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무슨 부귀영화를 누리겠다고 직원들(공무원) 메르스 처분은 모른 체하고 이사장으로 갔을까요."
보건복지부 한 공무원은 지난달 30일 국회 국정조사 특별위원회 증인으로 참석한 문형표 국민연금공단 이사장을 향해 뼈있는 질문을 던졌다.
국회는 이날 박근혜 정부의 최순실 등 민간인에 의한 국정농단 의혹 사건 진상규명을 위한 국정조사 특별위원회(위원장 김성태, 새누리당)를 가동하고 복지부 장차관과 실국장, 문형표 이사장(전 보건복지부 장관) 등 최순실 사태 관련 증인 신문을 벌였다.
문형표 이사장은 국회에 증인으로 출석해 복지부 장관 재직 시 삼성물산 합병 의혹을 전면 부인했다.
여야 의원들은 삼성물산 합병에 찬성표를 던진 연금공단 입장 관련 문형표 당시 장관에게 최순실 사태 의혹을 제기하면서 집중 질의했다.
문형표 이사장은 모든 의혹을 전면 부인하면서 장관 재직 시 삼성물산 합병에 관여하지 않았다는 입장을 고수했다.
문형표 이사장은 박근혜 정부 초대 보건복지부 진영 장관(현 더불어민주당 국회의원)의 기초연금 관련 중도 사퇴로 바통을 이어 2013년 12월부터 2015년 8월까지 1년 8개월간 복지부 장관직을 수행했다.
복지부 내부에서는 문형표 전 장관을 평가절하 한지 오래다.
지난해 메르스 사태로 온 나라가 공포에 떨고 있을 때 방역체계를 총사령관을 맡은 문형표 장관이 사태에 책임을 지고 장관직에 물러나자마자 4개월 만에 국민연금공단 이사장으로 등극했다.
공무원들이 분노하는 이유는 단순한 이사장직 이동이 아니다.
방역체계 최일선에서 역학조사 등에 투입된 복지부와 질병관리본부 의사 공무원을 중심으로 16명의 공무원들이 메르스 사태 책임자로 낙인찍혀 감사원 감사에서 해임과 강등 등 중징계 처분을 받았다.
지난해 메르스 사태 복지부와 질병관리본부 의사 공무원 등 많은 공무원들이 정직과 감봉 등 중징계 처분을 받았다.
지난 4월 인사혁신처의 중앙징계심의위원회를 통해 정직과 감봉 등으로 처분 수위가 한 단계 낮아졌으나, 사직서를 내거나 명예퇴직 신청 등 공직사회 후유증은 여전히 남아 있는 상태이다.
하지만 메르스 방역 총사령관인 문형표 장관은 대통령 발령인 국민연금공단 이사장직으로 되레 영전됐다.
당시 복지부 공무원들 사이에서는 "몸통인 장관이 책임은 커녕 출세가도를 달리고, 깃털인 부하 공무원들만 희생됐다"는 자조 섞인 목소리가 흘러나왔다.
여기에 최순실 사태로 삼성물산 합병 의혹이 제기되면서 공무원들의 불신은 더욱 가중된 상황이다.
문형표 이사장이 최순실 사태 관련 의혹으로 복지부 공무원들의 비판이 고조되는 형국이다. 사진은 2015년 메르스 사태 시 박근혜 대통령이 복지부 세종청사를 방문해 당시 문형표 장관과 대화를 나누는 모습.(사진:청와대 홈페이지)
한 공무원은 "부하 직원들이 해임과 강등 등 사지로 몰리는 상황에서 이사장직을 마다하고 책임지는 모습을 보여야 했다. 최순실 사태 의혹까지 더해져 공무원 입장에서 장관으로 모셨다는 것이 창피하다"고 비판했다.
다른 공무원은 "문 전 장관도 윗선의 오더를 받아 한 일로 억울한 측면이 있겠지만 중앙부처 수장으로서 책임지는 모습은 전혀 볼 수 없었다"면서 "공무원들이 누굴 믿고 소신껏 일할 수 있겠느냐"며 허탈감을 표했다.
복지부 본부 소속 800여명 공무원들은 세월호 사태에 이어 메르스 사태 그리고 올해 최순실 사태까지 매년 끊이지 않은 보건복지 관련 정국 혼란으로 몸과 마음은 이미 얼어붙은 형국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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