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당신은 환자에게 물어봤나. 어떤 방식으로 죽음을 막이하고 싶은지에 대해…"
미국 하버드의과대학 안젤로 볼란데스 교수는 17일 열린 대한병원협회 KOREA HEALTHCARE CONGRESS(KHC) 기조연설에서 '인생에서 가장 중요한 대화: 말기환자 케어의 혁신'을 주제로 한국 의료진들에게 이같은 질문을 던졌다.
그는 "오늘날 병원은 맞춤치료 등 영화 스타트랙에서나 가능한 일이 현실이 됐다. 하지만 환자에게는 최악의 시기"라면서 "최첨단 의료기술이 환자에게 최적의 치료를 제공하는 것은 아니다"라고 말했다.
한국은 물론 미국에서도 말기환자 케어에 대해 많은 비용을 쏟아붓고 있지만 막상 환자가 그것을 진정으로 원하는 치료인가에 대해선 누구도 얘기하지 않는다는 게 그의 지적.
그는 "많은 말기환자들이 병원에서 사망하고 큰 고통을 겪는다. 하지만 높은 비용만 지불할 뿐 환자입장에선 원치 않는 의료일 수 있다"면서 "이는 의료과오 혹은 의료사고와 다르지 않다"고 꼬집었다.
안젤로 볼란데스 교수는 "나 또한 의과대학, 레지던트 등 수년간에 걸쳐 많은 교육을 받았지만 환자와 어떻게 대화해야 하는지에 대해서는 교육 받은 적이 없다"면서 의과대학 교수에서부터 변화가 필요하다는 점을 강조했다.
즉, 최첨단 의료를 현실로 이뤄냈지만 정작 환자가 진정으로 무엇을 원하는가에 대해서는 대화조차 나누지 않고 있는 현실이라는 얘기다.
또한 그는 개인적으로 실시한 연구결과를 소개하며 환자와의 대화의 중요성을 거듭 강조했다.
안젤로 교수는 자신의 환자 및 보호자를 말기치료를 시작하기 전에 중환자실과 투석실 등을 투어하는 프로그램을 운영했다.
환자들의 반응은 폭발적. 중환자실에서 기관삽관하고 누워있는 환자 혹은 CPR도중 사망하는 환자를 본 이들 상당수는 수명연장치료 대신 '제한적 치료' 혹은 '안위 간호'를 택했다.
특히 구두상으로 치료방법에 대해 설명을 들은 환자와 말기치료방법을 정리한 동영상을 본 환자의 선택은 극명하게 갈렸다.
구두상으로 설명을 들은 환자는 26%가 수명연장치료, 52%가 제한적 치료, 22%가 안위간호를 택했지만 동영상을 본 환자집단은 92%가 안위간호를 택했다.
알젤로 교수는 "병원에서 다음 환자를 진료하는 것에 쫒겨 환자와 대화할 시간을 생략하고 있는 것은 아닌지, 환자의 의견은 묻지도 않은 채 그가 구토를 할 때까지 항암치료를 하고 있는 것은 아닌지 스스로에게 질문을 던져야 한다"고 했다.
그는 이어 "병원은 결국 환자를 위해 존재한다"면서 "환자는 최신 의술로 치료를 받는 것 이외 의사와 대화를 나누는 것이 그들의 권리"라고 덧붙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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