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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신장질환에 파브리병 조기진단 중요한 이유 있다"

원종혁
발행날짜: 2016-10-27 05:00:10

합병증 예방 목적 DBS 검사→유전자 검사…'Lyso GL-3' 'GL-3' 마커 주목

'파브리병'은 이름조차 생소한 희귀질환이지만, 발생 건수가 적지 않은 희귀질환 중 하나로 알려졌다.

원인불명의 말기신부전증으로 혈액투석이나 이식을 받아야 하는 환자 100명 중 한 명 꼴로 파브리병이 진단된다. 이 때문에 "희귀질환답지 않게 발병률이 높다"는 얘기가 나온다.

이러한 리소좀 축적질환인 파브리병에서 눈여겨 볼 부분은 '신장 증상'이다. 파브리병의 대표적 증상으로, 진단이 늦어질 경우 지속적인 사구체 여과율이 감소하다가 30~50대에 걸쳐 말기신부전증이 발생하는 것이다.

유전성 신장질환 및 파브리병의 세계적 권위자인 미국 앨라배마의대 신장내과 데이비드 G. 워녹(David G. Warnock) 교수는 입장을 이렇게 정리했다.

"파브리병은 진행성 질환으로 시간이 지날수록 질환의 양상이 심각하게 전개됩니다. 이미 효과적인 치료법이 나와있기 때문에 신속한 진단을 받으면 질환의 예후도 그만큼 좋아진다는 점을 강조하고 싶습니다."

결국 파브리병은 비가역성 질환이기에 한 번 손상되면 이전 상태로 회복되기가 어려워, 치료 시작시점이 환자의 예후를 좌우하는 '교두보'가 된다는 설명이다.

관건은 장년층에서 신장질환이 늘고 있는 가운데, 단순한 신장 증상이 당뇨병이나 고혈압 등의 만성 대사질환이 아닌 파브리병과 같은 유전희귀질환의 합병증으로 발생할 수 있다는 대목이다.

메디칼타임즈가 최근 심포지엄 연자로 방한한 미국 파브리 레지스트리(the Fabri Registry) 북미자문위원인 워녹 교수를 만나 파브리병 조기 진단의 필요성과 치료의 최신 트렌드를 들어봤다.

미국 앨라배마의대 신장내과 데이비드 G. 워녹(David G. Warnock) 교수.
파브리병을 의심해 볼 수 있는 주요 증상은 무엇인가?

-파브리병은 조기와 후기 발현형으로 구분하기도 한다. 후기 발현형의 경우, 장년기에서 노년기 즈음 주요 장기인 심장이나 신장, 뇌 등에서 부정맥, 신부전 등과 같은 장기부전이 나타난다.

일반적으로 파브리병에 걸리면 심장, 뇌, 신장 등 세 가지 주요 장기를 비롯해 눈과 피부 등에서 증상이 발생한다.

청소년기의 남자 파브리병 환자는 전형적으로 심한 피로감이나 관절통, 손과 발 끝, 팔 다리 등에 타는 듯한 통증을 경험한다. 파브리병은 X염색체를 통해 유전이 되므로 여성보다는 남성에서 증상이 심하다.

신장내과 전문의로서 '환자 스크린' 전략은 따로 있나?

-파브리병을 의심해 볼 수 있는 증상은 다음과 같다. 나이가 젊은 데 단백뇨 등의 신장질환이 있거나 고혈압이 없는데도 뇌졸중이 발생하는 경우, 좌심실 비대증 등의 증상이 있는 경우다.

실제 파브리병의 진단 검사법은 상당히 단순하다. 다만, 파브리병을 의심해보는 것 자체가 어려울 뿐이다. 파브리병은 유전질환이기 때문에 가족력을 유심히 살펴보는 것이 중요하며, 가족 내 파브리병 환자가 있다면 다른 가족 구성원도 검사를 받는 것이 권장된다.

무엇보다 신장 투석 환자에 파브리병 스크리닝을 해야 하는 이유는 크게 두 가지다. 다른 장기로의 합병증을 예방하는 것과 가족 구성원 중 파브리병 환자가 있는지 확인하기 위해서다.

