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미약품이 내성표적 폐암신약 '올리타(성분 올무티닙)'의 개발 중단을 선언했지만 주가는 0.18% 하락하는 데 그쳤다.
2016년 기술 반환 이슈로 인한 주가 급락 사태와 다른 양상이 벌어지면서 그 원인으로 재무건전성 위협 요소의 제거가 꼽힌다.
이미 경쟁약물의 시장 선진입으로 인해 올리타의 개발 지속이 매몰비용으로 인식될 수 있다는 점, 개발 신약에 대한 자산 인식률이 자산총계 대비 1%에 불과하다는 점에서 개발 중단의 재무 관련 영향은 제한적으로 분석된다.
13일 한미약품은 올리타 개발을 중단하고 이에 따른 구체적 절차에 대해 식품의약품안전처와 협의를 시작했다고 밝혔다.
올리타 개발 중단 결정은 경쟁약인 타그리소의 전세계 판매 개시로 인한 시장성 불투명, 글로벌 임상 진행의 어려움 등이 작용했다.
한미약품 관계자는 "모든 사유를 감내하고 올리타 개발을 완료하더라도 혁신 신약으로서의 가치를 상실할 것으로 판단됐다"며 "향후 개발에 투입될 R&D 비용 대비 신약 가치의 현저한 하락이 확실하다는 판단에 따라 개발 중단을 결정했다"고 밝혔다.
한미약품의 주가 행보는 2016년과 사뭇 다르다. 2016년 9월 베링거인겔하임의 올리타 권리 반환 결정 공시 이후 한미약품의 주가는 59만원 대에서 하루만에 46만원 선으로 곤두박질 쳤다.
당시 계약 내용은 계약금(upfront payment) 5000만 달러 규모로, 임상시험, 시판허가 등에 성공할 경우 별도로 지급받기로 한 마일스톤 6억 8천달러 수취 무산이 영향을 미쳤다.
2016년 12월 사노피에 기술 수출됐던 지속형 인슐린도 기술반환되면서 계약금 5275억원은 2690억원으로, 마일스톤 총액 4조 6,159억원에서 3조 5,872억원으로 줄어들었다.
실제 사노피와 체결했던 기술수출계약 건의 경우 2016년 12월 수취 계약금 중 2500억원(1.96억 유로) 가량의 반환 이슈가 생기면서 재무건전성에 영향을 미쳤다.
한미약품은 2016년 1~3분기 기반영 기술수출수익을 4분기에 일괄 취소, 회계처리하면서 2016년 연결 기준 매출 및 이익이 전년 대비 매출액 33.0%, 영업이익 87.3% 감소했다.
주가 역시 2017년 1월까지 약세를 면치 못했다. 한미약품은 2017년 1월 26만원 선의 주가를 형성하며 올리타 권리 반환 이후 반토막이 났다.
▲연이은 기술 반환…재무건전성 위협 없다
올해에도 한미약품의 기술 반환이나 임상 중단 이슈는 지속되고 있지만 상황은 다르다.
2월 일라이 릴리사는 진행 중이던 당사의 BTK억제제(LY3337641/HM71224)의 류마티스관절염 환자 대상 임상 2상 중간분석 결과, 목표하는 유효성을 입증하지 못할 가능성이 커 임상을 중단하기로 결정했다.
3월엔 중국 자이랩(ZAI Lab)과 체결했던 올무티닙 관련 계약도 권리 반환 및 계약 종료됐지만 재무건전성에 직접적인 영향은 제한적이다.
릴리사와 BTK억제제의 다른 적응증 개발을 협의하고 있으며, 이로 인한 계약서 상 변경이나 당사의 계약금 반환 등 비용 상 의무사항은 없고, 자이랩의 계약 역시 기 수령 계약금(74억원)을 반환할 의무가 없기 때문이다.
경쟁약 타그리소의 시장 선진입으로 인한 올리타의 시장성 불투명했다는 점에서 개발 포기는 긍정적인 평가도 뒤따른다.
KB증권은 "국내 바이오회사들의 파이프라인은 단일제품으로 이뤄져 임상 결과가 미흡하더라고 개발 중단을 결정하기 어렵다"며 "반면 한미약품은 올리타에 대한 개발을 중단함으로써 신약개발회사로서의 효율화된 R&D 전략을 가진 것으로 보인다"고 분석했다.
한미약품이 올리타의 글로벌 임상3상을 진행할 경우 추가로 들어갈 비용은 1000억원 이상으로 추산된다.
올리타의 개발 포기는 경쟁품목 타그리소가 전세계 40여개 국가에서의 시판 허가와 국내 급여 적용까지 받은 만큼 올리타의 임상 진행이 매몰비용이 될 수밖에 없다는 고심의 결과다.
한미약품 관계자는 "불굴의 의지로 올리타를 개발하려 했으나, 향후 개발에 투입될 R&D 비용 대비 신약 가치의 현저한 하락이 확실하다는 판단에 따라 개발 중단을 결정했다"며 "회사로서도 대단히 안타까운 마음"이라고 말했다.
개발 포기로 인한 연구개발비 회계 처리에서도 이상 징후는 발견되지 않는다.
바이오업체들이 전임상 단계부터 연구개발비를 자산으로 처리, 신약 개발 실패시 일시에 손실 처리했던 것과는 다른 회계 원칙을 준용하고 있기 때문이다.
한미약품은 2017년 중 무형자산 개발비로 인식된 당사의 연구개발비는 약 93억원으로 전체 연구개발비 1,707억원 중 5.45%의 비중을 차지하고 있다.
2017년말 연결 기준 당사가 무형자산으로 인식하고 있는 개발비 장부금액은 약 164억원이며, 이는 당사의 2017년말 연결 기준 자산총계(1조 6,609억원)의 약 0.99%, 자본총계(7,924억원)의 약 2.07% 수준에 불과했다.
2017년말 연결 기준 당사가 무형자산으로 인식하고 있는 개발비가 손상차손 처리되더라도, 당사의 단기적인 재무안정성에 영향은 제한적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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