헬스케어 서비스 사업에 뛰어든 A사 대표가 자금 마련을 위해 펀딩을 받으러 다니다가 투자자들에게 가장 많이 들은 말이다.
이 대표는 '어디에도 없는 새로운 시도를 해보려고 하는데, 비슷한 회사라니…?'라는 황당함을 안고 발길을 돌려야 했다.
디지털 헬스케어 스타트업 기업에 대한 우리나라의 투자 현실이다. 디지털 헬스케어 전문가들은 투자자들의 이 같은 반응이 흔한 일이라며 고개를 끄덕인다.
개인건강기록(PHR) 사업을 하고 있는 B업체 대표는 "우리나라는 새로운 이슈에 대해 인색하다"며 "아이디어를 이야기하면 비슷한 아이템을 가진 다른 회사 유무, 해외 사례 등 구체적인 레퍼런스를 요구한다"고 털어놨다.
이어 "시장에서 살아남을 수 있다는 게 담보되지 않으면 투자에 소극적인 분위기"라며 "차라리 잘 나가는 제품을 그대로 모방한 카피캣 사업이 더 투자를 받기 쉽다"고 꼬집었다.
즉, 새로운 사업을 하고 싶어도 투자 받기 힘든 환경이라는 것이다. 하물며 '데이터'라는 눈에 보이지도 않는 것을 사업으로 해보겠다는 데 선뜻 투자를 받아내기란 쉽지 않은 일.
실제 비표준화돼 있는 전자의무기록(EMR) 시스템을 만들기 위해 사업을 시작한 N사는 1차 투자를 받은 후 8~10년을 버텼지만 올해 초 사업을 결국 접었다. N사 대표는 소프트웨어 마에스트로를 할 만큼 업계에서는 능력을 인정받았지만, 그의 결과는 신용불량자.
한국보건산업진흥원이 2015년 발표한 '헬스케어 산업의 창업 동향과 활성화 방안' 보고서에 따르면 헬스케어 산업 특성상 창업부터 성공까지 통상 7~10년이 걸리는데 자본을 투입하는 엔젤투자 및 벤처투자 생태계가 절대적으로 부족하다.
우리나라 업종별 벤처 투자에서 바이오, 의료 등 헬스케어 분야 투자 비중은 지난해 9월 기준 처음 20%대를 돌파해 23.2%다. 미국 50%대, 유럽 60%대와 비교하면 투자가 한참 저조한 상황이다.
현대경제연구원의 '국내외 스타트업 현황과 시사점' 보고서를 보면 벤처 투자 규모가 늘어난다고 해도 수혜를 보는 벤처기업은 3.3% 수준에 불과하다.
헬스케어 장비를 개발하는 C업체 대표는 "과거 헬스케어 시장은 하나의 완결성 있는 제품으로 나오는 기기 중심이었다"며 "최근에는 기기에 데이터가 결합해 여러 상황을 접목할 수 있는 형태로 가고 있다. 새로운 시도에 대한 보수적인 시각부터 바꿔야 한다"고 목소리를 높였다.
"정부도 보수적…유권해석 만이라도 적극적으로"
보수적인 시각을 바꿔야 할 상대는 투자자만이 아니다. 정부도 그렇다.
민간에서 투자를 받기 어려운 현실이라 정부의 지원은 벤처기업들에게는 한줄기 빛이다. 하지만 법의 한계를 보완해야 하는 역할에 있어서는 정부도 보수적이라는 지적이 잇따르고 있다.
B업체 대표는 진료기록 열람을 다루고 있는 의료법 21조를 예로 들었다. 환자가 본인에 관한 기록의 열람이나 사본의 발급 등 내용 확인을 요청할 수 있으며 의료기관은 정당한 사유가 없으면 거부해서는 안된다는 내용을 담고 있다.
그는 "환자가 요구하면 진료기록 사본을 받을 수 있도록 법에서 강제하고 있지만 어떻게 줘야 하는지에 대한 정의가 없다"며 "종이나 CD 형태로 주는 게 일반화돼 있어 온라인으로 전송이 가능한 지에 대한 확실한 답이 없다"고 허점을 짚었다.
이어 "이런 부분은 법을 고치기보다는 정부의 유권해석만 있어도 되는 부분"이라며 "정부가 보다 적극적으로 대응할 필요가 있다"고 덧붙였다.
정부 차원에서 개인이 자신의 PHR을 어디서든지 편리하게 다운로드할 수 있는 서비스를 구현하기 위한 시범사업까지 진행하고도 거기서 끝이다.
B업체 대표는 "시범사업 후 서비스를 상용화를 한다는 것은 새로운 사례를 만든다는 것"이라며 "시범사업 참여한 병원들은 눈치 보기만 하고 있고, 정부도 시범사업까지 한 만큼 중재에 나서줘야 하지만 조용하다"고 지적했다.
그러면서 "의료 시장은 단순히 약을 처방하는 것에서 콘텐츠를 처방하는 개념으로 바뀌고 있다"며 "시대적 흐름에 발맞춰 정부도 보다 더 전향적으로 바뀌어야 한다"고 강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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