에스에이치시스템 정현(사진 왼쪽) 대표와 대신전자 박정일 대표
과거 국내 의료기기업체들의 해외시장 진출은 주로 독일 메디카(MEDICA)·두바이 아랍헬스(Arab Health)와 같은 국제의료기기전시회 참가를 통해 이뤄졌다.
드물지만 개별 부스로 참가하거나 한국의료기기공업협동조합이 꾸리는 ‘한국관’에 참여하는 방식이었다.
하지만 최근 변화 조짐이 일고 있다.
각 지방자치단체가 지역 의료기기업체를 선정해 참가비를 지원하고 별도 부스를 마련해 전시회에 직접 참가하고 있는 것.
이는 의료기기가 바이오와 함께 국가 성장 동력을 이끄는 대표적인 융·복합 산업이자 고용창출과 세수 확보 등 지역경제에 미치는 영향력이 크기 때문으로 풀이된다.
동시에 지역에 조성된 산업단지 내 의료기기업체 유치를 위한 유인책이기도 하다.
광주광역시 또한 이 같은 대열에 합류했다.
광주 테크노파크는 지난 1일 중국 심천(Shenzhen)에서 폐막한 ‘제80회 중국국제의료기기전시회’(CMEF Autumn 2018)에 지역 의료기기·헬스케어업체를 이끌고 처음 참가했다.
혹여 오송·대구경북·원주와 같이 의료기기 클러스터를 구축한 지역도 아닌 광주시가 왜 CMEF에 참가했는지 의아해할 수도 있겠다.
CMEF Autumn 2018 현장에서 만난 대신전자 박정일 대표·에스에이치시스템 정현 대표는 그 의문점을 명쾌하게 풀어줬다.
광주 테크노파크가 전시장 Hall 2에 꾸린 부스에는 ‘광의료산업협동조합’(Medical Photonics Cooperative·MPC) 회원사 6곳이 참여해 중국시장 문을 두드렸다.
MPC 총괄이사 정현 대표는 “광주는 광융합 기반 광의료기술 개발과 광의료산업 발전을 위한 산·학·연 및 병원 간 융·복합 협력이 가장 활발하게 이뤄지는 곳”이라고 소개했다.
덧붙여 “2011년 만들어진 광의료기기 산·학·연 협의회는 지자체·업체·병원·연구기관이 참여해 광의료기기산업 발전을 이끌고 있다”고 말했다.
그는 특히 “광주 테크노파크를 관리하는 광주광역시청은 ‘광산업계’ 부서를 통해 광의료기기 개발에 지원을 아끼지 않고 있다”며 “이용섭 광주시장 역시 광주를 광의료산업 ‘메카’로 적극 육성하겠다는 의지가 매우 높다”고 강조했다.
지난 5월 28일 설립된 광의료산업협동조합(MPC)은 광의료산업에 대한 높은 관심과 정책적 지원 의지의 산물이다.
광주광역시 소재 의료기기업체는 약 110곳.
이 가운데 광의료기기 관련 광학 렌즈·필터나 부품·완성품 제조업체는 대략 30곳에 달한다.
5월 설립된 MPC에는 현재 회원사 7곳이 가입돼있다.
MPC 조합장 박정일 대표는 “산·학·연·병 모두가 참여하는 광의료기기 산·학·연 협의회와 달리 MPC는 의료기기업체 중심의 사업적인 영리 활동을 하는 조직이기 때문에 철저한 검증을 통해 회원사 가입을 받고 있다”고 설명했다.
그러면서 “MPC 규정상 전원 만장일치제를 통과해야 회원사로 가입할 수 있다”며 “내년까지는 회원사를 10곳으로 확대할 계획”이라고 덧붙였다.
정현 대표가 암 환자 수술에 활용되는 근적외선 형광 프로브 이미지 시스템을 중국 바이어에게 설명하고 있다.
올해 CMEF Autumn 2018은 광의료산업협동조합이 광주 테크노파크 지원을 받아 참가한 첫 국제의료기기전시회.
MPC 회원사 6곳은 전체 참가예산 중 약 70%에 해당하는 500만원을 지원받아 비용부담을 크게 덜 수 있었다.
