반면 한국인 연평균 근로시간은 2113시간으로 OECD 평균 1766시간보다 약 20% 더 길다.
긴 근로시간 대비 짧은 수면은 하루 동안 몸과 뇌에 쌓인 피로를 충분히 풀어주는데 한계가 있다.
더욱이 수면시간 총량이 적은 것도 문제지만 더 심각한 점은 ‘어떻게 잘 잤는지’, 즉 수면의 질 또한 높지 않다는 것이다.
국민건강보험공단 자료에 따르면, 수면장애로 병원을 찾은 환자는 2012년 35만8000명에서 2016년 약 49만4000명으로 꾸준히 늘어나고 있다.
수면장애 치료비용 역시 2012년 359억원에서 2016년 약 597억원으로 약 66% 증가했다.
수면장애 환자는 ‘단순히 일이 많아서, 또는 잠버릇 때문에’ 발생한 일시적인 가벼운 증상 정도로 여기는 사회적 분위기를 감안할 때 실제로는 더 많을 것으로 추정된다.
특히 대표적인 수면장애인 ‘수면무호흡증’은 피로감 불안감 우울감은 물론 고혈압·당뇨병과 심혈관질환·뇌졸중까지 다양한 합병증을 유발할 수 있다는 점에서 진단과 치료가 요구된다.
수면무호흡증은 기도 위 쪽 공간이 매우 좁아지면서 공기 흐름이 원활하지 못해 발생한다.
즉, 잠을 자던 중 숨을 10초 이상 쉬지 않거나 호흡량이 50% 이상 감소할 때 수면무호흡증으로 간주하며, 이런 증상이 1시간에 5번 이상 발생할 때 해당 질환으로 진단한다.
한국은 성인 중 15.8%(남성 19.8%·여성 11.9%)가 수면무호흡증을 겪고 있는 것으로 추산된다.
문제는 수면무호흡증을 심각한 합병증을 유발할 수 있는 ‘질환’으로 인식하기보다는 단순히 피곤해서, 잠을 충분히 자면 해결되는 일시적인 ‘증상’ 정도로 여긴다는 것.
최근 한국에서 열린 ‘제2차 아시아수면학회 학술대회’(ASSM 2018)는 수면장애를 진단·치료가 필요한 질환이라는 인식제고와 수면무호흡증 치료를 위한 효과적인 지속적 양압호흡기 치료(Continuous Positive Airway Pressure·CPAP) 방법에 대한 깊은 논의가 이뤄졌다는 점에서 유의미했다.
기자는 학술대회 기간 양압호흡기 ‘드림패밀리’ 핸즈온 워크숍과 특별 심포지엄을 위해 방한한 트리팟 딥 싱(Dr. Tripat Deep Singh) 필립스 아시아태평양 수면 건강관리 임상 담당자와 사티야캄 샤르마(Satyakam Sharma) 필립스 아시아태평양 수면 및 호흡기 부문 마케팅 매니저를 단독인터뷰 했다.
다음은 일문일답.
Q. 수면무호흡증은 다양한 합병증을 유발할 수 있다는 점에서 진단과 치료가 중요하다는 인식이 점차 높아지고 있다. 전 세계 수면무호흡증 유병률은 어떻게 되나.
-2015년 발표된 자료에 따르면, 남성 49%·여성 23.8%에서 수면무호흡증이 있는 것으로 보고됐다.
남성은 대략 2명 중 1명, 여성은 4명 중 1명에서 수면무호흡증이 발병하는 셈이다.
수면무호흡증 유병률이 처음 조사된 1999년에는 10%였지만 약 15년이 지난 현재 유병률이 큰 폭으로 증가한 것을 알 수 있다.
Q: 인종, 남녀, 국가, 소득수준별 차이가 존재하나.
-연구결과에 따르면 동서양 모두 유사한 유병률 결과를 보였다.
특이한 점은 아시아인들은 비만이 아닌 사람 중에서도 수면무호흡증이 발병한다는 점이었다.
이유로는 동양인, 특히 몽골계(몽골리안)의 경우 서양인과 다르게 얼굴 모양이 편평하거나 입체적이지 않다보니 아무래도 발병률이 더 높을 것으로 추정된다.
이 점은 흥미롭지만 중요한 부분이라고 생각한다.
일반적으로 수면무호흡증은 비만인 사람에서 많을 것이라고 생각하지만 실제로는 얼굴 모양도 영향을 미칠 수 있다는 점을 간과해서는 안 되기 때문이다.
