코르출라(Korčula)섬은 평균 폭 7.8km에 길이가 46.8km로 기다란 고구마처럼 생겼는데 면적은 279㎢로 아드리아해안에서 여섯 번째로 큰 섬이다. 2011년 기준으로 15,522명이 거주하고 있어 크르크(Krk)에 이어 두 번째로 인구가 많은 섬이지만, 본토와 다리로 연결되지 않은 섬 가운데서는 제일 인구가 많은 섬이기도 하다.
전설에 따르면 기원전 12세기 트로이의 영웅 안테노르(Antenor)가 발견했다는 코르출라섬에는 신석기 이전부터 인간이 거주한 흔적이 있다. 기원전 10세기 무렵 일리리아 사람들이 발칸반도에 유입될 때 코르출라섬에도 들어왔을 것이다.
기원전 6세기 무렵에 그리스사람들이 들어와 작은 식민지를 건설한 흔적도 있다. 이 섬을 발견한 그리스사람들은 섬을 뒤덮고 있는 짙은 숲을 보고 코르키라 멜리이나(Korkyra Melaina) 혹은 검은 코르푸(Corfu)라고 불렀다.
로마제국이 일리리아를 멸망시킨 다음에는 로마제국의 영토가 되었다. 기원 6세기 무렵에는 비잔틴제국에 속하였고, 6,7세기에 접어들면서 크로아티아인들이 이주했다. 10세기말에는 베네치아의 지배가 시작되었다. 12세기 말에는 두브로브니크에 있는 라구사공화국에 의존하기도 하는 등, 주변 국가들의 영향을 받았다.(1)
이러한 시대적 배경을 이해하면 코르출라 마을의 성곽이 로마제국과 베니스공국 그리고 오스만제국 등의 영향을 받았음을 알게 된다. 코르출라마을을 건설한 사람들은 마을을 성벽으로 감쌌으며, 아드리아해로부터 불어오는 세찬 바람을 고려해서 청어뼈 모양으로 거리를 배치했다.
코르출라의 모든 거리는 동남쪽 성벽을 따라가는 것을 제외하고는 좁고 계단을 두었다. 그래서 동남쪽 거리를 ‘사고(思考)의 거리(Street of Thoughts)라고 부른다. 계단을 헛디딜 걱정을 하지 않아도 되기 때문이다.(2)
부두에서 성의 남문으로 들어가 계단을 오르면 성마르코성당에 이른다. 성마르코성당은 1301년부터 짓기 시작하여 1806년에 완공했다. 이탈리아와 현지의 건축가들이 코르출라 대리석을 이용하여 고딕양식과 르네상스양식을 혼합하여 지었다. 파사드의 기둥 위에는 나체로 쪼그려 앉은 아담과 이브가 조각되어 있다. 그리고 박공의 삼각형 처마장식에는 꼬리가 둘인 인어와 코끼리가 조각되어있다.
종탑 위에는 은 코르출라 출신 조각가 마르코 안드리치크(Marko Andrijić)가 조각한 난간과 아름다운 첨탑이 올려졌다. 성당의 내부에는 높이 30m의 네이브가 한 쌍의 대리석 주랑으로 받쳐있고, 역시 안드리치크가 조각한 성합이 있다. 그 뒤로는 틴토레토가 그린 삼인의 성자(Three Saints)가 걸려 있다. 성당 맞은편에는 우아하게 정식된 아르네리 궁전(Arneri Palace)이 있다.(3)
성마르코성당 앞 광장에서 왼쪽으로 길을 따라가면 작은 공터가 나오고 작은 종이 매달린 탑을 볼 수 있다. 마르코 폴로 탑이다. 공터를 지나 오른쪽 골목으로 돌면 마르코 폴로 박물관이 있다. 작은 창에 그의 흉상과 책들이 꽂혀있다. 코르출라 사람들은 베네치아 상인이며 비단길을 따라 중국으로 여행한 다음 여행기를 출판하여 유명한 마르코 폴로(1254년-1324년)가 이곳에서 태어났다고 주장한다.
하지만 미심쩍은 점이 있다는 것 같다. 다만 코르출라 해역에서 벌어진 베네치아와 제노아간의 해전에서 베네치아군으로 참전한 마르코 폴로가 사로잡혀 제노바의 감옥에 수감되었고, 그곳에서 중국까지의 여행기를 적은 것은 분명하다.(이 부분에 대하여 여행작가 폴 서루는 제노아의 감옥에 수감된 마르코 폴로는 감방 동료였던 피사의 연애소설 작가인 피사의 루스티첼로에게 여행기를 구술해주었고, 1477년 뉘른베르크에서 초판이 출간된 것이라고 했다(4))
뒷날 마르코 폴로의 감방 동료 루스티첼로(Rusticello)가 이 원고로 ‘마르코 폴로의 여행(The Travel of Marco Polo)’라는 책으로 제작한 것이 유럽인들에게 커다란 충격을 안겨주었고, 한편으로는 극동아시아를 동경하게 만들었던 것이다. 마르코 폴로의 이야기 가운데 입증되지 않은 것들이 있음에도 불구하고 많은 상인들이 폴로의 여행경로를 따랐고, 크리스토퍼 콜럼버스를 포함한 많은 여행자와 탐험가들이 폴로의 성공으로부터 영감을 얻었다.(5)
동문 쪽으로 가다보면 교회도 볼 수 있다. 성안에는 집들이 빼곡하게 들어서 있는데 골목은 두 사람이 겨우 지나칠 수 있을 정도로 좁고 계단이 설치되어 있다. 길을 걸으면서 다른 생각을 하면 계단에서 굴러 떨어지기가 십상이겠다. 골목은 그리 길지 않고, 계단 끝 너머로 바다가 보이는 것으로 보아 마을이 그리 크지 않음을 알겠다.
