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메디칼타임즈=이인복 기자]"신경외과 교수로서 뇌동맥류가 파열된 뒤에야 환자를 만나는 경우가 많았습니다. 이미 손쓰기 어려운 상황을 너무 많이 봤죠. 그렇다면 증상이 없을 때 위험군을 찾아낼 수 없을까. 탈로스는 바로 이 문제 의식에서 출발했습니다."
고가의 영상 검사 없이 일반 건강검진 정보만으로 뇌동맥류 발병 위험도를 예측하는 인공지능(AI) 플랫폼이 나오면서 새로운 가능성을 제시하고 있다.
신경외과 전문의이자 분당서울대병원 교수인 김택균 대표가 설립한 탈로스의 뇌동맥류 위험도 예측 플랫폼 '앤리스크(ANRISK)'가 바로 그 주인공이다.
뇌동맥류는 파열 전까지 뚜렷한 증상이 없는 경우가 많지만 일단 파열되면 사망이나 중증 장애로 이어질 수 있다는 점에서 조기 발견이 무엇보다 중요하다.
하지만 아무런 증상이 없는 모든 수검자에게 자기공명혈관조영술(MRA) 등 영상검사를 권하기에는 비용과 의료자원의 한계가 분명하다.
앤리스크는 바로 이 지점을 겨냥했다. 일반 건강검진에서 확보할 수 있는 정보를 토대로 뇌동맥류 위험이 상대적으로 높은 사람을 먼저 선별하고, 정밀 영상검사를 통해 더 큰 이득을 볼 수 있는 수검자를 제시하는 방식이다.
영상검사를 대체하거나 뇌동맥류를 직접 진단하는 제품이 아니라 정밀검사가 필요한 위험군을 가려내는 선별 도구인 셈이다.
그렇다면 앤리스크는 과연 임상적으로 어떠한 효용성을 가지고 있을까. 탈로스 김택균 대표를 만나 이에 대한 설명을 들어봤다.
파열→치료로 이어지는 한계…미충족 수요가 창업 동력
탈로스는 분당서울대병원에서 뇌혈관 질환을 진료해온 김 대표의 미충족 수요에서 시작했다.
뇌동맥이 파열된 뒤에야 병원을 찾는 환자들을 반복적으로 진료하면서 치료보다 예방이 먼저 이뤄져야 한다는 생각이 그를 창업의 길로 이끈 셈이다.

김택균 대표는 "뇌동맥류 환자를 진료할때 가장 안타까운 순간이 이미 혈관이 파열된 환자를 처음 만날때"라며 "의사 생활 내내 조금만 일찍 위험을 알았다면 결과가 달라졌을 텐데 하는 생각이 반복됐다"고 운을 뗐다.
이어 그는 "의사 한 명이 진료실에서 만날 수 있는 환자에는 한계가 있지만 기술을 활용하면 훨씬 많은 사람에게 예방 기회를 제공할 수 있다고 판단해 창업을 결심했다"고 덧붙였다.
뇌동맥류는 MRA나 컴퓨터단층혈관조영술(CTA)로 확인할 수 있지만 증상이 없는 일반인을 모두 검사하는 것은 현실적으로 어렵다.
또한 가족력이나 고혈압 같은 위험요인만으로 정밀검사 대상을 결정하기에도 한계가 있다. 검사 자체가 고가인데다 자원도 한정적이기 때문이다.
김택균 대표는 "모든 사람에게 MRA를 시행하는 것은 현실적이지도, 효율적이지도 않다"며 "중요한 것은 제한된 검진 자원을 누구에게 먼저 사용할 것인지 판단할 기준을 만드는 것"이라고 설명했다.
이어 그는 "앤리스크는 건강검진 단계에서 개인별 위험도를 추정해 정밀검사를 통해 이득을 볼 가능성이 높은 사람을 선별하는 기술"이라며 "검사를 대체하는 것이 아니라 필요한 사람이 적절한 검사로 이어지도록 돕는 역할"이라고 강조했다.
탈로스가 내세우는 차별점은 기존 의료 영상 AI와 출발점이 다르다는 점이다. 기존 제품들이 CT나 MRI처럼 이미 촬영된 영상을 분석해 병변을 찾거나 판독을 보조하는 데 집중했다면, 앤리스크는 건강검진 단계에서 정밀검사가 필요한 사람을 선별한다.
김택균 대표는 "기존 영상 AI가 촬영 이후 판독 과정의 효율성과 정확도를 높이는 기술이라면 앤리스크는 영상을 촬영하기 전 검진 단계에서 위험군을 찾아내는 기술"이라며 "출발점과 사용 목적 자체가 다르다"고 말했다.
이에 맞춰 김택균 대표는 교수 출신답게 무엇보다 임상적 근거 확보에도 공을 들였다.
