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반인들은 성형외과 하면 대개 미용 수술을 떠올린다. 그래서 종합병원 성형외과에서 무슨 일을 하는지 궁금해한다. “종합병원에서도 쌍꺼풀 수술하나요?” “종합병원 성형외과는 미용수술을 안 해서 별로 안 바쁠 것 같아요” 라고 이야기한다. 결론부터 말하자면 미용 수술도 하지만 재건 수술이 훨씬 더 많은 비중을 차지한다.
성형외과는 영어로 ‘plastic surgery’ 가 정식 명칭이지만 ‘plastic and reconstructive surgery’ 라고도 표기한다. plastic surgery라는 큰 범주 안에 reconstructive surgery가 포함되지만 특별히 재건 수술을 뜻하는 reconstructive surgery를 따로 떼어내어 칭할 때도 있다. 신체 어느 부위나 결손으로 인해 미용적으로, 기능적으로 복원이 필요한 경우 재건 수술 대상이 된다.
유방암이나 피부암 등의 제거 수술로 인한 결손도 있고 구순열이나 합지증처럼 선천적인 결손도 있다. 당뇨로 인한 발의 궤양, 욕창으로 인한 상처결손도 있다. 교통사고 등의 외상으로 인해 표현 그대로 ‘살점이 뜯어져 나간’ 결손도 있다. 각종 결손을 최대한 정상에 가깝게 복원하는 재건 수술이 바로 종합병원 성형외과에서 하는 주된 일이다.
인턴으로 성형외과를 마주하면 별의별 수술을 한다는 생각이 든다. 머리부터 발끝까지 성형외과가 다루지 않는 신체 영역은 거의 없다. 대부분의 암 수술은 표준화된 공식이 오랜 기간 정립되어 있다.
그날 수술하는 환자들이 모두 같은 방식으로 동일하게 반복되는 경우가 많다. 성형외과 역시 표준화된 수술 방법이 있지만 환자마다 적용하는 방식이 다르다. 사람마다 얼굴 생김새가 모두 다르듯 발생하는 결손 위치와 특성도 모두 다르다. 그래서 성형외과 서젼의 창의력은 한껏 발휘된다.
예를 들어 팔이나 다리에 지방종, 기저세포암 등 종양이 생기는 경우 위치도 환자마다 제각각이다. 이를 제거하고 재건하는 데 쓰이는 수술 디자인이나 크기는 그때그때 다르다. 미적 감각을 요구하는 분과는 성형외과가 유일할 것이다.
한편 시간이 오래 걸리는 수술도 성형외과에 많다. 본원 성형외과에서 매일 시행하는 유방 재건 수술이 대표적인 예다. 예전에는 재건 수술에 관한 정보가 많이 알려지지 않았지만 최근에는 이에 대한 관심이 커지고 있다. 유방암을 제거하는 수술을 하면 여성은 가슴 한쪽 혹은 두쪽을 모두 잃는다. 여성 환자들의 경우 그렇게 없어진 한쪽 유방에 대한 상실감이 무척 크다.
유방 재건 수술의 경우 오전 8시부터 수술을 준비하기 시작하여 꼬박 10시간 가까이 걸린다. 먼저 유방외과의 선생님이 유방 절제 수술을 시행하고 대략 2~4시간이 소요된다. 이후 성형외과 수술 팀이 들어와서 주로 뱃살을 이용한 유방 재건을 시작한다. 유방의 피부만 남아있는 곳에 공간을 채워줄 수 있을 만큼 필요한 양의 복부 지방과 근육 조직을 박리하여 유방 위치까지 올린 다음에 고정한 후 꼼꼼하게 봉합하면 끝이 난다.
최근에는 뱃살을 이용한 유방 재건 말고도 실리콘 보형물을 이용한 재건도 종종 이루어지고 있다.