조기 진단 및 치료를 통해 신장질환 등 합병증이 나타나지 않도록 하는 게 중요하다.

진료현장에서 주로 이용하는 선별검사법을 설명해달라.

-단백뇨 환자에 표준적인 접근법은 신장 생검이다. 신장에 문제가 있기 때문에 생검 등의 검사를 통해 파브리병도 의심해 보는 것이다.

그런데 신장질환 원인이 파브리병이라는 게 확인되면, 검사 범위를 가족 구성원까지 확대해 보는 것이 권장된다. 대신 가족들은 생검보다 혈액 검사 등 간단한 검사가 추천된다.

파브리병이 처음 진단된 환자에는 유전자 분석을 통해 변이 여부를 확인하고, 가족들은 혈액검사와 유전자 검사를 하는 게 일반적이다.

전체 인구 대상에선 단순한 형태의 DBS(Dried Blood Spot) 검사법을 활용할 수 있다. DBS 검사법은 혈액 내에 효소가 어느 정도 활성화되어 있는지를 확인하는 방법으로, 효소활동의 저하도는 스크리닝의 주요 기준이다.

양성 환자에는 파브리병 확진을 위해 유전자 검사를 실시하면 된다.

진단과 치료시 참조할 만한 바이오마커는 어떤 것이 있는가?

-생물학적 지표와 관련해 DBS 검사 외에 대사물질을 측정해 볼 수 있다. 효소에 문제가 있을 때 나타나는 대사물질을 중점적으로 관찰하는 것이다. 이러한 주요 물질로는 GL-3(globotriaosylceramide)와 Lyso GL-3(globotriaosylsphingosine)가 있다.

이러한 방법을 통해 파브리병이 의심되면 다시 한 번 유전자 검사를 하는 것이 일반적이다. 바이오마커는 남성이 도드라지게 발현되는 편이고, 여성은 확인하기가 쉽지 않다.

'Lyso GL-3'와 'GL-3' 관련, 현재 이용되는 효소대체요법에 차이가 생길 수 있나.

-GL-3와 Lyso GL-3는 스크리닝 뿐 아니라, 치료 평가지표로도 이용할 수 있다. 효소가 제 기능을 하지 못하면 GL-3와 부산물인 Lyso GL-3가 몸 속에 축적된다. 반면 효소가 정상적이라면 GL-3와 Lyso GL-3의 양이 줄어들게 된다.

의과학자 입장에서는 이러한 바이오마커들이 실제 치료 효과를 측정할 수 있는 유용한 지표가 된다고 생각한다.

미국은 효소대체요법(ERT) 중 파브라자임만 승인됐지만, 한국은 3가지 치료제가 승인을 받은 것으로 알고 있다. 치료제들의 단백질 구성이 거의 동일하지만, 한 치료제는 다른 두 치료제에 비해 용량이 적은 것이 특징이다.

여기서 치료제 용량이 굉장히 중요한 요소다. 용량이 클수록 이러한 대사물질을 줄이는 데 큰 효과를 낼 수 있다. 파브리병이 상당히 진행된 환자를 대상으로 저용량 용법을 시행하게 되면 신장기능의 저하를 막을 수 없기 때문이다.

국내 의료전문가들에게 파브리병 치료 트렌드와 관련해 전하고 싶은 제언이 있다면?

-파브라자임(성분명 아갈시다제 베타)이 2003년 미국식품의약국(FDA)에 승인된 이후부터는 2주에 한 번씩 투여하는 효소대체요법(ERT) 치료제들이 개발되며 효과적인 치료가 이뤄지고 있다.

한국의 전문의들은 한정된 시간에 많은 환자를 진료하느라 바쁜 시간을 보내는 것으로 알고 있다. 모든 환자에 파브리병을 의심하는 것은 현실적으로 어려운 문제일 것이다.

조언을 하자면, DBS와 같은 간단하고 효과적인 검사법이 있고, 파브리병은 유전질환으로 가족력이 매우 중요하며 진행성 질환이지만 효과적인 치료제가 있다는 점을 기억했으면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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