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퇴임 후에도 복지부 공무원들 염려한 '작은 거인'

이창진
발행날짜: 2017-01-04 05:00:00

이태한 전 실장, 특검 소신고백 회자…후배 공무원들 처분 우려

국정농단 사태로 보건복지부 전 장관이 구속되는 초유의 사태 속에 특검의 칼끝을 바라보는 공무원들의 긴장감이 고조되고 있다.

3일 보건복지부(장관 정진엽)에 따르면, 지난달 31일 박영수 특검에 첫 구속된 문형표 전 장관(국민연금공단 이사장) 수사 여파가 복지부 관련 공무원들에게 확산될지 노심초사하는 모습이다.

문형표 전 장관은 삼성물산과 제일모직 합병 과정에서 영향력을 행사한 혐의로 구속된 후 삼성물산 합병 찬성을 대통령 지시로 했다는 점을 시인했다는 소식이 연일 공중파를 통해 추가 보도됐다.

특검은 지난달 31일 문형표 전 복지부 장관을 삼성물산 합병 외압을 행사한 혐의로 구속했다. 사진은 2015년 메르스 사태시 복지부 세종청사를 방문한 박근혜 대통령과 문 장관 모습. (사진:청와대 홈페이지)
특검은 박근혜 대통령 뇌물죄 입증에 집중하고 있으나, 세종청사 복지부 내부는 공무원들에게 미칠 파장을 우려하고 있다.

메르스 사태 시 행정처분 공무원을 외면한 무책임한 모습으로 마음은 떠났지만, 한 때 장관으로 모신 상관이 수의복을 입고 특검에 불려 나오는 영상을 바라보며 안타까움과 측은지심을 감추지 못하는 상황이다.

앞서 특검은 연금정책국을 압수수색한 데 이어 관련 국과장을 참고인 자격으로 불러 합병 관련 혐의를 추궁했다.

해당 국과장이 장관 지시로 했음을 토로하면서 관련 공무원들의 처분도 배제할 수 없다는 보도가 이어졌다.

그런데 갑자기 문 전 장관이 구속되면서 복지부 관련 공무원들 보도는 사라졌다.

일각에서는 삼성물산 합병과 관련 2015년 연금정책국을 총괄한 이태한 인구정책실장의 소신 발언이 작용했다는 후문이다.

이태한 전 실장(행시 31회, 서울대 사회학과)은 2015년 8월 20년 공직생활을 마감하고 명예 퇴직했다.

당시 이태한 실장의 갑작스런 사표제출과 퇴임을 놓고 호남 출신 찍어내기와 청와대 개입설 등 다양한 추측이 회자됐다.

그는 보건의료정책실장 시절 의약단체를 릴레이 방문하는 파격적인 행보를 보이며 보건의료계와 신뢰 구축에 총력을 기울였다.

일반 회사 생활을 거쳐 늦깎이로 행정고시를 패스한 그는 복지부 내부에서 일 중독으로 불리며 자기관리가 철저한 '작은 거인'으로 많은 후배 공무원들의 귀감이 됐다는 평가.

이태한 전 실장이 특검에 출석했는지 여부는 명확하지 않다.

괴로운 공무원들 "지시 따르면, 영혼없다-항명하면, 인사 불이익"

다만, 일부 언론에서 그의 중도 하차가 삼성물산 합병 지시에 문제를 제기한 데 따른 인사 조치로 청와대 지시라는 문 전 장관의 통보였음을 확인한 특검발 보도로 짐작할 수 있다.

이태한 전 실장.
그동안 '나가라고 해서, 그만뒀다'는 짧은 답변만 남기고 침묵해 온 그가 문 전 장관의 혐의 부인 속에 후배 공무원들이 일방적으로 다칠 수 있다는 염려에서 소신 고백을 했다는 주장이 설득력을 얻고 있다.

분명한 것은 국과장에게 가혹할 만큼 냉정하면서도 사무관과 주무관 그리고 세종청사 방호직원에게 조차 반갑게 인사하는 이태한 전 실장의 평소 소신에 비춰볼 때 문 전 장관 혐의 인정과 관련 공무원들 처분 경감에 일정부분 관련 있다는 시각이다.

복지부 공무원은 "특검 압수수색 이후 이어진 복지부 공무원들의 처분 보도가 갑자기 사라졌다. 이태한 전 실장이 특검에 출석했다는 소식은 듣지 못했지만 문 전 장관 구속과 혐의 시인에 직간적으로 영향을 미친 것 같다"며 “아직 특검이 진행 중인 만큼 해당 공무원들에게 어떤 결과로 이어질지 지켜봐야 한다”고 귀띔했다.

다른 공무원은 "수의복을 입은 문 전 장관 모습을 보니 마음이 착잡했다. 그동안 처사와 행보로 비판은 받았지만 한 때 모신 상관이 수의복 차림으로 구속된 모습은 안타깝다"면서 "상관의 명을 따르면 영혼 없는 공무원이라고 지적하고, 소신을 지켜 항명을 하면 인사 불이익을 주는 관료사회에서 무엇이 올바른 처사인지 답이 없다"고 토로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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