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재인 케어에 대응하기 위한 대한의사협회 비상대책위원회 구성이 속도를 내고 있지만 가장 중요한 예산 문제에 갈등 소지가 있다는 점에서 우려의 목소리가 나오고 있다.
과거 규제기요틴 비대위 사건을 떠올리며 명확한 정리가 필요하다는 주장에 힘이 실리고 있다. 임시총회를 통해 사후 보고로 의결이 되기는 했지만 정관과의 충돌이 불가피한 이유다.
의협 임원을 지낸 A원장은 "직역 대표로 비대위에 참여하게 될 듯 한데 이번에도 예산이 걱정"이라며 "현안에 관심이 있는 의사라면 누구나 기요틴 사건을 알고 있지 않느냐"고 털어놨다.
현재 대한의사협회 정관상 비대위의 예산은 의협 회장의 승인으로 배정하도록 규정하고 있다. 즉 추무진 회장의 사인이 있어야 예산을 집행할 수 있다는 의미다.
이로 인해 과거 규제기요팀 비상대책위원회가 구성됐을 당시 전문위원 회의비를 비롯한 자문료 등을 두고 예산 집행이 늦어지며 갈등을 빚기도 했다.
권한에 대한 입장차를 좁히지 못해 비대위와 대의원회, 집행부간에 갈등이 불거지면서 예산 지급이 미뤄지거나 일부를 삭감하는 상황이 벌어졌던 것.
특수한 상황에서 발족한 비대위는 통상의 결재 계통에서 벗어나야 한다는 주장과 의협의 최종 결정권자는 회장인 만큼 회무에 대해 판단해 결재할 수 있는 권한이 있다는 의견이 충돌한 셈이다.
여기에 공정거래위원회에서 고지한 5억원의 과징금 납부를 두고도 비대위와 집행부간 의견차를 보이면서 투쟁과 협상 권한에 대한 논란이 일었지만 결국 해결되지 못한 채 마무리가 된 것도 사실이다.
최근 개최된 임시총회에서도 이같은 문제에 대한 논란이 일기도 했다. 과거와 같이 추 회장이 예산을 틀어쥐면 비대위가 제대로 운영될 수 없다는 지적에 무게가 실린 것이다.
따라서 대의원들은 비대위의 모든 예산을 선 지출, 후 보고하는 것으로 우선 의결을 마친 상태다. 예산을 우선 쓰고 추후에 추무진 회장과 임수흠 대의원회 의장에게 보고하는 형식이다.
이러한 방식이 만약 추 회장을 비롯한 집행부와 마찰이 없다면 무난하게 진행은 가능하다. 하지만 만약 갈등이 생길 경우 또 다른 논란을 불러올 소지가 많다는 점에서 우려가 나오고 있다.
추무진 회장이 적극적으로 이를 수용하지 않을 경우 결국 의협 정관이 우선이냐 대의원회 의결이 우선이냐를 두고 논란을 벌여야 하는 이유다.
A대의원은 "비대위에 더욱 힘을 싣고자 했다면 아예 정관 개정으로 방향을 잡았어야 한다"며 "정관은 그대로 두고 사후 보고로 의결을 했다는 점에서 문제가 생길 경우 또 다시 소모적인 논쟁이 불가피하다고 본다"고 지적했다.
이어 그는 "기요틴 비대위 당시 갈등도 결국 최고 의결 기구인 대의원회 의결이 우선이냐 정관에 따른 회장 권한이 먼저냐를 두고 불이 붙었던 것 아니냐"며 "사실 집행 방식을 사후보고로 결정했을 뿐 원론적으로 들어가면 그때와 다를 것이 없는 상황"이라고 강조했다.
이에 따라 과연 추무진 회장을 비롯한 집행부가 얼마나 비대위에 힘을 보탤지가 결국 예산을 움직이는 열쇠가 될 것이라는 전망이다.
이후 추무진 회장과 비대위간에 교통정리가 어떻게 되는가에 따라서 비대위의 활동폭이 결정될 수 밖에 없기 때문이다.
비대위원으로 추천된 B대의원은 "탄핵 직전까지 몰렸던 추 회장이 그때와 같은 갈등을 빚을 것이라고는 생각하지 않지만 이에 대한 부분은 비대위 출범 전에 정리를 해야한다고 생각한다"며 "첫 회의때 분명 이러한 논의가 이뤄질 것으로 보고 있다"고 말했다.
아울러 그는 "추 회장으로서는 여러가지 많은 생각들이 있겠지만 지금 상황에서는 어떻게든 비대위를 적극적으로 지원하며 힘을 실어주는 것이 회원들이 바라는 회장의 모습일 것"이라며 "공과든 회장 선거든 일단 이 위기를 넘긴 후에 하는 것이 맞다고 본다"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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