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아산병원 수술실이 구매대행업체 이지메디컴을 통한 통합물류체계로 전환된 지 2개월이 지났다.
이지메디컴은 지난 4월 1일부터 서울아산병원 수술실 치료재료 구매물류를 담당하고 있다.
앞서 메디칼타임즈가 통합물류체계 전환을 보도(서울아산병원 간납사 구매대행에 의료기기업계 ‘멘붕’)한 시기는 지난 1월 25일.
당시 의료기기업계는 충격과 절망감에 휩싸였다.
재단이 직접구매를 해왔던 서울아산병원마저 구매대행을 체결함으로써 ‘비정상적인 관행’으로 지적돼왔던 간납도매가 정상적인 구매대행시스템으로 고착화될 가능성이 커졌다는 판단에서다.
더욱이 수술실부터 제한적으로 시행된 구매대행이 사용부서 전반으로 확대 수순을 밟을 것이라는 예측은 더 큰 불안감을 키웠다.
이지메디컴이 서울아산병원 단가계약 견적 요청 공문을 공급사에 보낸 지난 1월 이후 실제 구매대행이 이뤄진 4월부터 지금까지 2개월 동안 어떠한 일들이 벌어졌을까?
메디칼타임즈는 서울아산병원 수술실에 치료재료를 공급하는 대리점을 포함한 의료기기업체를 취재했다.
더불어 이지메디컴에는 지난 5월 25일 이메일 질의서를 통해 일부 공급사가 제기한 문제점에 대한 공식적인 답변을 요청했다. 답변서는 같은 달 31일 받았다.
한 의료기기업체는 4월 구매대행 전환 후 전산시스템에서 발생한 여러 에러 때문에 큰 불편함을 겪었다고 분통을 터뜨렸다.
그는 “서울아산병원 기존 전자구매시스템(Asan foundation PROcurement System·APROS)에서는 각 사용부서에서 (필요로 하는 치료재료) 해당 규격을 기입하면 전 규격으로 등록된 제품들도 각 규격에 맞게 제품들을 차질 없이 공급할 수 있었다”고 설명했다.
그러나 “이지메디컴이 구매대행을 맡은 후 시스템 상에서 약 3주간 사후정산품 규격이 보이지 않는 현상이 지속됐다”고 지적했다.
해당 공급사 담당자는 시스템 상에서 사후정산품 규격을 볼 수 없어 병원 사용부서에서 어떤 제품이 필요한 지 파악할 수 없었던 것.
사후정산품은 한 달 마감 기준으로 병원 사용부서에서 가납 또는 직납 치료재료를 사용 후 해당 품목을 시스템에 기입하면 이를 근거로 공급사가 제품을 공급하게 된다.
이 담당자는 “우리가 공급하는 치료재료는 길이와 용도 등 천차만별인 전 규격이어서 시스템에서 사후정산품 규격이 보이지 않으면 제품을 제대로 공급할 수 없다”며 “사용부서에서도 우리 같은 업체들의 컴플레인 전화를 많이 받았다는 말을 했다”고 전했다.
그는 또한 “사용부서에서는 사후정산품 규격을 시스템에 올려 업로드 했다고 하는데 이지메디컴 시스템과의 연동 과정에서 문제가 발생한 건지 정확히 모르겠다”며 “구매대행 이후 발주 및 계약부서 담당자들의 업무가 가중됐다”고 목소리를 높였다.
이에 대해 이지메디컴은 어떤 입장일까.
이지메디컴은 답변을 통해 “기존 서울아산병원 재단 시스템인 APROS는 병원 사용자가 원하는 규격을 별도의 비고란에 직접 표기해 공급사에 보여주는 방식이었다”며 “이지메디컴은 효율성을 높이기 위해 전 규격을 각 코드로 분리해 운영하도록 계획, 병원과 협의해 진행할 예정”이라고 밝혔다.
또한 “공급사의 불편함을 해소하기 위해 현재는 사용부서에서 사후품 처방과 비고란에 입력돼 인터페이스 되고 있으며 해당 사항을 클리어 조치됐다”고 덧붙였다.
