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Paradigma Vicino'(가까이 패러다임). 정신질환에 대한 사회적 편견을 좁히기 위한 복지부 전국 순회 정신건강포럼 대장정이 제주 포럼을 끝으로 마무리됐다.
메디칼타임즈는 지난 3일 제주벤처마루 대강당에서 열린 복지부와 중앙정신건강복지사업지원단(단장 윤석준) 주최 제주 정신건강포럼 현장을 방문 취재했다.
이날 제주 포럼에는 원희룡 제주도 지사와 윤석준 단장을 비롯해 강지언 정신의료기관협회 수석부회장, 김문두 제주도 광역정신건강복지센터장, 정신질환 환자단체 파도손 이정하 대표, 서울시립대 법학대학 신권철 교수, 중앙대 사회복지학과 정슬기 교수, 재활시설협회 장영찬 회장 및 복지부 정신건강정책과 오승민 사무관 등 내빈이 참석했다.
제주 정신질환 의료기관과 시설 임직원과 환자 및 가족 등 200여명이 강당을 가득 매운 포럼은 신명난 공연을 시작으로 전문가와 환자 및 가족들의 진정성 있는 의견과 사연으로 큰 호응을 받았다.
윤석준 단장(고려의대 예방의학과 교수, 보건대학원장)은 개회사를 통해 "정신질환자는 위험하다는 편견과 오해가 심화되고 있지만 역설적으로 현 상황이 기회가 될 수 있다"면서 "전국순회 마지막인 제주포럼을 계기로 정신질환 당사자와 가족, 전문가, 시민 등이 함께 서로에게 귀를 기울이면 통합과 공감으로 갈 수 있을 것"이라고 강조했다.
원희룡 제주도지사는 환영사에서 "우울증과 조혈병, 자살 등으로 인한 사회적 문제와 비용은 무시할 수 없는 상황까지 왔다. 제주도 역시 지역주민의 우울감이 높다. 민관학 협력으로 사회전체가 정신건강에 대해 보다 따뜻하고 발전된 사회가 되도록 협력과 관심을 아끼지 않겠다"고 제주포럼을 격려했다.
이어 정신질환 당사자가 포함된 '니나내나밴드'(너와 다르지 않다 의미) 공연은 참석자들의 열띤 박수를 받았다.
정신적 어려움 경험과 회복 과정 등을 주제로 자작곡을 선보인 니나내나밴드는 공중파 오디션 프로그램처럼 수준 높은 가창력은 아니나 사회적 편견 극복과 정신질환 당사자의 희망과 열정을 노래하며 참석자들의 심금을 울렸다.
마음공감 토크콘서트 '가까이'는 강지언 정신의료기과협회 수석부회장(연강병원장, 제주시의사회장)과 파도손 이정하 대표, 정신장애 당사자인 박은정 씨의 실시간 오픈채팅방을 병행한 토크로 진행됐다.
강지언 수석부회장은 "핵심은 현 정신진료 체계 관련, 환자 당사자이 바라는 부분과 치료거부, 복약거부 상황을 어떻게 느끼느냐이다. 보호자에 의한 입원을 허용하는 제도로 바뀌면서 환자들의 자기 결정권 문제가 발생할 수 있다"고 지적했다.
이정하 대표는 "정신질환 당사자는 세상 사람들은 내편이 아니고, 가족은 잔소리만 해대고 결국 외딴 섬이라는 느낌"이라면서 "일상생활에서 독을 탄 것 같아 음식도 못 먹고 끝없이 공격은 들어오고 싸우다가 가족과 멀어져 결국 아무도 내 얘기를 들어주지 않는 상황에 맞딱드린다"며 환자들의 현실을 토로했다.
정신질환 당사자인 박은정 씨는 "병원 퇴원 후 모든 기억을 상자에 담아 지웠다. 정신질환 상태를 누가 물으면 강제 목욕을 당한다는 느낌이 들었다"고 전하고 "사람들은 우리가 위험한 줄 안다. 하지만 그렇지 않다. 병원에 안 가려고 한다"며 솔직한 심경을 고백했다.
강지언 수석부회장은 "강제 목욕을 당한 느낌이라는 말을 들으면서 정신과 의사로서 치료해야 한다, 도와줘야 한다는 강박으로 환자들의 소중한 감정을 무시하는 것은 아닐까하는 생각이 들었다"며 자성과 공감을 표했다.
정신질환은 제주도 역시 예외가 아니다.
제주도 광역정신건강복지센터 김문두 센터장은 "제주 시민 중 정신장애 환자비율은 4%에 불과하나 기분장애와 불안, 스트레스 관련 장애 등이 정신건강의학과 내원환자가 27%를 넘어섰다"면서 "올해부터 마음건강 무인 검진기 운영과 정신질환 의료비 지원 등 정신건강 고위험군 조기발견과 치료를 연계하고 있다"며 제주도 정신건강 상황을 발표했다.
복지부 정신건강정책과 오승민 사무관은 지역사회 정신건강 정책을 설명하면서 "단기과제로 지역 정신응급대응협의체 설치, 중장기적으로 정신재활시설 확충과 비자의입원 제도개선 등을 검토하고 있다"고 말했다.
이날 제주포럼의 백미는 참석자들의 질의응답이다.
정신질환 경험자는 "사회적 낙인 때문에 치료를 받으려 하지 않고 있다. 정신건강 교육을 초중고에 의무적으로 하면 좋겠다. 정신질환이 나쁘거나 위험한 것만은 아니라는 인식을 청소년들에게 심어줘야 한다"고 주장했다.
다른 경험자는 "부모님과 지내다 발병해 한 달 간 입원했다. 조기발견으로 약 먹는 것 말고 불편없이 일상생활을 하고 있다. 남편과 정신건강복지센터 프로그램을 함께하며 많은 도움을 받고 있다. 무엇보다 가족의 참여와 이해가 중요하다"고 말했다.
제주 모 정신상담소장은 메디칼타임즈와 만나 "이번 포럼이 정신질환 당사자와 정책을 이해하는 데 큰 도움이 됐다. 매일 상담하고 있지만 당사자들이 마음의 문을 여는 게 쉽지 않다"면서 "정신건강포럼이 일회성이 아닌 내년에도 지속되길 기대한다"고 말했다.
질문 자청한 김문두 센터장은 "응급실에 정신질환 환자가 오면 교통사고 환자 우선으로 정신질환 환자는 뒤로 밀리는 게 현실"이라면서 "권역응급의료센터에 의무적으로 정신질환 응급병상을 의무화해야 한다. 선진국은 공공의료기관에 정신질환 환자를 위해 3~4개 병상을 무조건 비워 놓는다"며 과감한 정책 개선을 주문해 참석자들의 큰 박수를 받았다.
윤석준 단장은 "이번 전국순회 포럼을 계기로 정신질환 편견 해소가 완전히 이뤄지지 않겠지만 정신질환 당사자에게 한 발 가까이 다가가는 계기가 됐다"며 전국순회 정신건강포럼을 자평했다.
지난 7월 11일 경기도를 시작으로 7월 18일 강원, 8월 27일 대구에 이어 9월 3일 제주로 마무리된 2019년 전국순회 정신건강포럼은 중앙정신건강복지사업지원단 최원화 팀장과 나희경, 이호정, 김도연 씨 등이 실무를 담당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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