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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논문 부담없이 환자 집중하고파 선택한 길…입원전담의"

발행날짜: 2017-08-07 06:00:59

현장서울대병원 내과 입원전담의 병동을 가다…그들의 열정과 고민

|메디칼타임즈가 간다| 서울대병원 입원전담전문의 병동을 가다_상편

"연구논문에 대한 부담 없이 원없이 환자진료만 하고 싶어서 이 길을 택했다."

서울대병원가 올해 3월부터 운영 중인 입원전담전문의 병동을 책임지고 있는 호스피탈리스트 5명은 짠듯이 이처럼 지원동기를 밝혔다.

서울대병원 입원전담전문의 5명 중 2명, 이재현 교수(류마티스내과 펠로우 1년차 도중 합류)와 하혜림 교수(종양내과 펠로우 1년차 도중 합류)를 제외한 3명은 모두 본원에서 내과 레지던트 수련 직후 지원한 케이스.

좌측부터 이재현, 한승준, 이현정 교수
한승준 교수(82년생)는 "레지던트 3년차부터 입원전담전문의 트랙에 대해 관심을 갖고 지켜봤다"면서 "평소 연구하고 논문을 발표하는 것보다 환자진료에 집중할 수 있다는 점에 매력적이었다"고 지원동기를 전했다.

한 교수 이외에도 4명의 입원전담전문의 모두 논문에 대한 스트레스는 없으면서 자신이 맡은 환자를 볼 수 있다는 점을 가장 강력한 지원동기로 꼽았다.

지금까지 대학병원 교수라 함은, 환자 진료 이외에도 연구와 논문 등 두루 역량을 갖추는 것을 기본으로 했다.

최근에는 연구 업적이 없는 교수에 대해서는 강력한 패널티를 부여할 정도로 교수가 갖춰야할 중요한 능력으로 꼽히지만 입원전담전문의는 병동 환자 케어에만 주력하면서 교수 트랙을 기대해볼 수 있다는 점에서 메리트가 있다.

이현정 교수(86년생)도 "개원가에선 경증환자 중심이라 배운 것을 써먹을 수 없고 병원에 남으려니 논문에 대한 부담감이 있었다"라면서 "그런 점에서 '입원전담전문의'라는 새로운 트랙은 내가 찾던 길"이라고 말했다.

문성도 교수(80년생)는 부수적인 지원동기로 내과 전문의로서 원칙을 지키면서 소신진료를 할 수 있다는 점을 꼽았다.

그는 "개원하면 수익적인 측면에 신경을 쓸 수밖에 없다. 소신 진료를 하고 싶어도 요양급여 삭감에 대한 두려움을 안고 살아야 하는 게 현실"이라면서 "입원전담의는 대학병원에서 법무팀, 보험심사팀 등 각 분야별로 전문가의 협력을 받으면서 진료를 할 수 있다는 점에서 좋을 것 같았고, 역시나 만족스럽다"고 했다.

좌측부터 하혜림, 문성도 교수
◇서울대병원 입원전담전문의 시스템 "진료 연속성 높이고 피로도 낮추고"

5명의 입원전담전문의들은 내과 외래에서 입원이 필요한 환자를 위한 29병상, 응급실 내원환자를 위한 16개 병상을 합해 총 45병상을 책임진다.

암 환자 뿐만 아니라 일반 내과질환자가 두루 입원한다는 점에서 서울아산병원과 다르며 응급실에는 전혀 관여하지 않는다는 점에서 분당서울대병원과도 다른 시스템.

서울대병원은 내과 각 분과 교수가 외래나 응급실에서 입원이 필요하다고 판단한 환자의 경우 해당 병동에서 입원전담의 진료를 받게된다.

근무형태는 주간 2주, 야간 1주 근무 후 2주간 휴식을 갖는 시스템으로 주당 계산해보면 주 43.6시간 근무하는 꼴. 입원전 담전문의 5명이 365일 24시간 병동을 지키며 전공의는 단 한명도 없다.

평일 주간은 오전 8시~오후 6시까지 2명이 근무하고, 평일 야간은 오후 6시~다음날 오전 8시까지로 1명이 근무하는 식이다.

주말은 토요일 주간은 오전 8시~오후 2시까지, 야간은 오후 2시~일요일 오전 10시까지이며 일요일 주간은 오전 10시~오후 4시, 일요일 야간은 오후 4시~월요일 오전 8시까지다.