사후정산품 조회 출력 에러 또한 공급사들의 불편함을 초래하긴 마찬가지.
지난 4월 말 기자와 통화에서 한 업체 관계자는 “사후정산품 승인 후 리스트를 출력해 병원으로 제출해야하는데 출력 오류가 반복적으로 발생했다”며 “이는 다른 공급사에서도 컴플레인이 많았지만 이지메디컴 측에서 명확한 해결을 해주지 않았다”고 말했다.
그는 “공급사는 시스템 상에서 병원이 기입한 사후정산품 규격을 확인하고 승인 후 각 제품별 리스트를 출력, 병원에 제출해 제품 검수와 함께 최종 납품하게 된다”고 설명했다.
그러면서 “시스템 상에서 출력 오류로 인한 경고창이 뜨고 출력이 됐다 안 됐다하는 일이 반복돼 이지메디컴에 문제 해결을 요청했지만 10분 뒤 30분 뒤 다시 해보라는 말만 전해 들었을 뿐”이라고 불만을 토로했다.
이지메디컴은 이를 반박했다.
이지메디컴은 “기존 MDvan(구매조달시스템) 납품번호를 사용해 출력하는 부분은 문제가 전혀 없는 부분”이라며 “다만 APROS에 납품번호를 요청해 수신 받아 출력하는 경우 병원 ERP 납품번호 채번 때문에 시스템 간 출력시간이 존재한다”고 해명했다.
이어 “에러 관련 제기는 바로 채번 되기 전에 시도한 경우에만 발생되는 일부 문제”라고 선을 그은 뒤 “현재 공급사의 불편함은 안내 및 CS를 통해 클리어 조치됐다”고 밝혔다.
수술실 구매대행 전환에 따른 서울아산병원 내 가납재고 실사 일정 지연에 대한 우려 또한 제기됐다.
서울아산병원 창고에 있는 가납재고에 대한 정확한 수량 파악이 늦어져 4월 이전과 이후 재고가 섞여 있을 가능성이 높아 공급사 피해 가능성을 배제할 수 없다는 것.
한 공급사 담당자는 “당초 4월 첫째 주 서울아산병원 중앙창고 내 가납재고 파악, 재고이관 등을 위한 창고정리를 하기로 했으나 갑자기 일정이 연기됐다”며 “추후 공지한다고 했지만 이후 어떠한 연락도 받지 못한 상태”라고 밝혔다.
서울아산병원 납품업체 한 대리점 대표는 “우리는 운 좋게 4월 중순 병원과 창고정리를 하긴 했다”며 “4월 1일부로 구매물류시스템이 바뀐다면 적어도 그 전에 병원·구매대행업체·공급사가 함께 창고정리를 했어야 하지만 병원과 구매대행업체 모두 여유가 없다보니 그렇게 하지 못한 것 같다”고 전했다.
반면 이지메디컴은 “4월 1일 이전 업체에서 병원에 가납한 재고는 업체가 직접 챙겨야 하는 부분”이라며 반박했다.
덧붙여 “현재(5월 31일 기준) 4월 1일 이후 병원 중앙공급실과 자재창고에 있던 재고들은 (이지메디컴) 오산 창고에서 VMI(Vendor Managed Inventory·공급자 재고관리) 재고로 이관된 상황”이라고 설명했다.
특히 “병원에서 가납재고에 대한 실사는 3월 말로 공급사와 재고 실사를 진행하고 병원과 공급사가 날인한 확인서를 가지고 있으며 그 데이터를 근거로 3월말 VMI 재고를 이관 받았다”며 “공급사들의 불편을 최대한 방지하기 위해 현재 중앙공급실과 자재창고에 있던 재고들은 오산에서 VMI 재고로 이관된 상황”이라고 재차 강조했다.
서울아산병원과 이지메디컴 간 소통 부재를 지적하는 목소리도 흘러나왔다.
의료기기업체 한 담당자는 “창고품이든 사후정산품이든 이지메디컴으로 제품을 납품했는데 사용부서로부터 왜 제품을 공급해주지 않느냐는 컴플레인 전화를 받기도 했다”고 말했다.
