심사체계 개편 방식으로 현재 건별 심사를 경향 심사로 전환하는 방안에 속도가 붙으면서 의료계가 당혹스러운 표정을 짓고 있다.
예상보다 빠른 속도로 전환이 추진되고 있기 때문. 이에 따라 의료계는 의견 수렴에 나서는 한편 추진 계획을 파악하는데 주력하고 있다.
대한의사협회 관계자는 3일 "경향심사 개편은 대대적 작업인 만큼 추진된다 해도 3년 이상 시간을 예상했던 작업"이라며 "하지만 생각보다 빠르게 진행되고 있는 듯 하다"고 말했다.
그는 이어 "현재 건별심사의 문제점은 분명하지만 경향심사 또한 부작용이 예상되는 심사체계"라며 "우선 복지부가 가지고 있는 안을 확실하게 파악하는 것이 급선무인 듯 하다"고 덧붙였다.
앞서 보건복지부 이중규 보험급여과장은 전문기자협의회와 만나 경향심사 체계 전환 계획을 설명했다.
이 과장은 "내년 1월부터 일부 질병군에 한해 건별심사를 경향심사로 전환할 계획"이라며 "우선 급여로 전환되는 상복부 초음파와 MRI에 대해 시범사업을 적용할 예정"이라고 설명했다.
그는 이어 "경향심사가 도입되면 심평의학이 개선되는 효과가 있을 것"이라며 "의료계가 우려하는 상황들이 벌어지지는 않을 것"이라고 전했다.
이처럼 경향심사 체계 전환에 속도가 붙으면서 의료계는 우선 이에 대한 구체적 추진 계획을 파악하는데 집중하고 있다.
당초 2~3년은 걸릴 것이라는 예측과 달리 당장 내년 초 도입 계획이 나오면서 당장 대비해야 하는 상황에 놓였기 때문이다.
실제로 복지부는 경향심사 체제 개편을 예고하며 건강보험심사평가원의 시스템 개편 등을 이유로 2~3년간의 준비 기간을 예고했었다.
하지만 당장 내년 초부터 경향심사 도입을 시사하고 나서면서 의료계 입장에서도 발등에 불이 떨어진 셈이다.
특히 경향심사 제도에 대한 충분한 검토가 되지 않은 상황이라는 점에서 이에 대한 대비책을 세우는데도 집중하는 모습이다.
의협 관계자는 "경향심사 제도 또한 건별심사에 못지 않게 상당한 부작용을 가져올 수 있다"며 "자칫 진료가 하향평준화 되는 상황이 벌어질 수 있다는 의미"라고 지적했다.
경향심사란 과거 청구 건별로 적정성을 평가하는 건별심사가 아닌 일종의 진료 평준치를 설정하고 평균치에서 크게 벗어나는 기관에 대해 집중적인 심사를 벌이는 방식이다.
건별심사가 일정 부분 타겟팅으로 진행돼 운이 나쁘면 심사를 받는다는 지적을 받고 있는 만큼 경향심사를 통해 이를 개선하겠다는 것이 정부의 의지다.
하지만 의료계는 이러한 방식이 평균 진료를 강요할 수 있다는 지적을 하고 있다. 결국 평균치에 맞춰야 삭감을 당하지 않는 상황이 될 수 있는 이유다.
의협 관계자는 "경향심사가 도입되면 결국 적정진료보다는 평균진료를 강요당하게 된다"며 "이는 결국 또 다른 문제점을 불러올 수 있다는 것"이라고 꼬집었다.
아울러 그는 "심사체계 개편은 진료 행태를 바꿀 수 있다는 점에서 신중하고 충분한 논의가 필요하다"며 "심사체계 개편 위원회 등이 구성된 만큼 이를 통해 충분히 검증할 시간을 가져야 한다"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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