수술 이후 백금제제 기반 항암치료를 하던 재발성 난소암 환자에서 급여 적용을 받는 표적치료제의 사용길이 열렸다.
낮은 보장성으로 치료환경이 열악하다는 하소연이 쏟아지는 난소암 영역에, 이달부터 신규 급여 등재되는 '린파자(올라파립)'를 두고 나오는 평가다.
11일 기자간담회에서 만난 울산의대 산부인과 김용만 교수(서울아산병원)는 "문제는 60~70%의 난소암 환자가 조기가 아닌 진행성 상태에서 발견되며, 기존 항암화학요법을 거듭할수록 무진행생존기간(PFS)은 줄고 재발률은 70%를 넘기고 있다"며 "관건은 이들 BRCA 변이 환자군에서 린파자를 사용한 환자군과 쓰지 않은 환자군의 생존율 차이가 확연했다는 대목"이라고 강조했다.
특히 주요 암 5년 생존율 변화 추이를 봤을 때, 난소암의 경우 과거 20년에 비해 치료 성적에 개선이 없었다. 이는 암이 상당히 진행될 때까지 환자 자각 증세가 특별히 없어 조기발견이 어려워, 말기에 많이 발견되는 10대 암 중 55.6%을 차지하며 3위에 오른 것과도 관련이 깊다는 것.
이번 달부터는 BRCA 변이 고도장액성 난소암 치료제인 린파자캡슐50mg이 캡슐당 상한금액 1만510원으로 보험급여 신규 등재된다.
린파자는 지난 6월 심사평가원 약제급여평가위원회를 통과한데 이어 최근 건보공단과 약가협상을 완료하고 총액제한형 적용받게 된 상황. 투여 대상은 18세 이상의 2차 이상의 백금기반요법에 반응(완전 또는 부분반응)한 백금민감성 재발성 BRCA 변이 고도 장액성 난소암(난관암 또는 일차 복막암 포함) 환자에서다.
다만 백금계 항암제 완료 후 8주 이내 투여하며 투여기간은 15개월까지로 유지요법에서 급여 인정된다.
린파자의 신규 등재에 주목할 점은, 전체 난소암 환자의 10%가 유전성 암이고 이 중 90%가 BRCA 변이와 관련 있다는 대목이다.
급여 사항에 따르면, PARP의 신호 경로를 차단하는 린파자는 일단 BRCA 유전자 돌연변이가 원인인 약 20%의 환자를 타깃한다.
김 교수는 "일반인에서 난소암의 발병률은 2% 내외지만 BRCA1 유전자 변이를 가진 환자는 일반인의 22배인 44%, BRCA2의 경우엔는 18%로 발병률이 매우 높게 나타난다"면서 "린파자의 사용길이 열리면서 BRCA 유전자 변이 검사를 통해 환자 개인의 위험성 판단이 가능해졌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지금껏 난소암 환자들에 유전자의 이상을 확인하고 약제를 선택한 사례가 없었는데, 난소암에서 처음 시도되는 진정한 정밀의학(Precision Medicine)적 접근법이 아닐까 한다"고 덧붙였다.
이와 관련 미국FDA 허가된 난소암 치료제를 살펴보면, 2014년에야 처음으로 PARP 억제제 계열의 올라파립을 필두로 한 표적항암제가 등장했다.
린파자가 시판허가의 근거로 제출한 글로벌 임상 데이터에 근거해 본다면, BRCA 유전자 변이가 있을 시 무진행생존기간이 3~4개월에서 6개월까지 늘어나기 때문에 환자와 의료진이 직접 느끼는 차이가 클 것으로 예상된다.
또 한 가지 관전 포인트는, 이번 급여 대상에 포함된 환자군에서의 쓰임새다.
고대구로병원 이재관 교수는 "다양한 서브타입의 세포유형 가운데 가장 골치 아픈 것이 고도장액성난소암(High-grade Serous Ovarian Cancer)"이라면서 "해당 유형은 백금제제에 반응도 별로 없고 저항성도 커서 재발이 잘 되는데, 50% 이상이 BRCA 유전자 변이로 발병한다"고 말했다.
이어 "그동안 난소암 표준치료법은 비록 늦게 진단이 되더라도 최대한 암세포를 제거하고, 수술 후에 백금제제 항암치료를 하는 것이었는데 PARP 억제제인 올라파립의 등장은 난소암 치료의 새로운 장을 연 것과 비견된다"고 조언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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