야하고 환자를 잘 고치는 척 해야한다"며 "얼굴이 두껍고 절대 자신의 실수를 인정하지 않으며 남의 업적을 인정하지 않는 모습이 마치 명의인냥 굳어져 있다"고 비판했다.

그는 "뉴스만 검색해 봐도 날마다 성범죄에 보험사기, 리베이트 이런 말들이 많이 나온다"며 "이런 범죄에 연루된 의사들이 아이러니하게도 학창 시절엔 모범생인 경우가 많다"고 지적했다.

그는 "모범생이고 절대 나쁜 짓을 못할 것 같은 사람이 레지던트 때 악명을 떨치는 경우가 있다"며 "모범생이 어느 경우에나 빨리 적응하기 때문에 선배의 악행마저 그대로 답습하는 경우가 있다"고 꼬집었다.

결국 국내 의료환경에서 '오염된' 명의의 개념을 바로 잡기 위해서는 의대에서부터 인문학적 성찰에 바탕을 둔 전인 교육이 절실하다는 것.

이재담 교수는 "바람직한 의사는 환자의 최선의 이익을 위해서 맡은 바 임무를 다해야 하는 사람이다"며 "단순히 해악을 끼치지 않는 것만으로는 부족하고 어떤 경우라도 환자의 이익을 우선해야 한다"고 조언했다.

그는 "존 그레고리는 1772년 의사에게 필요한 도덕적 특질 중 가장 큰 것을 인간애로 봤다"며 "우리나라에서 의사하기란 공부만 잘해서는 안 되고 어려서부터 의사에게 필요한 예의, 도덕심, 인간애를 갖춘 성숙한 인격을 위해 부단히 노력을 해야 한다"고 당부했다.
댓글
새로고침
  • 최신순
  • 추천순
댓글운영규칙
댓글운영규칙
댓글은 로그인 후 댓글을 남기실 수 있으며 전체 아이디가 노출되지 않습니다.
ex) medi****** 아이디 앞 네자리 표기 이외 * 처리
댓글 삭제기준 다음의 경우 사전 통보없이 삭제하고 아이디 이용정지 또는 영구 가입이 제한될 수 있습니다.
1. 저작권・인격권 등 타인의 권리를 침해하는 경우
2. 상용프로그램의 등록과 게재, 배포를 안내하는 게시물
3. 타인 또는 제3자의 저작권 및 기타 권리를 침해한 내용을 담은 게시물
4. 욕설 및 비방, 음란성 댓글
더보기
이메일 무단수집 거부
메디칼타임즈 홈페이지에 게시된 이메일 주소가 전자우편 수집 프로그램이나
그 밖의 기술적 방법을 이용하여 무단으로 수집되는 것을 거부하며,
이를 위반할 시에는 정보통신망법에 의해 형사 처벌될 수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