변호사들이 살인과 강간 등으로 형사처벌 대상 의사에 대한 면허취소를 위한 의료법 개정 필요성을 주장한 반면, 정부는 의료단체 의견청취와 규제 강화에 따른 부작용을 우려하고 나섰다.
더불어민주당 남인순 의원과 권미혁 의원 그리고 대한변호사협회는 27일 국회 의원회관에서 '의사의 형사범죄와 면허규제 문제점 및 개선방향 심포지엄'을 개최했다.
이날 주제발표에서 의사 출신 박호균 변호사(변협 인권위원, 법률사무소 히포크라)는 강간과 살인 등 금고형 이상을 선고받은 의사의 면허취소 필요성을 주장하며 의료법 개정 당위성을 주장했다.
이어진 패널토의에서 단국대 법대 이석배 교수는 "불구속 재판은 긴 시간이 필요하다. 수사단계에서 의사 면허를 제한하는 사전금지 명령 제도 도입이 필요하다"면서 "독일의 경우, 지방의사회가 범죄 의사를 제명하면 의사 업무를 할 수 없다"며 의료법 개정 필요성에 공감했다.
채근직 변호사는 "변호사의 경우, 실형을 선고받으면 형을 마치고 5년간 결격사유로 직무를 수행할 수 없다. 파산선고와 선고유예도 마찬가지다. 의사는 그마저 없다"고 전하고 "다만, 박호균 변호사 주장은 고용의사를 막을 수 있는 방안으로 복지부에 부담만 안겨줄 수 있다"며 면허취소 법 개정의 실효성을 지적했다.
채 변호사는 "변호사협회의 변호사 결격사유 규정을 그대로 의료법에 옮기도 아무 지장이 없다"면서 "의사가 환자 생명을 다루는 고귀한 직업인 만큼 의사 스스로 자정이 필요하다"고 주장했다.
시민단체는 의료법 개정에 요구했다.
의료소비자연대 강태언 사무총장은 "입원환자로 한정해 연간 예방 가능한 사망환자가 1만여명에 달한다는 통계자료가 있다. 분명한 것은 산재 사망은 연간 2500명, 교통사고는 6000명 수준인 것에 비교하면 의료사고 사망이 심각한 수준이라는 것"이라고 지적했다.
강태언 사무총장은 "환자 입장에서는 의사 이력정보를 알 수 없다, 오직 의사라는 이유로 생명을 맡긴다. 금고 이상 형 선고 시 면허를 취소하는 의료법 개정이 필요하다. 더불어 소비자 권익을 포함한 의사윤리 강령 제정이 필요하다"고 제언했다.
복지부는 면허취소 의미를 감안해 신중한 입장을 보였다.
보건의료정책과 오성일 서기관(의료법 담당)은 "오늘 토론회에 의료단체가 사정으로 참석하지 못한 것으로 안다. 정부 입장에서는 의료계 입장을 충분히 경청해야 한다"며 결론 도출 어려움에 양해를 구했다.
그는 "법 개정을 위한 공론화 과정이 예상되며 쟁점 사항을 짚어볼 필요가 있다"고 전제하고 "형사처벌과 행정처분 연계성과 전문직 특수성 그리고 법 개정 시 사회적 이익 등을 검토해야 한다"고 답했다.
오성일 서기관은 "전문가의 사회적 책무와 위상을 고려해 처벌과 처분 관련성을 어떻게 보는냐에 따라 법 개정 방향이 달라질 것"이라면서 "의사는 다른 전문직과 다른 실습행위라는 특수성이 있다. 규제 강화 시 젊은 의사들이 위험성이 강한 진료과목 선택에 영향을 줄 수 있다"고 우려감을 표했다.
토론회에 청중 자격으로 참석한 소아청소년과의사회 임현택 회장은 처벌 중심의 법 개정 논의를 강하게 비판했다.
임현택 회장은 "변호사협회는 변호사 징계권과 등록 거부권을 갖고 있다. 반면 의사협회는 문제 의사 징계권과 의사자격 정지, 취소 등의 권한을 갖고 있지 않다"면서 "이 권한은 의료 비전문가인 복지부 공무원이 갖고 있다. 이로 인해 문제가 생기는 것이다"라고 주장했다.
그는 "복지부 공무원의 의료지식이 일천해서 의료행위가 문제 있는 의료행위인지 판단할 수 있는 능력이 없으며, 처벌이 공무원의 자의적 판단으로 이뤄지고 있다"고 지적하고 "법무부 사무관이 변호사 징계 판단을 하느냐"고 반문했다.
임현택 회장은 "이대목동병원 사태로 의사 잡는 법만 잔뜩 만들었다. 단언컨대 향후 2년 내 신생아 중환자실에서 일할 소아청소년과 의사들이 없어 무수히 많은 미숙아들이 생명을 잃게 될 것"이라면서 "문제만 터지면 무조건 의사를 처벌하는 법만 만드는 것이 국회의원들임을 명심해 달라"며 의료법 개정의 역효과를 제기했다.
임 회장은 "오늘 논의는 의사협회에 의사 징계권을 주신다는 뜻으로 이해하고 소아청소년과의사회는 이를 매우 환영한다"며 변호사들의 주장에 일침을 가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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