이 스케줄의 최대 장점은 진료의 연속성과 함께 15일 오프가 가능하다는 점이다. 주간에서 봤던 환자를 야간 근무에서 이어서 볼 수 있기 때문에 주·야간으로 근무가 바뀌어도 본인이 봤던 환자를 이어서 볼 수 있다.

◇서울대병원 입원전담전문의 병동의 강점은…자율성·독립성

이 병동만의 특장점은 의사로서의 자율성이 보장된다는 점이다.

이들에 따르면 지난 3월, 제도 시행 초기부터 내과 차원에서 입원전담전문의 병동에 환자를 맡겼으면 기존 교수의 회진을 제한할 정도로 호스피탈리스트의 자율성 확보를 강력하게 추진했다.

그 덕분에 6개월째인 8월 현재, 입원전담전문의 5명은 병동 환자에 대해서 만큼은 독자적인 진료시스템이 자리를 잡았다.

이재현 교수(85년생)는 "과 차원에서 교수님들이 우리의 자율성을 보장해주기 위해 신경을 쓰고 있다는 것을 느낀다"고 했으며 한승준 교수는 "자율성이 큰 만큼 환자에 대한 책임감도 크다"면서 "확실히 전공의 시절과는 무게감이 다르다. 내 환자라는 생각이 든다. 기분좋은 부담감"이라고 말했다.

이날 주간 근무자인 문성도 교수(좌)와 한승준 교수(우)가 병동 내 스테이션에서 근무중인 모습.
하혜림 교수(80년생)는 "집중적으로 노하우를 쌓을 수 있어 이렇게 몇년이 지나면 입원환자 진료 전문성을 확실하게 갖출 것 같다"고 덧붙였다.

이와 함께 타 분과에 비해 조직이 유연하다는 점도 강점이다.

입원전담의 5명 모두 본원 레지던트 출신으로 기존부터 안면을 익혔던 사이. 비슷한 환경에서 수련을 받아 병원 시스템에 익숙하고 연배도 비슷해 환자 진료에 대한 의견교류도 원활하다.

◇입원전담의들의 고민은…불안한 미래

이들의 현재 업무 만족도는 매우 높았다. 하지만 그들에게도 '불안한 미래'에 대한 고민은 있다.

이들은 1년 계약직이지만 채용 당시 '심각한 결격사유가 없는 한 재계약을 원칙으로 한다'라는 문구를 명시했을 만큼 장기 근속을 보장했다.

문제는 '얼마나 장기근속 할 것인가'라기 보다는 '얼마나 강력한 비전을 제시해주는가'이다.

실제로 입원전담전문의 5명 모두 미래에 대한 불안감을 느끼는 이유는 내년 재계약에 대한 고민이 아니었다. 5년후, 10년후 자신의 미래가 그려지지 않는다는 점이었다.

하혜림 교수는 "몇년 후 우리의 모습이 예측이 안된다는 점이 불안하다"면서 "기존에 트랙을 선택한 동료들은 시간이 지나면서 부교수, 정교수 등 수순을 밟겠지만 우리는 장담할 수 있는 게 없다"고 말했다.

좌측부터 문성도, 이현정, 이재현, 하혜림, 한승준 교수
가령, 5년이 지나도 보직은 '진료교수' 신분으로 연봉이나 직위에 변화가 없다면 과연 그때에도 지금처럼 열정적으로 일할 수 있을 것인지 의문이라는 게 그의 설명이다.

한승준 교수는 "병원 측에서 구두상으로 '원할 때까지 근무해도 좋다'고 하더라도 안정적인 트랙 없이 제자리 걸음만 한다면 미래를 꿈꿀 수 없을 것"이라고 했다.

문성도 교수는 "지금은 인력이 부족하니 병원 측에서도 장기계약을 원할 수 있지만 시간이 흘러 우리가 체력이 떨어졌을 때에도 이를 유지할 수 있을 지 의문"이라면서 "그때가서 다른 길을 선택할 수도 없으니 그에 대한 불안감이 있다"고 말했다.

이들이 원하는 것은 입원전담전문의로 경력과 전문성을 쌓아 깊이를 더해가는 것과 동시에 이를 병원 내에서도 연봉이나 직위를 통해 인정받을 수 있는 새로운 트랙이다. 이들은 이것이 곧 입원전담전문의의 미래라고 믿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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