2016년 발표된 싱가포르 연구결과를 보면, 싱가포르는 약 3명 중 1명이 수면무호흡증을 갖고 있으며, 또 10명 중 1명은 굉장히 심각한 상태다.
다양한 인종이 존재하는 싱가포르는 수면무호흡증 관련 좋은 래퍼런스가 될 수 있다.
싱가포르인 중에서는 말레이시아 출신 환자가 제일 많았고, 뒤이어 중국·인도계 순으로 나타났다.
이채로운 점은 중국인들의 경우 비만도가 높지 않음에도 두 번째로 환자가 많았다는 점이다.
때문에 얼굴 생김새가 편평한 중국계에서 조금 더 수면무호흡증 발병률이 높지 않을까 하는 추정이 가능하다.
Q: 싱가포르에서는 중국계가 두 번째로 수면무호흡증 환자가 많았다. 그렇다면 실제 중국에서도 유병률이 높지 않겠나.
-현재로서는 중국 데이터를 갖고 있지 않다.
중국뿐만 아니라 많은 나라에서 수면무호흡증 연구를 많이 진행하지 않은 관계로 정확한 데이터가 없는 실정이다.
수면질환은 연구가 시작된 지 25년이 채 안 된 비교적 새로운 분야다.
더욱이 수면무호흡증을 질환으로 인식하지 않았기 때문에 활발한 연구가 이뤄지지 못한 측면이 있다.
특히 수면무호흡증 유병률은 GDP(국내총생산) 등 소득수준과 밀접한 관계가 있는 것으로 보여 진다.
소득수준이 낮을수록 수면장애를 단순히 잠을 자면 해결되는 증상 정도로 여길 뿐 정확한 진단과 치료가 필요한 질환으로 인식하지 못해 유병률이 높을 수밖에 없다.
더불어 근로시간이 긴 만큼 피로도가 높기 때문에 수면 중 코를 심하게 골거나 이로 인한 수면무호흡증이 발생하지만 환자 스스로 이를 인지할 수 없는 점도 동남아국가 등에서의 수면무호흡증 유병률과 관련이 있다고 판단된다.
결과적으로 서양에서 수면무호흡증 연구가 더 많이 진행된 이유는 높은 소득수준과 근무 환경(짧은 워킹 타임)과 함께 삶의 질을 추구했기 때문으로 풀이된다.
반면 중국 등 아시아국가에서는 수면장애를 질환으로 인식하지 않았기 때문에 관련 연구가 많이 부족한 게 현실이다.
Q: 한국에서도 수면무호흡증을 질환으로 인식해 이르면 올해 상반기, 늦어도 하반기에는 수면다원검사와 양압기 대여료에 대한 보험급여가 적용된다. 다른 나라의 경우는 어떤가.
-대표적으로 미국과 일본은 수면무호흡증 치료에 적극적이다. 일본은 정확하진 않지만 15~20년 전부터 보험급여가 된 것으로 알고 있다.
당시 일본에서 열차 사고가 있었는데 원인을 찾아보니 운전사의 수면에 문제가 있었다.
이 사고를 계기로 일본 정부는 수면장애를 질환으로 인식해 연구를 진행했고 보험급여를 시작했다.
미국은 수면무호흡증이 의심되는 사람 중 20%가 실제 수면무호흡증 환자로 진단받는다.
이 가운데 85%는 양압기를 사용하고, 10%가 구강 내 장치를 이용해 치료하며, 나머지 5% 정도가 수술적 치료를 받는다.
다만 미국은 공공급여가 아닌 민간보험으로 지원되지만 수면무호흡증을 질환으로 인식해 치료에 대한 니즈가 굉장히 높다.
또 프랑스 등 EU 국가에서도 보험급여가 되고 있다.
이밖에 인도와 태국은 공무원 대상의 제한적 급여가 이뤄지고 있다.
Q: 수면무호흡증 치료율은 결국 보험급여 여부에 따라 그 차이가 발생하나.
-급여와 비급여 차이가 수면무호흡증 치료율에 중요한 영향을 미치는 것 같다.
서양의 경우 많은 나라에서 보험급여를 통해 수면무호흡증을 치료할 수 있는 의사나 수면기사를 충분히 확보하고 있다.
다시 말해 수면무호흡증 치료를 위한 좋은 환경을 구축했다는 의미다.
수면무호흡증 자체가 당장 생사를 가를 만큼 위험하지는 않지만 이로 인한 합병증으로 많은 환자들이 위험에 놓일 수 있다는 점을 인지하고 있는 셈이다.
