새해를 앞두고 위태로운 자리에 불안함을 느낀 전임의(펠로우)와 호스피탈리스트들이 명패를 뒤바꾸며 연명을 도모하고 있는 것으로 확인됐다.
전임의는 호스피탈리스트로, 호스피탈리스트는 전임의로 자리를 옮기며 병원에 남기 위해 계약직을 전전하고 있는 셈이다.
최근 호스피탈리스트 채용 공고를 낸 A대학병원은 결국 이 병원의 전임의를 내년도에 호스피탈리스트로 발령내기로 내부 결정한 것으로 알려졌다.
A대병원 관계자는 "공고를 내고 한달째 지원자가 없어 내부적으로 지원자를 모색해왔다"며 "교수와 상의 끝에 호스피탈리스트를 하겠다는 전임의가 있어 현재 내부적으로 조율 중"이라고 전했다.
그는 이어 "처우 문제 등 사전에 해결해야 할 일이 많아 아직 공식적으로 결정은 내리지 못한 상태"라며 "아마도 2년간 임상 교수 대우 등의 조건에 전임의의 마음이 움직인 것 아니겠냐"고 덧붙였다.
앞으로 전임의로 자리를 지킬 수 있을지에 대한 불안감에 2년간 지위가 보장되는 호스피탈리스트 자리에 마음이 흔들린 셈이다.
그러나 이와 반대의 경우도 있다. 즉 호스피탈리스트를 하다가 전임의로 자리를 옮긴 경우다.
대형병원에서 호스피탈리스트로 근무했던 전문의 B씨는 병원에 호스피탈리스트 사직서를 제출하고 내년도에 전임의로 의국에 남기로 했다.
호스피탈리스트를 통해 새로운 미래를 도모했지만 비전이 없다고 판단해 전임의로 다시 자리를 옮긴 것이다.
B전문의는 "호스피탈리스트로 시간을 더 보내고 나면 오히려 거취가 불분명해질 수 있다는 판단이 들었다"며 "전임의로서 술기를 더 익히고 미래를 준비할 계획"이라고 말했다.
결국 전임의로 무한 대기에 지친 전문의는 호스피탈리스트로 자리를 옮기고 호스피탈리스트를 경험한 전문의는 불안함에 다시 전임의를 지원하는 상황이 벌어진 것이다.
이에 대해 일선 교수들은 장기불황에 메르스 여파까지 겹친 상황속에서 살아남기 위한 이합집산이 아니겠냐는 분석을 내놓고 있다.
결국 둘다 계약직으로 지위가 불안한 것을 알면서도 우선 몸을 의탁할 곳을 찾는 것이 아니냐는 분석이다.
C대병원 부원장은 "한치 앞을 볼 수 없는 불안함이 이러한 악순환을 만들고 있는 것 아니겠냐"며 "우리나라 병원계의 어두운 단면을 여실히 보여주는 것"이라고 지적했다.
또한 그는 "호스피탈리스트 제도를 도입하고자 하면 하루 빨리 지위와 처우, 비전을 세팅해 혼란을 줄여야 한다"며 "그렇지 않으면 이러한 도돌이표가 지속될 수 밖에 없을 것"이라고 강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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