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의학이라는 안전한 울타리 안에서 아이들을 보호할 수 있도록 도와주시기를 간곡히 부탁드립니다."
전국 35개 수련병원 500여명의 소아청소년과 전공의는 23일 성명서를 내고 "최근 문제시 된 한 인터넷 카페에서 일어난 일련의 사건들 때문에 분노와 연민에 휩싸일 수밖에 없다"고 밝혔다.
여기서 말하는 인터넷 카페는 한의사가 만든 것으로 '약 안 쓰고 아이 키우기', 일명 '안아키'를 말한다.
안아키는 자연주의 치료를 표방하며 고열 어린이 방치하기, 간장으로 비강 세척하기, 화상 온수로 목욕시키기, 아토피에 햇빛 쬐기 등의 극단적 치료 방법을 권하고 있다.
소청과 전공의들은 "의학적, 과학적 사실과 거리가 먼 치료법을 가장한 주술과 가까운 행위는 마치 전문성에 자연주의가 가미된 양 포장돼 감염병 같이 퍼져나갔다"며 "그곳 어디에도 진짜 의사는 없었다"고 비판했다.
그러면서 한방 맹신 때문에 의학적 치료를 받지 못한 환자의 사례를 소개했다.
#. 뇌전증(간질)로 항경련제를 복용하며 증세를 조절하던 두살배기 아이가 병원을 오지 않았다. "양약 먹으면 아이가 멍청해질 수 있으니 한약으로 조절하자"는 할머니의 강권 때문이었다. 2년간 1주일에 3~4회 경련을 하며 뇌신경이 타들어가는 동안에도 적절한 치료를 받지 못했던 아이는 결국 경련이 멈추지 않아 응급실로 실려와서야 항경련제 주사를 수차례 맞아야 했다. 보호자는 다시 먹던 한약을 마저 먹여야 된다며 자의 퇴원했다.
#. 출생 1주일도 안된 신생아가 고열에 응급실로 실려왔다. 검사결과 심한 산혈증과 탈수증상으로 즉각 수액치료가 필요했던 상황. 한의사였던 아기의 아버지는 직접 아기를 치료할 수 있다며 모든 검사와 치료를 거부한 채 귀가했다. 2일 뒤에도 고열은 계속돼 다시 병원에 온 아이는 중환자실에서 2주간 집중 치료 후에야 회복됐다. 한의사 아버지는 치료기간 동안 단 한번도 병원에 오지 않았다.
소청과 전공의들은 "아이를 사랑하는 부모 마음을 이용해 근거 없는 치료를 하며 수익을 편취하고 아이에게 고통을 줄 권리는 누구에게 있는 것인가"라며 반문했다.
또 "아이가 방사능에 노출될까 두려워 엑스레이, CT를 찍어야 할 때면 몇 번이고 묻는 부모가 어찌 제대로 배우지 않은 한의사가 엑스레이를 사용하고 판독하겠다는데 방관하고 있는가"라고 되물었다.
이들은 "아이 하나를 키우려면 온 마을이 필요하다는 말이 있다"며 "우리 아이들이 안전한 환경에서 진료와 치료를 받음으로써 건강하게 자랄 수 있도록 지켜야 하는 것이 우리의 의무"라고 강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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