성형외과 수술은 한 땀 한 땀 손이 많이 가는 작업이다. 어시스턴트를 하며 지켜보면 2시간 동안 쉬지 않고 계속 봉합 작업을 하는 교수님과 전공의들을 본다. “정말 토할 때까지 꿰매는 것 같다”고 나직이 한숨 쉬는 것을 보면 힘들어 보인다. 그래도 마치 몸을 해체하듯 정리하여 복원하고 마지막에 말끔히 원상복귀 시켜놓는 모습을 보면 신기하기만 하다.
의대 시절에는 성형외과 수업이 매우 적어 베일에 가려져 있었다. 인턴으로 직접 지켜보는 성형외과는 같은 의학 안에서도 신기하고 역동적이다. 성형외과의 매력은 그런 곳에 있지만 매번 주치의들이 이래저래 신경 쓰고 해야 할 일이 많다는 단점도 있다.
“나도 몰랐는데 당뇨 때문에 발 다친 사람들 성형외과에서 치료도 한대요.” “성형외과에 족부 클리닉이 있는데, 거기서 발에 상처 잘 안 낫는 사람 치료해요.” “나도 처음에는 성형외과에서 무슨 발 치료를 하나 싶었어요.”
당뇨로 고생하는 환자들 중 많은 수가 발 문제로 골머리를 썩는다. 하지로 가는 혈액순환이 좋지 않고 신경 감각이 둔해져 상처를 입기 쉽고 또 그 상처가 쉽게 낫지 않는다.
당뇨성 족부궤양이라고 부르는 질환은 다리를 절단하는 경우도 심심치 않게 있다. 발의 감각이 둔화되니 꽉 끼는 신발을 신거나 오래 걸어서 상처가 나도 본인이 잘 모른다. 전기장판을 사용하거나 딱딱한 침대를 쓰다가 발뒤꿈치가 문드러져 썩었다는 병력은 당뇨성 족부 궤양 환자에게서 듣는 전형적인 이야기이다.
성형외과 의사는 전통적으로 상처를 보는 의사다. 성형외과학 교과서에는 ‘상처 치유’에 대한 내용에 빠지지 않고 자세히 기술되어 있다.
드레싱이라고는 거즈와 테이프밖에 모르던 인턴에서 성형외과를 통해 상처 치유를 위한 여러 처치들을 배울 수 있었다. 음압을 걸어 상처의 살이 잘 차오르게 한다거나 고압산소 치료를 통해 상처 부위에 회복 자극을 주는 치료들도 배웠다.
종합병원에서는 만성 창상, 즉 오랫동안 낫지 않는 상처들을 돌본다. 면역력이 약하거나 영양실조가 걸린 환자들, 당뇨병을 비롯한 만성 질환으로 고생하는 환자들에게서 발생한 상처는 성형외과에 의뢰된다. 그래서 처음부터 성형외과로 입원하는 환자들은 별로 없다.
다른 과에서 자문을 구하는 식으로 성형외과 진료를 받는 환자들이 더 많다. 밤늦게까지 중환자실에서 내분비내과 병동까지 드레싱하느라 온 병원을 돌아다니는 것 역시 성형외과의 일이다.
일주일이 지날 즈음 수술 도중 전공의 선생님들이 질문했다. “일주일 돌았는데 이전에 보는 것과 지금이랑 어때? 생각보다 많이 힘든데 그래도 여전히 하고 싶나?”라고 물어보셨다. 여러 고민이 있었지만 “네, 그래도 하고 싶습니다” 하고 대답했다.
겉으로 보이지 않는 장기나 뼈를 수술하는 과와 달리 성형외과는 사람의 얼굴이 수술의 주 무대다. 그렇다 보니 미묘한 차이에도 신경이 더 곤두서고 손이 많이 가게 되는데 그런 이유때문에 성형외과가 매력적인지도 모른다.
[35]편으로 이어집니다.
※본문에 나오는 '서젼(surgeon, 외과의)'을 비롯한 기타 의학 용어들은 현장감을 살리기 위해 실제 에이티피컬 병원에서 사용되는 외래어 발음 그대로 사용했습니다.
이 글은 박성우 의사의 저서 '인턴노트'에서 발췌했으며 해당 도서에서 전문을 볼 수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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