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초점=현지확인제도 합의안 발표|
대한의사협회와 국민건강보험공단이 면담을 통해 현지확인 개선 합의안을 내놨다. 하지만 알맹이가 없다는 지적이 이어지고 있어 공분을 진화하기에 한계가 있을 것으로 보인다.
현재 현지확인 규정과 큰 차이가 없는데다 구체적인 개선 로드맵도 전무하다는 점에서 장외 시위까지 번지고 있는 의료계의 분노를 억제하기는 쉽지 않은 이유다.
현지확인 개선안 합의…부실한 내용 도마위
대한의사협회와 국민건강보험공단은 비공개로 면담을 갖고 3가지 현지확인 개선안에 합의, 11일 공동 자료를 통해 이를 공개했다.
요양기관과 협의한 경우만 현지확인을 실시하고 요양기관이 이를 거부할 경우 현지확인을 즉각 중단하는 것이 합의안의 골자다.
또한 규제가 아닌 계도로 정착시킨다는 목표로 다빈도 환수 사례에 대한 설명회를 개최할 예정이며, 수진자 조회 등 현지확인 제도 개선을 위해 협의해 나가기로 합의했다.
이처럼 의협과 공단이 서둘러 현지확인 개선 합의안을 내놨지만 과연 장외 시위로 까지 번지고 있는 의료계의 공분을 진화할 수 있을지는 미지수다.
뚜렷한 개선 방안이 나오지 않은데다 문구와 합의 내용도 두루뭉술할 뿐 구체적인 로드맵 또한 없기 때문이다.
의협 임원을 지낸 A 원장은 "그 소동을 벌어가며 만든 합의안이 이것 뿐이라면 오히려 만나지 않는 편이 나았다"며 "의협 입장에서는 회원들에게 사과해야 할 일"이라고 강하게 비난했다.
그는 이어 "도대체 구체적인 개선책은 찾아볼 수도 없고 고민한 흔적조차 찾아보기 힘들다"며 "우선 지금 상황을 모면해 보자는데 의협과 공단이 합의한 느낌"이라고 지적했다.
실제로 이번 합의안을 들여다보면 새로운 내용을 찾아보기 힘든 면이 있다.
요양기관과 협의한 경우만 현지확인을 실시하기로 합의했지만 이는 이미 유권해석을 통해 지금도 적용되고 있는 항목이다.
지난 2003년 법제처가 내놓은 현지확인 범위와 의미에 대한 유권해석을 통해 임의적인 협력이 전제돼야 현지확인이 가능하도록 명시했기 때문이다. 결국 지금도 요양기관이 현지확인을 거부할 수 있다는 의미다.
요양기관이 현지확인을 거부할 경우 즉각 중단한다는 합의안도 이러한 면에서 크게 다르지 않다. 지금도 요양기관은 현지확인을 거부할 수 있으며 현지조사를 요구할 수 있는 권한이 있다.
A 원장은 "결국 현지확인 거부가 현지조사로 이어지고 더 높은 징계를 받게 되는 가장 큰 문제는 그대로 두고 이미 적용되고 있는 부분을 말장난으로 포장한 것 아니냐"며 "이걸 왜 합의한 것인지 모르겠다"고 꼬집었다.
면담 자체 지적도 줄이어…"끝이 아닌 시작일 뿐"
일각에서는 대한의사협회장이 직접 공단 상임이사를 만난 것 자체가 잘못이라는 지적도 내놓고 있다. 면담의 격이 맞지 않는다는 것이다.
이번 면담에서 의협은 추무진 회장을 비롯해 김숙희 부회장, 임익강 보험이사가 배석했다. 공단은 장미승 급여상임이사를 비롯, 서일홍 급여관리실장, 조용기 보험급여실장, 이종남 수가급여부장이 자리했다.
이를 두고 이사급 면담에 왜 회장이 나갔는지에 대한 지적이 나오고 있는 셈이다.
의협 임원을 지낸 B원장은 "공단 이사장이 왔다면 응당 회장이 나갔어야 맞지만 공단에서 이사가 왔는데 왜 회장이 나갔는지 의문"이라며 "이사대 이사로 실무 면담을 갖던 수장대 수장으로 만남을 갖던 했어야 한다"고 지적했다.
또한 그는 "결국 공단 입장에서는 이사장을 뒤로 숨기고 여지를 남겼지만 의협은 모든 패를 다 내놓은 셈"이라며 "이런 협상을 했다는 것 자체가 비난받을 일인데 결과물 또한 변변치 않으니 이 상황을 어찌하려는지 모르겠다"고 덧붙였다.
이에 대해 의협은 이제서야 출발선에 섰을 뿐 섣부른 비판이나 지적은 금물이라는 입장이다. 이제 시작인데 벌써 평가를 내리는 것은 비합리적이라는 것이다.
의협 김주현 기획이사 겸 대변인은 "공단과의 면담은 끝이 아닌 시작일 뿐"이라며 "지금 이 합의문으로 끝나는 것이 아니라 이를 통해 개선의 가능성을 열고 구체적으로 논의를 이어나가는 것 아니겠냐"고 반문했다.
그는 "임기 동안 두번이나 발생한 통탄할 사건에 대해 추무진 회장 또한 분노하고 있고 꼭 개선해야 한다는 의지가 강하다"며 "섣불리 평가를 내리기 보다는 올바른 방향으로 개선이 될 수 있도록 의료계가 힘을 모아줘야 한다"고 당부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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