복지부가 초음파에 이어 수면내시경까지 급여화를 전제로 논의를 시작하자 개원가는 물론 의학계까지 촉각을 곤두세우고 있다.
복지부는 지난 14일 의·병협은 물론 소화기내시경학회 등 관련 학회 임원을 한자리에 불러 이르면 올해 말 수면내시경 급여화하는 것을 목표로 논의를 시작했다.
이는 보장성강화 정책 일환으로 일단 4대 중증질환자에 한해 적용할 계획이다.
하지만 앞서 복지부의 제도시행 패턴을 볼 때 단계적으로 전체 환자로 확대할 가능성이 높다는 게 의료계 관계자들의 공통된 분석이다.
사진은 기사내용과 무관함.
이날 회의는 제도 취지를 알리고 관련 학회에 수면내시경 현황파악을 요청하는 등 킥오프 수준으로 정리됐지만 의료계는 벌써부터 긴장감이 흐르고 있다.
마침 내시경 소독수가가 원가에 턱없이 부족한 2000원 수준에 불과하다는 소식이 알려진터라 우려감이 더욱 높아지고 있다.
대한소화기내시경학회(이사장 김용태·서울대병원)는 15일 상임이사회를 열고 수면내시경 급여화를 어떻게 대응할 것인지 논의했다.
김용태 이사장은 "일단 원가에 합당한 급여화가 이뤄질 수 있도록 노력하겠지만 내시경 소독수가처럼 원가에 턱 없이 부족한 수가가 책정된다면 급여화 자체를 거부할 계획"이라고 말했다.
환자 입장에선 비용부담이 줄어든다는 점에서 환영할 만한 일인 만큼 적극 협조하겠지만 수가 수준이 현실적으로 불가능하다면 학회 차원에서 급여화를 막겠다는 의지다.
소화기연관학회 또한 같은 입장이다. 소화기연관학회 이동호 보험정책단장(분당서울대병원)은 "원가에 못미치는 수가는 환자 안전의 문제로 학회 차원에서 나설 필요가 있다"고 했다.
그는 "원가에 못미치는 수면내시경 수가는 환자 안전을 위협할 수 있다"며 "정부는 수가산정에 내시경 중 모니터링에 대한 고려가 있어야 한다"고 강조했다.
그나마 인력 및 공간적으로 여유가 있는 대학병원은 버티겠지만 개원가 및 중소병원에선 인건비 부담으로 수면내시경에 대한 모니터링이 축소될 수 밖에 없다는 게 그의 우려다.
실제로 개원가에선 수면내시경 급여화에 대한 우려감이 더욱 심각했다.
대한위장내시경학회 김용범 회장(참사랑내과)은 "수면내시경 급여화를 논의하기 전에 소독수가 등 내시경 수가부터 원가수준으로 맞춰야 한다"며 "그렇지 않으면 내시경을 접는 것을 택할 수 밖에 없다"고 목소리를 높였다.
개원가는 내시경 또한 저수가 구조로 그나마 수면내시경으로 버티고 있는 실정. 이 마저도 관행수가 기준으로 급여화한다면 내시경 자체를 중단할 수 밖에 없다는 입장이다.
김용범 회장은 "초음파 급여화하는 과정을 지켜봤지 않나. 무작정 급여화하는 것은 안된다. 소독수가라도 제대로 책정해준 이후에 수면내시경 급여화를 논의해야한다"고 덧붙였다.
한편, 대한소화기학회는 내달 17일 소화기연관학회 합동 춘계학술대회에서 내시경 관련 보험세션을 별도로 마련해 수면내시경 급여화에 대해 집중적으로 다룰 예정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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