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본 오사카시립대학병원 실습 중에서 가장 기억에 남았던 부분은 바로 skills lab center라는 술기 체험센터에서의 경험이었다.
이 곳은 여러 분과를 돌면서 단순히 참관만 하는 것이 아니라, 각종 술기가 이용되는 경우 학생들이 직접 인체 모형을 이용해서 실습해볼 수 있는 장소였다.
나는 2주간 소화기 내과 실습에 참여했기 때문에 소화기 내과의 대표적인 술기인 내시경과 초음파를 배울 기회를 갖게 되었다.
술기센터에 들어가 보니 몇몇 조들이 각 분과 별로 둘러 앉아 레지던트 선생님들께 술기를 배우고 있었고, 무엇보다 인체와 매우 유사한 크기와 모양을 갖춘 사실적인 모형들을 보고 놀랄 수 밖에 없었다.
센터에 방문했던 첫 날은 초음파 보는 법을 배웠는데 인체의 상체구조만 갖춘 모형이 각 베드 위에 놓여 있었고 그 모형을 상대로 각자 초음파를 대고 여러 기관들을 찾는 연습을 했다.
이렇게 직접 초음파를 배울 수 있는 것도 매우 좋았지만, 그저 초음파 보는 법에만 집중하는 것이 아니라 학생들이 좀 더 재미있게 동기 부여될 수 있도록 커리큘럼이 짜여진 점이 더 좋았다.
우리 조원들에게 레지던트 선생님께서는 하나의 케이스 문제를 내어 주셨다. 케이스에는 환자의 나이, 성별, 과거 병력, 현병력 등이 쓰여 있었고 무엇보다 현재 환자가 교통사고로 응급실에 내원한 사실에 주목하여 환자의 어떤 장기에 어떠한 문제가 있을지를 추측해보라고 하셨다.
그리고 각자 나름대로 어떤 부위에 초음파를 가져다 대면 예상되는 병변을 찾을 수 있을지도 고민해 보아야했기 때문에 장기의 위치부터, 교통사고로 인해 발생할 수 있는 병변까지 광범위하게 학생들의 능동적인 사고를 유도해내는 과정이 필요했다.
조원들은 서로 활발하게 이야기하면서 각자 예상하는 병변을 생각해 보았고, 선생님은 한 명씩 돌아가면서 초음파로 해당 병변을 직접 찾아보라고 하셨다.
정말 놀라웠던 점은, 겉에서 보기에는 그저 인체 모양을 유사하게만 본뜬 것인 줄 알았는데 직접 초음파를 가져다 대니 실제 사람과 완전히 동일하게 내부 장기 구조를 배치해 두었다는 것을 알게 되었다.
학생들은 예상되는 병변은 올바르게 생각해냈지만 해당 부분을 초음파로 잘 찾아내지 못하거나, 초음파로 무언가 이상한 점을 찾았지만 이것이 어느 부위의 어떤 문제인지를 생각해내지 못 하는 등의 어려움을 겪었다.
그 때마다 선생님께서는 여러 선택지를 주시면서 어떤 것일지 스스로 생각해볼 수 있게 도와주셨다.
두 번째로 술기센터에 방문한 날은 상부 및 하부 위장관 내시경을 직접 체험해볼 수 있었다.
이전에 내시경실에서 보았던 동일한 기계가 두 대씩 놓아져 있었고, 학생들은 직접 내시경 하는 사람, 옆에서 올바른 구조를 찾았는지 확인하면서 체크하는 사람 등으로 순번을 돌아가면서 실습에 참여했다.
내시경을 연습할 때는 실제 인체 크기의 모형을 그대로 본 딴 것은 아니었으나, 상부 및 하부 위장관 내부 구조를 그대로 재현해 낸 모형을 대상으로 실습할 수 있었다.
기관 내부에는 궤양이나 협착, 용종 등 내시경 시술 시 직접 맞닥뜨릴 수 있는 각종 병변들을 조성하여 학생들로 하여금 이것이 어떤 부위의 무슨 문제일지를 추측하고 맞춰보도록 되어 있었다.
매번 내시경 시술 참관을 할 때는 방향 감각을 잘 모른 채 그저 교수님들이나 레지던트 선생님들이 하는 것을 무의식적으로 당연하게 여기며 봤는데, 직접 내시경을 하려고 보니 방향 조절하는 것도 너무 어렵고 특히 굴곡이 심하거나 좁은 위장관 부위를 통과하는 것이 마음처럼 쉽게 되지 않아서 여러 번 선생님께 도움을 요청할 수 밖에 없었다.
하지만 직접 얼마나 내시경 scope가 깊게 들어갔는지 보면서 지금 화면을 통해 보고 있는 부분이 어디일지 생각해 보면서 직접 환자의 병변을 보았던 것과 비교하면서 체험할 수 있어 많은 도움이 되었다.
필자는 한국에서 이미 소화기 내과 실습을 3주나 경험하고 갔기 때문에 사실 일본에 가서는 특별히 더 새로운 것을 배우지는 못할 것이라 지레 짐작했었다.
하지만 이것은 완전히 틀린 생각이었고, 정말 학생들의 교육을 위해서 잘 갖춰진 술기센터에서 이후 전공에 대한 흥미를 북돋아 주고 동기 부여도 될 수 있게끔 도와주준 특별한 경험을 하면서 매우 보람있는 하루를 보낼 수 있었다.
그리고 실제로 레지던트 선생님들이 환자를 대상으로 술기를 하기 전에 미리 연습을 거치는 것과 동일한 과정을 학생들에게도 직접 체험해 볼 수 있게 해주어서 소화기 내과를 전공하게 되면 어떤 부분을 배우게 되는지를 미리 알 수 있어서 좋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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