재판결과에 따라 의료법인 인수합병 첫 사례이자 의료영리화의 단초가 될 수 있다는 점에서 보건의료계 이목이 집중되고 있다.
서울회생법원 제14부(재판장 이진웅 부장판사)는 21일 보바스기념병원을 운영하는 늘푸른의료재단 회생계획안 인가를 판결한다.
늘푸른의료재단은 지난해 서울중앙지법에 회생절차를 신청했고, 입찰에 참여한 호텔롯데가 총 2900억원을 투입하면서 우선협상대상자에 선정됐다.
현 의료법에는 의료법인 설립 기준 등을 명시했지만 인수와 합병 관련 내용을 적시하지 않았다.
그동안 복지부는 유권해석을 통해 의료법인 매매 불가 입장을 고수해왔다.
대기업인 호텔롯데는 법의 맹점을 파고 들었다.
롯데 측이 보바스병원을 운영 중인 늘푸른의료재단에 600억원을 무상 출연하고, 5년간 2300억원 등 총 2900억원을 투입하는 대신 재단 의결권을 지닌 이사회를 구성할 수 있는 권한을 얻게 된 셈이다.
늘푸른의료재단 소유권을 유지한 채 자본 투입으로 법인 이사회 구성 권한만 부여받는 모양새로 법적으로 문제가 없다는 게 재단 측 입장이다.
복지부가 지난 18일 서울회생법원에 제출한 의견서를 통해 "호텔롯데가 실질적으로 법인 운영에 관여할 수 있어 인수합병과 유사한 효과를 낼 수 있다는 우려의 시각이 있다"고 밝혔다.
복지부도 법령의 미비점을 인정한 셈으로 '불가'가 아닌 '우려'라는 용어를 사용한 것이다.
복지부는 법원 판결결과와 무관하게 재발 방지 차원에서 관련 법령과 제도 개선 검토에 들어간다는 방침이다.
의료기관정책과(과장 정은영) 관계자는 전문기자협의회 소속 기자들과 만나 "보바스기념병원 사례는 실질적인 의료법인 인수합병으로 보기 어렵지만 위법 소지를 배제할 수 없는 애매한 상황"이라면서 "유사한 사례가 발생할 가능성이 있는 만큼 재판 결과와 무관하게 의료법인 인수합병 관련 제도를 정비할 계획"이라고 답했다.
복지부는 현재 '채무자 회생 및 파산에 관한 법률' 개정을 검토 중인 상태이다.
국회도 대기업 의료법인 진출에 촉각을 곤두세우고 있다.
여당 관계자는 "호텔롯데의 보바스기념병원 인수는 대기업의 병원 진출과 의료영리화의 단초가 될 수 있다"면서 "복지부가 미흡한 관련 법령을 시급히 보완해야 한다"고 지적했다.
중소병원들 역시 법원 판결을 주시하고 있다.
의료법인 한 원장은 "부실 의료법인의 경우, 인수합병 금지로 인해 파산할 수밖에 없는 구조"라면서 "의료기관으로 제 기능을 수행할 수 있도록 퇴로를 마련해 줄 필요가 있다"고 주장했다.
다른 중소병원 원장은 "의료법인이 오랜 시간 요구한 인수합병 불가 방침이 법원 판결로 한순간에 바뀌는 어처구니없는 일이 벌어질 수 있다"면서 "자본을 지닌 기업과 병원에서 회생절차에 따른 의료법인 인수 차원의 법원행으로 확산될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다"고 우려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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