그는 이어 “이지메디컴 측 담당자들이 병원과의 커뮤니케이션 부재로 사용부서에서 필요한 제품 규격조차 파악하고 있지 않은 것 같다”고 의구심을 드러냈다.
하지만 “초기단계에서 극히 일부 발생됐던 부분이며 현재는 클리어된 사항”이라고 밝힌 이지메디컴은 특히 커뮤니케이션 부재가 의심된다는 우려에 대해 “지극히 주관적인 판단”이라고 일축했다.
일부 공급사들은 이지메디컴 구매대행 이후 2개월 간 시스템 ‘먹통’과 커뮤니케이션 ‘불통’을 의심하며 전보다 업무 혼란만 가중됐다는 이유로 ‘분통’을 터뜨리고 있다.
반대로 이지메디컴은 구매대행 초기 단계에서 통상적으로 발생한 일부 문제에 불과하고 이 또한 대부분 해결했다는 입장이다.
이지메디컴은 답변서에서 “어느 업체 어느 병원이나 관리 주체가 변경되면 업무를 인계받은 업체나 기존 사용자 등 모두가 변경된 시스템에 적응하고 업무가 정상적으로 돌아가게 하기 위한 초기 안정화 기간이 필요하다”며 “이지메디컴 또한 신규병원의 안정화 기간을 통상 2개월로 잡고 있다”고 밝혔다.
이어 “안정화 기간에는 주체가 변경됨에 따라 발생되는 다방면의 문제점을 해결하고 이후에 예상되는 문제점을 최대한 없애 안정적으로 구매물류 업무를 대행하는 것을 목표로 해야 한다”며 “따라서 이 기간에 대한 평가는 일어날 수 있는 일 또는 실제로 일어났던 일들이 개선됐는지 안 됐는지에 따라 이뤄져야 한다”고 주문했다.
특히 “이지메디컴은 초기 안정화 과정에 발생한 이슈들을 제로화하기 위한 노력에 전력을 기울여 왔으며 대부분의 문제들이 해결된 상황”이라고 강조했다.
통합물류체계 전환에 따른 초기 안정화 기간 중 발생한 시스템 일부 에러로 치부하는 이지메디컴 측 주장을 공급사들은 얼마나 납득할 수 있을까.
한 공급사 관계자는 “4월 1일부로 구매물류를 전환한다고 했으면 적어도 시행 전 병원과 구매대행업체가 시뮬레이션 등 충분한 준비를 마치고 시작했어야 한다”며 “초기 안정화 기간을 이유로 시행 후 발생한 피해를 고스란히 공급사가 안고 가야하는 건 말이 안 된다”고 이지메디컴 측 주장을 반박했다.
또 다른 업체 관계자는 “병원 사용부서로부터 컴플레인 전화를 받은 것은 물론 사후정산품 마감이나 세금계산서를 끊는 것조차 원활하지 않았다”며 “지금은 제품 공급이 문제가 아니라 (구매대행업체와) 단가계약 자체를 하고 싶지 않을 정도”라고 극심한 피로감을 토로했다.
이지메디컴 측 주장처럼 공급사가 제기한 일부 문제점들은 지난 2개월 간 병원과의 시스템 연동과정 시 초기 안정화 기간 발생한 단순 오류일 수 있다.
더욱이 이 과정에서 발생한 문제들의 책임을 오롯이 이지메디컴에 전가하는 것도 불합리한 측면이 있다.
구매대행계약을 체결한 서울아산병원의 기존 전자구매시스템과의 기술적 연동문제 가능성 또한 배제할 수 없기 때문이다.
이를 감안하더라도 일부 공급사들은 2개월이 지난 지금도 시스템 안정화가 완전하지 못하다는 판단과 함께 만에 하나 서울아산병원 수술실 외 여타 사용부서로 구매대행이 확대될 경우 더 큰 혼란과 피해를 야기할 수 있다는 우려가 적지 않은 분위기다.
이들 공급사들이 제기한 일부 문제점들이 과연 시스템 안정화 이전에는 결코 해결할 수 없었던 일인지, 2개월이 지난 지금은 전혀 발생하고 있지 않은지 서울아산병원과 이지메디컴의 면밀한 검토가 요구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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