보험급여는 더 많은 연구가 이뤄지고 가장 효과적인 치료법을 찾을 수 있다는 점에서 수면무호흡증 치료율을 높이는데 중요한 요소로 볼 수 있다.
Q: 수면무호흡증 치료 시 외과적 수술(구개인두성형술)보다 양압기(CPAP) 사용을 첫 번째 치료옵션으로 권고하고 있다.
-양압기는 비침습적인 치료방법으로 수면무호흡증에 대한 치료효과를 인정받고 있으며 또 환자들이 원하지 않으면 일단 치료를 중단할 수 있는 유연성이 있다.
반면 수술적 치료는 한번 시행하면 되돌릴 수 없는 위험성을 배제할 수 없다.
하지만 수면무호흡증 치료를 위해 무조건 양압기만 사용하는 것은 아니다.
환자들은 양압기 사용 전 여러 테스트를 받게 된다.
가령 목젖이 너무 크면 먼저 목젖을 줄여주는 수술을 한 후, 또 코에 질환이 많으면 먼저 그 질환을 치료한 후 양압기를 사용해야 한다.
양압기가 첫 번째 치료옵션인건 맞지만 그렇다고 양압기만 사용하는 것이 아니라 필요에 따라 수술적 치료를 같이 병행해 진행하는 것을 권고하고 있다.
Q: 수술적 치료는 한번 시행하면 되돌릴 수 없는 위험성이 따른다고 말했다. 어떤 의미인가.
-수술적 치료를 통해 근육 또는 세포를 잘라냈다면 다시 되돌릴 수 없다는 말이다.
만약 수술적 치료를 했음에도 불구하고 환자가 계속 불편함을 느낀다면 대안적 치료법 시행이 제한적일 수밖에 없지 않겠나.
환자 입장에서 생각해보자.
만약 환자가 신체 일부를 잘라내는 수술적 방법과 비침습적 치료를 동시에 권유받았을 때 어떤 것을 선호할지 생각해보면 좋을 듯싶다.
의료적 관점에서도 비침습적 방법은 외과적인 수술보다 합병증 우려가 낮다.
또 환자가 잘 적응하지 못할 때 손쉽게 치료법을 달리할 수 있는 유연성이 있다.
의료의 기본적인 원칙은 가능한 오랫동안 단순하고 쉽게 질병을 치료하는 것을 원칙으로 삼고 있기 때문에 비침습적인 치료가 수술적 방법보다 더 효과적이라고 생각한다.
특히 수술적 치료는 사전에 환자에 대한 많은 평가를 진행한 후 해당 치료가 필요하다고 결정하는 과정이 요구된다.
그 이유는 수술을 받았지만 결과가 좋지 않아 양압기를 사용해야하지만 (양압기를 사용하더라도) 치료효과를 내지 못하는 경우가 있을 수 있기 때문이다.
물론 수술이 꼭 나쁘다는 것은 아니다.
다만 환자 입장에서 양압기를 먼저 사용해 본 후 소용이 없으면 차선책 또는 대안으로 수술적 방법을 고려해보는 것이 필요하다고 본다.
Q: 수면무호흡증 치료율을 높이기 위한 방안은.
-2011년 발표된 연구결과에 따르면 한국에서는 13개 의대에서 성인 불면증 혹은 수면무호흡증 교육을 실시했다.
또 소아 수면무호흡증에 대해서는 연간 4.7시간만 교육이 진행된 것으로 조사됐다.
해당 연구 저자는 한국에서 의사들을 대상으로 수면질환에 대한 더 많은 교육이 광범위하게 이뤄져야 한다고 강조했다.
의사들과 함께 정부와 국민들 또한 수면무호흡증을 질환으로 인식하고 제대로 치료하지 않으면 합병증 등 위험을 초래할 수 있다는 점을 알아야 한다.
앞서 언급한 연구결과에 따르면, 2011년 한국에서 발생한 고속도로 사망사고 중 약 30%는 졸음운전 때문이었다.
한국 정부는 이 점을 인지하고 고속도로에 졸음쉼터 등 수면을 취할 수 있는 장소를 많이 만들었다.
이 결과 고속도로 졸음운전 발생률이 2011년 44%에서 2012년 33%로 감소했다.
국가적으로 수면무호흡증 등 수면질환을 치료하지 않았을 때 어떤 악영향을 미치고 사회 경제적 비용을 초래하는지 인식제고와 교육이 더 필요하다고 생각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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