날로 까다로워지는 인허가 규제와 높아지는 심사비는 물론 자국 의료기기 사용 정책으로 시장진입 장벽이 높아진 중국시장에 출사표를 던진 이유는 왜일까.
정현 대표는 “MPC 회원사 한 곳도 사드(THAAD) 문제로 몇 년간 중국 CFDA 인허가 때문에 어려움을 겪었다. 또 인허가 과정에 여전히 ‘꽌시’(關係)가 있는 것도 사실”이라고 말했다.
이어 “중국은 과거에 비해 시장진출이 쉽지 않지만 결코 포기할 수 없는 시장”이라며 “중국 현지에 특화된 우리만의 전략으로 시장을 공략한다면 충분히 승산이 있다”고 강조했다.
그가 말한 전략이란 무엇일까.
중국시장을 얕잡아 보고 현지 특성을 무시한 채 인허가부터 제조·유통까지 모든 것을 독자적으로 수행해 마진을 극대화하려다 실패를 경험한 의료기기업체들의 전처를 밝지 않겠다는 복안이다.
정 대표는 “우리 같은 중소기업은 제품 가격경쟁력이 있고 또 중국 현지 합작법인·대리점·딜러들이 원하는 영업마케팅 조건을 맞춰줄 수 있는 ‘유연성’도 갖고 있다”고 말했다.
그는 “현실적으로 우리가 직접 중국 인허가를 받거나 영업을 하는 건 쉽지 않다”며 “따라서 중국 파트너가 오랜 시간과 인프라 구축이 요구되는 인허가·영업을 담당하되 꼭 완제품이 아니더라도 핵심 부품이나 반제품을 공급하는 조건으로 시장진출을 꾀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그러면서 “상황에 따라서는 오히려 우리가 반제품을 수입해 국내 의료기관에 공급하는 방안도 고려할 수 있다”며 “이 때문에 단순 영업만 하는 업체보다는 의료기기를 직접 제조하는 중국 파트너를 찾고 있다”고 덧붙였다.
박정일 대표도 정현 대표의 말을 거들었다.
그는 “중국 파트너가 의료기기 제조역량과 기술력을 보유하고 충분히 신뢰할 수 있는 상대라면 기술이전도 해 줄 의향이 있다”며 “우리는 한국광기술원·전남대병원 등과 공동으로 특허출원을 내기 때문에 특허 침해에 대한 대비도 잘 돼 있다”고 자신했다.
이어 “중국시장에서 직접 팔아 10% 수익을 남기기보다는 신뢰할 수 있는 현지 파트너를 통해 3~4%의 수익을 꾸준히 낼 수 있는 안정적인 방법을 찾겠다”고 덧붙였다.
실제로 광주 테크노파크와 광의료산업협동조합은 이 같은 전략을 실천하고자 CMEF Autumn 2018 기간 의료기기 제조·수입·유통이 가능한 중국 대형 로컬기업 ‘LANDWIND’社와 실무적인 논의를 진행했다.
한편, 광의료산업협동조합은 CMEF Autumn 2018 참가를 계기로 지역 광의료기기 및 미용·뷰티헬스케어업체들의 해외시장 진출에 더욱 속도를 낼 계획이다.
박정일 대표는 “조합 차원에서 연 3회 정도 국제의료기기전시회 공동참가를 목표로 하고 있다”며 “우선 내년에는 전시회 규모가 점점 커지고 의료와 라이프케어에 대한 관심이 높아진 아랍헬스(Arab Health)에 참가할 예정”이라고 밝혔다.
이어 “특히 CMEF Autumn 2018 기간 중국 전역 딜러들이 MPC 부스를 방문해 제품 상담과 일부 샘플 구매는 물론 구체적인 계약체결까지 협의하는 등 성과가 좋았다”고 평가했다.
그러면서 “의료기기전시회는 5년 정도 꾸준히 참석해야 현지 대리점·딜러들과의 신뢰를 쌓고 이를 기반으로 제품을 공급할 수 있다”며 “내년 2월 결정이 나겠지만 가능하면 CMEF에는 계속 참가할 계획”이라고 덧붙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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