성안마을을 대충 돌아본 다음에 남문 근처에 있는 카페에서 화장실을 다녀올 겸해서 커피를 한 잔 마셨다. 그리고도 남는 시간에 성곽둘레를 돌아보기로 했다. 성벽을 따라 서쪽으로 가는데 마침 세찬 바람에 실려 비가 쏟아진다. 마땅하게 비를 그을만한 곳을 찾지 못하고 문을 닫은 식당 밖에 쳐놓은 가림막 아래로 들어섰다. 아내와 함께 비를 피하려다보니 바짝 붙어서야 했다.
비 때문에 성벽을 따라가 보려는 생각을 접고, 배가 출발하는 시간에 맞추어 부두로 나갔다. 일행 모두가 약속한 시간에 탑승을 완료했는데 정작 가이드가 늦었다. 선장은 배를 출발시키려 하고 일행들은 말리는 기묘한 상황이 이어졌다. 10분 정도 늦게 나타난 가이드가 미안하단 소리도 안해서 우리를 실망시켰다.
뼬예샤츠반도 초입에 있는 스톤은 역사적으로 중요한 의미가 있다. 가이드가 시간 통제를 제대로 하지 못하였기 때문에 느려진 일정 때문에 스톤에는 서는 둥 마는 둥 하였다. 숙소로 가는 길에 스톤에서 잠시 버스를 세우고 산중턱을 감싸는 성벽을 확인하는 정도였던 것이다. 억수같이 쏟아지는 비에 그냥 가자는 일행도 있었다. 스톤에서 맛이 기가 막힌 굴과 와인을 즐길 수 있다는 사실을 알았어도 그랬을까?
이곳에서 버스가 선 것은 불과 5분여. 주차장에서 멀리 산중턱을 돌아가는 성벽을 카메라에 담았지만, 저물어가는 시간에 더구나 빗속에 사진이 제대로 찍혔는지 모르겠다. 스톤의 구시는 구경도 하지 못했다. 우리는 코르츨라로 향하는 길에 스톤을 먼저 구경했어야 했다. 코르출라에서 나오면 바로 숙소로 이동하면 되는 것이기 때문이다.
스톤은 라구사공화국의 외곽도시로 염전업이 성행해서 상업적 가치가 뛰어난 곳이었다. 따라서 외적의 침입을 막을 목적으로 긴 성곽을 쌓게 되었다고 한다. 1333년에는 길이 900m의 성벽으로 둘러싼 5각형의 성읍마을 스톤을 세웠고, 이어서 5km 떨어진 곳에 작은 스톤이라는 뜻의 말리 스톤(Mali Ston)이라는 작은 마을을 세우고, 두 마을을 잇는 5km에 달하는 성벽을 1506년까지 건설한 것이다.(6)
스톤을 소개하는 자료에는 스톤의 성벽이 중국의 만리장성에 이어 세계에서 두 번째로 긴 방어벽이라고 주장하고, 가이드는 물론 스톤을 다녀온 사람 역시 만리장성하고 비교하는 경우가 많다. 아마도 성벽 위로 걸어 다닐 수 있어서인가 보다. 하지만 내가 보기에는 총길이 18.2km에 이르는 서울성곽과 비교하는 것이 옳겠다. 모습 역시 서울성곽의 북한산 쪽과 많이 닮았다.
버스가 네움의 선체(Sunce)호텔에 도착한 것은 6시반경. 다행히 비도 멎었다. 방배정을 받고 저녁식사를 했다. 저녁식사를 마치고 몇 사람은 지중해식 해물요리를 안주로 와인을 마시기로 했단다. 가이드의 안내로... 우리는 젖은 옷과 우산 그리고 신발 등을 말려 내일 일정을 준비하기로 했다. 양말이 젖을 정도로 신발이 젖었는데 난방도 들어오지 않아 결국은 머리를 말리는 건조기를 이용해야 했다.
참고자료
(1) Wikipedia. Korčula.
(2) Wikipedia. Korčula (Town).
(3) Lonely planet. Korčula Town. St Mark’s Cathedral.
(4) 폴 서루 지음. 여행자의 책 113-114쪽, 책읽는 수요일, 2015년.
(5) Guide to Korcula, Croatia. Marco Polo and Korcula.
(6) Dubrovnik guide. Ston.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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