독감(인플루엔자) 치료제 '타미플루'의 약물 안전성 이슈가 다시금 불거졌다.
지난 연말 타미플루 복약 후 나타난 환각 증상으로 10대 청소년이 추락하는 사건이 알려지면서 신경학적 이상반응에 사회적 관심이 고조된 것이다.
해당 연령군에서는 정신 부작용을 걱정해 치료제 복용을 거부하거나 중단하는 기피현상이 급속도로 번져나간다는 게 문제였다.
실제 이러한 부작용을 우려한 학부모들 사이에서는 타미플루(오셀타미비르 성분 제제) 처방 거부 움직임까지 이어졌다.
치료를 하지 않을 경우, 중환자실 입원이 필요한 폐렴이나 사망으로 이어질 수 있음에도 약 복용을 불안해 하는 해프닝이 곳곳에서 벌어지는 것이다.
감염병 전문가들은 "정작 걱정은 부작용이 아니다. 통상적으로 발생하기 힘든 사건들에 두려움으로 정상적인 진료와 처방에 제한이 생긴다면 국민 건강에 더 큰 피해를 줄 수 있다"고 사태를 우려했다.
그런데 공교롭게도 독감 치료제의 신경학적 이상반응 이슈가 터진 2018년은, 전세계 수천만명의 목숨을 앗아간 독감 대유행 사태 100주년을 맞는 해와도 겹친다.
인류 최대 재앙 가운데 하나로 손 꼽히는 '스페인 독감'은 인플루엔자 치료제가 없었던 1918년 첫 발생해 2년간 전세계 5000만 명에 이르는 사망자를 보고했다.
때문에 각국 정부는 작년 인플루엔자 감염 예방에 어느때 보다 국제 공조 기조를 분명히 했다. 이러한 와중에 불거진 타미플루의 안전성 문제는 추후 인플루엔자 감염 관리 문제와도 직결될 수 있는 사안이었다.
10년전 신종 플루 대유행 당시 등장한 타미플루에 보고된 흔한 이상반응 대부분은 구토·설사 등 위장관계 증상이나 간독성, 두드러기 등의 피부증상이 다수를 차지한다.
하지만 지금껏 드물게 보고된 타미플루에 의한 환각·환청 사례들이 어린이나 20세 미만의 청소년층에 집중됐다는데 혹시 모를 유해반응에 여지를 남긴 것이다.
여기서 자살 충동 등 신경학적 부작용 문제로 홍역을 치른 또 다른 약물 사례를 짚어볼 필요가 있다.
중추신경계에 작용하는 금연치료제 챔픽스(바레니클린)는 승인 직후인 2009년부터 안전성 이슈로 줄곧 처방에 발목이 잡혔다.
타미플루 사례에서 비슷하게 챔픽스를 복용한 극소수의 인원에서는 자살생각과 우울증 등의 신경정신과적 부작용 위험이 드물게 보고됐기 때문이다.
정책적 지원과 함께 금연 열풍이 강했던 국내에서도 금연치료제의 이러한 신경학적 부작용 문제는 적잖은 파장을 몰고 오기 충분했다.
결과는 어찌 됐을까. 장기간에 걸친 대규모 조사 결과 직접적인 약물 인과관계를 확인하지 못한채 제품에 삽입됐던 부작용 경고문은 결국 빠졌다.
2016년 챔픽스의 대규모 시판후조사(PMS)인 EAGLES 임상 결과가 나오면서 이슈가 됐던 신경 이상반응을 어느 정도 해소시킨 것이다.
타미플루는 현재 한국로슈를 비롯해 52개 제약업체에서 163개 품목이 생산되고 있다.
이와 관련 미국FDA를 비롯한 일본 후생성 등에서는 문제가 된 연령층에서 보고되는 신경학적 이상반응 사례를 모니터링하고 있지만, 약물 인과관계에는 무게를 두지않는다는 입장을 밝혔다.
분명한 것은 의료 전문가들이 타미플루가 환각을 일으키는 부작용 기전이나 연령에 의한 영향은 아직까지 정립된 것이 없다는데 입을 모으고 있기 때문이다.
해당 문제로 수년간 처방을 금지했던 일본에서도 작년 청소년층에 타미플루의 투약 재개를 결정했다.
매년 인플루엔자 유행 시즌에는 감염 확산이 국제적인 문제로 대두된다. 국내에서는 혹시 모를 유해반응 문제로 치료를 기피하는 상황이 벌어지고 있다.
부작용과 관련한 국민 불안증을 보며 보건당국에 현명한 가이드라인 대처법을 기대하기란 어려운 걸까.
"모든 약은 예기치 못한 유해반응이 발생할 수 있으며, 치료의 득과 실을 엄밀히 따져봐야 한다"는 한 의료진의 말을 곱씹어 볼 필요가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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