존경하는 대한의사협회 회원 여러분, 그리고 대의원 여러분!
2019 己亥年(기해년) 새해가 밝았습니다. 소망하는 모든 일들이 이뤄지기 바라며 기쁨과 행복이 넘치는 한해를 맞이하길 기원합니다.
1년을 되돌아보면서 우리협회와 대의원회가 추진하는 회무에 흔쾌히 동참해 주시고 상시 총회가 열리지 못하는 점을 감안하여 각종 SNS상에서 불철주야 의료정책과 관련된 전문적인 의견을 제안하고 공유해 주신 회원님과 대의원님들께 깊은 감사의 마음을 전합니다.
지난 4월 의장으로 당선된 이후 회원의 한사람으로서 그리고 의료계 지도자로서 소임과 책임을 다하기 위해 회원님과 대의원님이 계신 곳이라면 언제든지, 어디든 마다하지 않고 소통하고 어울렸으며 고견을 경청하였습니다. 그러다 보니 벌써 임기 첫 한해를 마무리하고 새해를 맞이하였습니다.
새해는 의협 111주년이 되는 해 입니다. 황금 돼지띠라 금 얘기를 할까 합니다. 황금률(Golden rule)이라고도 하는 금과옥조(金科玉條)가 우리 의협에도 전해 내려오고 있어 그 의미를 되새겨 보기 위해 소개합니다.
우선 정부가 ‘의사들을 위해서 베풀어 주는 정책이다. 선시행-후보완해 주겠다. 재정이 없어서 수가를 현실화 시켜주기 곤란하다’라는 말, 타 보건의약단체들이 ‘의사의 영역을 침범하지 않겠다. 어디까지나 의사를 도와주는 역할 일 뿐이다. 연구 목적일 뿐이다.’ 라는 말, 정치인이 ‘국민 모두와 의사들을 위한 법을 제정하겠다. 추후 문제점이 발생하면 법을 바꿔주거나 재개정하겠다. 수가를 정상화 해주고 불합리한 의료제도를 개선해 주겠다.’라는 말들을 쉽게 믿지 말라는 것입니다. 우리는 그동안 이러한 말잔치에 솔깃하지 않았습니까?
일례로 과거 '강제조제위임제도(=소위 의사만 지키는 의약분업)'를 '선시행'한 후에 건보재정이 위태롭다는 핑계로 수가는 수가대로 다시 내려가고 처방료만 사라졌으며, 천문학적인 조제료 부담을 떠안은 환자와 보호자들은 아픈 몸으로 약을 타기 위해 심한 불편을 겪고 있지 않습니까? 그런데도 약속한대로 '후보완'은 커녕 재평가 시도조차 전혀 하지 않고 있는 현실이 금과옥조를 충분히 입증하고 있습니다.
이런 마당에 의사들이 우선적으로 필요한 주식인 '수가정상화'가 아닌, 간식거리인 ‘만성질환관리제 시범사업’ 당근책을 또 들고 나왔습니다. 무릇 배가 고프면 밥을 주어야지 사과같이 달콤한 것을 먼저 준다고 합니다. 썩 내키지 않지만 워낙 굶은 상황이라 할 수 없이 시범사업에 참여하려는 우리 의사들의 현실이 참 답답하고 우울합니다. 준다는데 일단 받고 보자는데 자칫 독 사과가 될 수 있어 우려스럽습니다.
변하지 않는 진리를 '진실'이라고 합니다. 과연, 정부가 돈이 남아돌아서 '만관제 시범사업'을 제시할까요? 아니겠지요. 의사들이 불쌍해서 돈을 풀고자 하는 것일까요? 분명히 아닐 겁니다. 그러면 복잡한 모형 만들 필요 없이 쿨하게 수가만 정상화 시켜주면 간단히 해결됩니다. 그 진실은 무엇일까요?
의료정책의 최종 목표는 '주치의 제도'와 '총액계약제' 같은 지불제도 개악으로 재정을 절감하는데 있다는 ‘진실’을 절대 간과하지 말아야 합니다. 진실은 항상 담장 밖에 있어 왔습니다. 경향심사도 마찬가지입니다. 그래서 커뮤니티 케어니 한국형 ACO(=Accountable Care Organization, 책임의료기구)가 요즘 한창 언론에 오르내립니다. 한마디로 정부가 일방적으로 책정한 재정 한도 내에서만 책임(?)진다는 의미 아니겠습니까?
