평가 인증을 받지 않은 대학에 입학했더라도 의료인 국가시험을 응시할 수 있도록 하는 법안이 추진되면서 보건의료계가 강하게 반발하고 있다.
이미 서남대 의과대학 등의 사례로 부실 교육에 대한 폐해가 드러났는데도 이를 완화하는 것은 말이 되지 않는다는 것. 따라서 공은 국회로 돌아갈 것으로 보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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보건복지부는 5일 대학이나 학과 신설로 평가 인증을 받지 못했어도 이전에 입학한 학생들에게 의료인 국가시험 자격을 주는 의료법 개정안이 국무회의를 통과했다고 밝혔다.
개정안은 의사, 치과의사, 한의사, 간호사 등 의료인 국시에 평가 인증을 받지 못한 신설 대학이나 학과 졸업생들에게도 기회를 주는 것이 골자다.
현재 고등교육법 등에 따르면 의료인 국시 자격은 평가 인증을 받은 대학과 대학원 졸업생들에게만 주어지며 이외 대학은 아예 시험 자체를 치르지 못하도록 규정하고 있다.
이에 대해 복지부는 평가 인증에 수년의 시간이 소요되는 만큼 이전에 입학한 경우라도 국시 응시 요건을 부여하는 것이 합리적이라는 설명이다.
그러나 이러한 개정안에 대해 의료단체들은 강하게 반발하고 있다. 제대로된 교육 환경을 갖췄는지를 평가 받기도 전에 국시 자격을 주는 것은 부실 교육을 양산할 수 있다는 지적.
대한의사협회 관계자는 "이미 서남의대 사례를 통해 부실 교육의 폐해와 문제점이 절실하게 드러났는데도 같은 실수를 반복하려 하고 있다"며 "의료인 양성은 평가를 통해 최소한의 교육 환경이 갖춰진 곳에서 이뤄져야 한다"고 목소리를 높였다.
다른 직역 단체들도 마찬가지 반응이다. 국시와 관련한 평가 인증 필수화가 올해에서야 이뤄진 시점에서 이에 대한 예외 조항을 만드는 것은 법안의 취지를 무색하게 만든다는 비판이다.
대한간호협회 관계자는 "간호대에 평가 인증 의무화가 적용된 것이 올해인데 복지부 차원에서 이러한 법안을 내놓은 것은 이치에 맞지 않는 행위"라며 "협회 차원에서 의견을 모아 대응 방법을 고민할 것"이라고 말했다.
실제로 현재 간호대학 중에서는 2곳이 간호교육평가원의 인증을 받지 못한 상태다. 만약 이러한 법안이 통과된다면 이 2곳의 졸업생도 국시 자격이 주어진다.
특히 최근 자유한국당 박인숙 의원이 의대 설립 이전에 평가와 인증을 의무화하는 내용을 골자로 하는 고등교육법 일부개정법률안을 대표 발의했다는 점도 주목해야 할 부분이다.
이 법안에 따르면 의학, 치의학, 한의학, 간호학과를 개설하고자 하는 대학은 교육 과정 신설 이전부터 인정 기관의 평가인증을 받도록 규정하고 그렇지 않으면 국시자격을 제한하도록 명시하고 있다.
이에 대해 의협은 "고등교육법에서 의대와 의전원에 대한 평가인증을 의무화한 것은 엄격하게 예비 의료인 교육과정을 관리하자는 의미"라며 "이러한 개정안이 교육의 질과 국민의 건강권을 지키는 기전이 될 것"이라고 평가한 바 있다.
즉, 박인숙 의원이 대표 발의한 법안과 보건복지부가 내놓은 법안에 상충이 불가피하다는 점에서 공은 국회로 넘어갈 것으로 전망된다.
의료단체 관계자는 "법안을 좀 더 세세하게 분석해 봐야 하겠지만 지금으로 봐서는 서로 상충된다는 점에서 국회에서 결국 병합해 심의하지 않겠느냐"며 "이 과정에서 어떻게 진행되는지를 파악해 봐야 할 것 같다"고 전했다.
이에 대해 한국의학교육평가원장을 지낸 안덕선 교수(고려의대)는 "우리보다 후진국들도 신설대학의 경우 신입생 모집 전부터 철저한 검증과 평가를 거친다"며 "의대가 6년 과정이라면 매년 평가를 받아 6년 과정까지 모두 통과해야 국시 자격을 부여한다"고 설명했다.
아울러 그는 "이는 의료인 양성의 중요성을 감안한 것으로 환자 안전과 의료의 질 관리를 위한 것"이라며 "정부가 앞장 서서 이에 역행하는 법안을 내놓은 것은 유감스러운 일"이라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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