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국을 들썩이게 할 만큼 큰 사회적 논란을 가져왔던 인보사 케이주(인보사) 사태가 여전히 마무리되지 않은 채 끝없는 잡음을 내고 있다.
식품의약품안전처가 여론에 밀려 추적 조사에 나섰지만 이에 대한 상당수 업무를 병의원의 부담으로 돌리면서 여기저기서 불만의 목소리가 나오고 있다.
인보사 사태 해결 나선 정부…추적 조사 절차 잡음
식품의약품안전처를 비롯한 정부는 지난 6일 인보사에 대한 허가를 취소하며 사태 대처를 위해 투약 환자에 대한 부작용 추적 조사를 실시하겠다고 발표했다.
이에 따라 식약처와 한국의약품안전관리원은 인보사 투여 후 이상 사례 수집에 나섰으며 투약을 받은 환자 전원을 대상으로 전수 조사를 진행하고 있다.
현재 식약처와 한국의약품안전관리원 홈페이지 등에는 이상 사례 보고를 위한 별도의 페이지를 구축한 상태며 대국민 홍보 활동도 병행하고 있다.
이를 통해 정부는 인보사를 투약한 환자 전원을 의약품안전관리원에 등록한 뒤 6개월 내에 모든 환자를 대상으로 하는 무릎 엑스레이와 공판 세포 생존 여부를 검사할 계획이다.
또한 향후 15년간 매년 방문 검사를 실시해 인보사로 인한 이상 반응이 나타나는지 감시하기로 했다. 미국 FDA에서 제시한 의약품 부작용 추적 조사 기간 중 가장 긴 가이드라인이 15년이라는 근거에서다.
다행스러운 것은 골관절염 치료제인 인보사가 2017년 7월 허가를 받은 이래 2년여가 지났지만 임상시험을 포함해도 처방 받은 환자가 3000여명에 불과하다는 사실이다.
그나마 처방 인원과 양이 적어 추적 조사를 진행하는데 걸리는 시간 등이 줄어들 수 있는 이유다.
문제는 이러한 조사를 진행하면서 일선 병의원에 추적 조사의 상당 업무를 넘기고 있다는 점이다. 병의원들의 불만이 나오고 있는 것도 여기에 있다.
제약사가 허위로 허가를 받고 식약처가 이를 승인했는데 도대체 왜 의료기관에서 이에 대한 책임을 져야 하느냐는 불만섞인 목소리인 셈이다.
직접 환자 찾아 나선 병의원들 "책임감 넘어선 업무"
서울의 A정형외과병원 병원장은 "대부분 이러한 일이 있으면 대한의사협회나 대한병원협회에서 협조 공문이 오는데 이번에는 식약처에서 직접 공문이 날아왔다"며 "최대한 협조하겠다고 답변을 줬는데도 수차례 전화를 통해 환자 추적을 요구했다"고 털어놨다.
그는 이어 "사실 말 그대로 나는 협조할 입장이지 식약처의 지시를 따른 상황은 아니지 않느냐"며 "그래도 내 환자니 끝까지 돌봐야 한다는 일말의 책임감으로 조사를 진행하기는 했는데 불쾌한 마음은 어쩔 수 없다"고 덧붙였다.
실제로 인보사 추적 조사에 나선 병의원들은 모두 비슷한 반응을 보이고 있다. 식약처가 해야할 업무를 의료기관에 떠넘기고 있다는 반응이다.
단순히 협조를 요구하는 것이라고는 볼 수 없을 만큼 지나치게 많은 업무 부담과 책임을 넘기고 있다는 지적이다.
환자의 정보를 전달하는 것을 넘어 환자의 개인정보 동의 서류와 추적 조사와 관련한 모든 서류 나아가 환자 등록까지 병의원들이 진행하고 있다는 비판.
서울의 B정형외과병원 병원장은 "사실 우리 병원에서는 단 2명밖에 인보사 처방이 나간 적이 없는데 이 문제로 몇 주간 골머리를 썩었다"며 "단순히 환자 연락처 정도만 주면 되는 줄 알았는데 업무가 그게 다가 아니었다"고 전했다.
이어 그는 "원장인 내가 직접 환자들에게 다 전화를 걸고 양해를 구한 뒤 직원을 보내 동의서를 받아오고 환자 등록까지 우리가 마쳤다"며 "사실 이러한 업무들은 식약처가 해야할 일이 아니냐"고 반문했다.
이러한 문제로 인해 정부가 추진하고 있는 환자 등록 또한 한계를 드러내고 있다. 이러한 사실이 전해지면서 의료기관들이 협조를 기피하고 있는 이유다.
실제로 식약처는 인보사를 납품받은 의료기관 438곳에 협조 공문을 보냈지만 지금까지 회신이나 조치가 이뤄진 곳은 절반에 미치지 못한 것으로 전해졌다.
하지만 식약처와 의약품안전관리원 등도 답답하다는 반응이다. 의료기관들의 협조가 없이는 추적 조사 자체가 쉽지 않다는 것. 환자의 안전을 위해서라도 협조가 필요하다는 입장이다.
식약처 관계자는 "실제 인보사를 납품받아 처방이 나간 의료기관들의 협조가 없으면 환자 추적 자체가 불가능하다"며 "여러차례 협조를 구하고 있지만 여전히 응하지 않는 기관들이 있는 것이 사실"이라고 토로했다.
아울러 그는 "의료기관 입장에서는 부담이라면 부담이 있을 수 있겠지만 의료인이 직접 등록 절차를 진행하는 것이 훨씬 더 신뢰할 수 있는 만큼 이를 부탁하고 있는 것"이라며 "환자의 안전을 위해서라도 적극적인 협조를 당부한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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