국민건강보험 표본 코호트 약 42만명을 기반으로 알고리즘을 개발했고 이후 화순전남대병원에서 검사를 받은 5942명을 대상으로 외부 검증을 진행했다.
김 대표는 "처음부터 대규모 코호트 개발과 외부 검증, 동료심사 논문이라는 정공법을 택했다"며 "의료 AI는 화려한 기능보다 검증된 근거를 통해 신뢰를 쌓는 과정이 우선이라고 판단했기 때문"이라고 말했다.
이어 그는 "결과를 0점부터 100점까지 점수화하고 5개 위험군으로 구분해 의료진과 수검자가 모두 쉽게 이해할 수 있도록 설계했다"며 "위험도를 바탕으로 정밀검사 필요성을 설명하고 의사결정을 돕는 것이 앤리스크의 역할"이라고 설명했다.
"정공법으로 쌓은 근거…임상 현장에서 먼저 알아봤다"
탈로스는 임상적 근거 확보와 함께 실제 검진 현장에서의 활용성 검증에도 집중하고 있다. 현재 대학병원과 검진센터 등을 포함해 국내 약 100개 의료기관이 앤리스크를 활용하고 있으며 기업 건강검진 시장으로도 적용 범위를 넓히고 있다.
대표적인 사례가 SK하이닉스다. 산업보건 프로그램에 앤리스크를 적용하면서 일반 건강검진 결과를 기반으로 뇌동맥류 고위험군을 선별하고, 필요 대상자에게 추가 영상검사를 권고하는 체계를 운영하고 있다.
김택균 대표는 "논문에서 성능을 입증하는 것과 실제 의료현장에서 사용되는 것은 전혀 다른 문제"라며 "의료진이 결과를 신뢰하고 검진 과정에 자연스럽게 적용할 수 있도록 만드는 것이 사업화의 핵심이었다"고 전했다.
이어 그는 "기업 건강검진에서도 직원들이 자신의 위험도를 확인한 뒤 실제로 MRA 검사를 받고 뇌동맥류를 발견한 사례가 이어지고 있다"며 "질환을 진단했다는 의미보다 증상이 생기기 전에 위험군을 찾아 적절한 검사로 연결했다는 점에서 의미가 크다"고 강조했다.
실제로 앤리스크를 통해 고위험군으로 분류된 뒤 정밀검사에서 치료가 필요한 뇌동맥류가 발견된 사례도 축적되고 있다. 탈로스는 이러한 임상 경험을 기반으로 의료기관과 협력을 확대하고 있다.
김 대표는 "현장에서 가장 많이 듣는 반가운 이야기가 실제로 환자를 발견했다는 피드백"이라며 "그럴 때마다 기술이 논문 속에 머무는 것이 아니라 실제 예방으로 이어지고 있다는 점을 실감한다"고 말했다.
이러한 임상 현장의 반응을 토대로 탈로스는 해외 시장으로 눈을 돌리고 있다.
일본과 대만에서 의료기기 인증 절차를 진행하고 있으며 베트남과 중국에서도 현지 파트너십 구축을 확대하고 있다. 국가마다 의료제도는 다르지만 예방 중심 검진 수요가 증가하고 있다는 점에서 사업 가능성을 확인하고 있다는 설명이다.
김택균 대표는 "뇌동맥류는 특정 국가만의 질환이 아니라 전 세계적으로 공통된 의료 문제"라며 "건강검진 체계를 갖춘 국가라면 충분히 적용 가능한 모델이라고 판단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이어 그는 "일본과 대만은 예방의료에 대한 관심이 높고 건강검진 인프라도 잘 갖춰져 있어 가능성이 크다"며 "중국과 베트남 역시 현지 의료기관들과 협력을 확대하며 사업 기반을 만들어가고 있다"고 밝혔다.
미국 시장도 마찬가지다. 김 대표는 존스홉킨스병원과 함께 미국 환자 데이터를 활용한 외부 검증 연구를 진행하고 있으며 이를 기반으로 미국 시장 진출을 위한 근거 확보에 나서고 있다.
김 대표는 "AI 의료기기는 결국 국가별 의료환경에서 다시 검증받아야 한다"며 "국내에서 입증했다고 끝나는 것이 아니라 미국 데이터를 통해 다시 한번 객관적인 근거를 확보하는 과정이 중요하다"고 지적했다.
이어 그는 "국내에서는 기업과 건강검진 시장을 중심으로 보급을 확대하고 해외에서는 각 국가 의료환경에 맞는 형태로 서비스를 확산하는 것이 목표"라며 "궁극적으로는 누구나 건강검진을 통해 뇌혈관질환 위험을 확인하고 필요한 검사를 받을 수 있는 환경을 만들고 싶다"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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