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90년대 초반에도 노인세부전문의 논의를 시작했다가 시기상조라는 이유로 흐지부지 된 바 있다. 쟁점화하는데 20여년이 흘렀다. 이번이 아니면 기회는 없을 것이다."
장학철 노인병학회 이사장
오는 26~27일 제주 메종글래드호텔에서 열린 노인병학회 춘계학술대회에 앞서 지난 24일 만난 장학철 이사장(분당서울대병원)은 노인세부전문의 제도에 대해 배수의 진을 치는 각오로 임하고 있다고 말했다.
이미 의료계뿐만 아니라 경제학자들 또한 노인문제 특히 노인 의료비 급증은 향후 우리 경제에 상당한 부담으로 작용할 수 있다는 경고를 하고 있는 만큼 노인세부전문의 논의를 더이상 늦출 수 없다는 입장이다.
그는 "현재 노인인구 증가율 등을 감안할 때 노인세부전문의가 500~1000명이 필요할 것으로 예상된다"면서 "당장은 어렵다. 3~5년간 단계적으로 인력을 교육, 양성해나가야 한다"고 했다.
이번 춘계학술대회에서도 최대 쟁점은 노인세부전문의.
노인전문의 제도의 필요성부터 만약 시행한다면 현재 의료시스템 하에서 어떤 포지셔닝이 적절한지, 인력은 얼마나 필요한지 등에 대해 통계적 근거를 바탕으로 논의를 진행할 예정이다.
장 이사장은 "학회 차원에서 노인세부전문의 수련에 대한 프로그램 및 가이드라인 등을 마련하고 있지만 더 중요한 것은 보다 많은 수련병원이 각각 수련프로그램을 마련해 운영하는 것"이라고 말했다.
환자를 진료하는 해당 병원에 변화가 생겨야 실제적으로 노인병 관련 임상연구 및 지침 개발이 활성화 될 것이라는 게 그의 설명이다.
그는 이어 "현재 분당서울대, 서울아산병원, 전남대병원 등 일부 대학병원만이 노인질환을 별도로 다루는 과를 갖추고 운영 중"이라면서 "보다 많은 병원이 참여해 해당 분야 전문 인력을 양성하는 게 중요하다"고 강조했다.
현재 노인세부전문의 논의는 대한의학회 차원에서 제도화 논의를 진행 중으로 아직 결론 나지 않은 상태.
장 이사장은 "여전히 반대 여론이 있지만 비관적으로 생각하지 않고 있다"면서 "결과를 예측할 순 없지만 만약 제도화 된다 하더라도 반대했던 일부 전문과목을 배척할 생각은 없다"고 잘라 말했다.
신경과, 재활의학과 등 노인세부전문의 제도에 반대하는 것을 염두에 둔 것.
그는 "현재 노인전문의제도를 반대하는 의료진 상당수가 노인질환 분야에서 전문성을 갖추고 있다"면서 "이들에게 더 적극적으로 문호를 개방해 향후 전문가 양성에 역할을 할 수 있도록 해야한다"고 했다.
그는 더 나아가 정부의 제도적 지원이 뒷받침 된다면 의료계 반대 여론도 바뀔 수 있을 것이라고 내다봤다.
가령, 노인세부전문의를 채용한 요양병원에 수가 가산을 해주는 등의 인센티브 정책을 실시한다면 의료현장에서 빠르게 정착할 수 있을 것이라는 얘기다.
장학철 이사장은 "노인세부전문의는 환자를 치료하는 것도 있지만 적절한 시점에 적절한 전문적인 치료를 받을 수 있도록 환자를 전원해주는 역할도 있다"면서 "진료영역의 축소는 없을 것"이라고 거듭 강조했다.
그는 "일각에서 밥그릇 싸움으로 몰고가는 것은 안될 일이며 거시적인 목표를 갖고 함께 논의해야한다"고 덧붙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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