이왕에 기록에 근거한 금과옥조 하나 더 소개합니다. 정부가 그간 취해온 '카멜레온 화법'을 믿지 말라 입니다. ‘전혀 고려하지 않고 있다 → 여러 가지 측면에서 고려중이다 → 일부 그런 의견이 있다 → 다각도로 검토 중이다 → 의의가 있는 것 같다 → 일단, 연구 용역중이다 → 연구 결과 필요성이 인정된다 → 시범사업을 고려중이다 → 본 사업으로 확대할 예정이다’ 이런 금과옥조를 충분히 알기에 우리 대의원총회에서 만관제를 반대하는 의결을 해온 것이고, 마찬가지로 총액계약제 등 지불제도 개악을 반대해 온 것 아닙니까?
올해부터라도 정부는 약속을 지키고 진실하게 의료정책을 추진해 주시기를 요구하고 부탁합니다. 의료의 주체는 의사들이고 본질은 의학적 근거에 입각한 진료입니다. 한마디로 국민의 소중한 생명과 건강을 타 단체 어느 곳에 맡기려 하는지 묻고 싶습니다. 의사 말고 그 누가 그 막중한 역할을 다 할 수 있단 말입니까? 의협을 패싱하고 홀대 하는 것은 국가 본연의 의무를 다하지 못하고 결과적으로 국민의 건강권을 훼손시킨다는 점을 말씀드립니다.
존경하는 회원 동지 여러분! 새해에는 어찌해야 할까요? 몇 가지 제안을 드립니다.
첫째, 대한의사협회가 우습게 보이면 안 됩니다. 힘 있는 전문가 단체로 거듭 나야 합니다. 각론에 대해서는 거두절미하더라도 우선 13만 회원 중 최소 10만 명 이상이 회비와 투쟁성금을 완납하고, 위기의식을 공유하고 전의를 불태우면서 대기하고 있어야 합니다. 자기 과가 많다고 자기 직역이 우월하다고 과와 직역의 이익을 앞세우면 곤란합니다.
둘째, 허울 좋은 정부 정책의 허점과 문제점을 파악해서 개선책을 세워야 합니다. 그러려면, 연구비를 들여 투자하고 회원들의 혜안을 모아 의료정책을 선도하는 입장으로 정부에 당당히 요구해야 합니다. 늦었지만, 이제부터라도 기초부터 하나하나 의사들과 상의해서 제대로 된 '의료백년대계'를 만들자고 주장해야 합니다. 손 놓고 끌려 다니면, 몇 년 뒤에는 대통령도 담당 공무원도 모두 자리를 떠나고, 그 자리에는 상심한 국민들과 의사들의 피눈물만 남아 있을 것이 자명합니다.
셋째, 결국은 국회에서 입법으로 승부수를 띄워야 합니다. 회원여러분 지역의 의원들 후원도 하고 집행부에서 체계적으로 기획하고 법안도 만들고 컨트롤 타워를 가동해야 합니다.
넷째, 칼은 칼집에 있어도 상대를 위협하는 힘이 있습니다. 짧은 칼인 경우에는 함부로 뽑아서는 곤란합니다. 스스로, 칼집에서 긴 칼로 키워 나가야 합니다. 집행부는 배전의 노력과 낮은 자세로 회원들의 힘을 한곳에 모아야 합니다. 그래야만 건곤일척! 큰 칼 뽑을 기회가 왔을 때 이길 수 있습니다.
마지막으로 우리 의사들의 문제는 스스로 해결하지 않으면 아무도 도와주지 않습니다. 우리 스스로 개척하고 투쟁해야 합니다. 국민 대다수를 우리 편으로 만들기는 힘들지만 설득하고 집중하고 노력해야 합니다. 언제든, 우리가 합당한 '명분'을 얻을 때 또는 만들 수 있을 때가 우리 모두 합심해야 할 역사적인 순간이 아니겠습니까?
모든 회원이 끝까지 함께 행동해서, 국민의 소중한 생명과 건강을 위해 의료를 바로 세워야 할 "소명"이 있음을 다시 한번 강조하고 부탁 말씀 드립니다.
회원여러분 그리고 대의원 여러분!
2019년 ‘기해년’에는 대한의사협회가 “기필코, 해결하는 한해!”가 되기를 간절히 기원합니다. 가정에 만복이 깃들길 바라며 새해 복 많이 받으십시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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