식약처 국감, 의약품 심사부터 안전 관리 허점까지 지적 쏟아져 구조적 개선없인 문제 반복…기재부·행자부 설득해 인력 충원해야
|종합| 2019년 식품의약품안전처 국정감사
인보사 세포주 변경과 엘러간 인공유방 사태 등으로 식품의약품안전처의 허가 과정뿐 아니라 사후 관리에서의 총체적 부실이 도마에 올랐다.
식약처의 비전문성을 탓하며 1인 시위를 진행한 강윤희 심사위원의 지적대로 심사 인력의 부족에서 비롯된 심사의 전문성 결여뿐 아니라 의약품 사후 안전관리 등에서도 허점이 제기됐다.
특히 발사르탄 이후 라니티딘 성분에서 재발된 NDMA 검출, 엘러간사 거친 표면 유방보형물의 대세포 림프종(BIA-ALCL) 부작용 발견을 모두 해외 기관에 의존했다는 점에서 '구조적인 문제' 개선이 선행돼야 선제 대응이 가능하다는 지적이 잇따랐다.
▲식약처, 허가부터 사후 관리까지 부실
7일 식약처 국감은 인포사 사태가 포문을 열었다. 인보사의 허가 과정에서 석연치 않은 데다가 인보사 투여 환자에 대한 추적 관리까지 주먹구구식으로 진행됐다는 지적이 나왔다.
정춘숙 의원은 코오롱생명과학 인보사케이주 사건의 핵심인 2액 세포의 신장세포 여부를 확인한 검사법인 STR(Short Tandem Repeat, 단편일렬반복) 검사법이 필요하다는 사실을 식약처가 이미 지난 2010년 파악하고도 적용하지 않았다는 의혹을 제기했다.
식약처는 지난 2010년 12월 '생물의약품 생산에 사용되는 세포기질 관리 가이드라인'을 발간, 사람 세포인 경우 DNA 프로파일링과 같은 유전적 시험이 필요하다는 점을 언급하고도 인보사에 적용하지 않아 세포주 변경 사태를 촉발했다는 것.
인보사 허가 결정 전 결재과정과 2차 중양약심 위원 구성의 문제, 마중물사업 선정 과정까지 비정상적인 부분이 지적된 데 이어 허가 취소후 환자 안전 관리도 엉망이었다.
식약처는 인보사 사태 이후 6개월 이내 투여 받은 모든 환자에게 검사를 실시하고, 이상사례 등 결과 보고를 하겠다고 밝혔지만 6개월이 지난 현재, 검사 인원은 전무했다.
거친표면 인공유방 보형물로 인한 희귀암 발병 관련 환자 관리에서도 허점이 드러냈다. 사태가 확인된지 2개월 가까이 지났지만, 식품의약품안전처는 이식받은 환자를 제대로 파악하지 못하고 있는 것.
식약처는 2014년 11월부터 거친 표면 인공유방을 추적관리대상 의료기기로 지정했다. 추적관리대상 의료기기 기록과 자료 제출에 관한 규정에 따라 제조업자 등 취급자는 매월 기록과 자료를 전산으로 제출하게 돼 있으며, 의료기관은 식약처장으로부터 요구받은 때에는 이를 10일 이내에 제출하게 돼 있다.
하지만 이번 국감을 통해 식약처는 지정 이후 단 한 번도 사용자 측으로부터 환자 정보를 취합한 적이 없다는 사실이 드러났다.
윤일규 의원은 "식약처는 이번에 문제가 된 인공 유방 외 52개의 의료기기를 추적관리대상 의료기기로 지정했으나 단 한 번도 환자 자료를 취합한 적이 없다"며 "이럴 거면 추적관리대상 의료기기 지정을 왜 하는지 모르겠다"고 사후관리를 손 놓고 있다는 점을 비판했다.
▲해외 기관에 의존하는 식약처, 구조 개선없인 문제 되풀이
식약처의 관리 능력은 FDA와의 비교에서 대조를 이뤘다.
김상희 의원은 "유럽에서 탈리도마이드로 인한 수 만명의 기형아가 발생했지만 미국은 이런 비극을 피할 수 있었다"며 "이는 연구자가 심사과정에서 문제점을 발견해 허가를 지연시켰기 때문"이라고 설명했다.
이어 "MSD 프레비미스주는 미국과 한국 모두에서 허가를 얻었다"며 "미국 FDA 보고서는 전화부 두께로 2권이나 되는데 우리나라는 60쪽에 불과하다"고 지적했다.
그는 "FDA는 의약품 한 품목 심사에 통계, 화학, 약리 분야의 전문가 40명이 맡아서 한다"며 "식약처는 3개 분야 6명에 불과하다"고 꼬집었다.
이런 구조적인 문제를 개선하지 않고선 발사르탄, 엘러간 사태처럼 해외 기관에 의존, 늑장 대응에 나서는 사례가 지속될 수밖에 없다는 것.
김상희 의원은 "기재부나 행자부를 설득해 전문 인력을 대폭 확충하라"며 "(전문 인력 확보 없이는) 의약품 사고가 나면 사후 대응하는 방식이 지속될 수밖에 없다"고 질타했다.
정기적인 최신 안전성 정보(PSUR) 검토 보고서 역시 인력 공백에서 비롯한 부실이 도마에 올랐다.
PSUR은 시판 후 국내외에서 발생한 약물 부작용에 대한 최신 보고서로, 이 자료에 근거해 허가 사항 변경 등 조치가 이뤄진다. 시판 후 약물의 안전성에 대한 매우 중요한 모니터링 자료다.
신약 등의 재심사 기준 등에 따라 신약∙희귀의약품은 정기적인 최신 안전성 정보, PSUR(Periodic safety update report)를 주기적으로 보고 하게 돼 있다.
식약처의 PSUR 관련 조치는 제약사가 제출한 부작용 사례를 요약한 것에 그치고 있다.
윤일규 의원에 따르면 2017년부터 2019년 8월까지 제약회사가 제출한 내용을 단순히 요약한 보고서가 1007건으로 전체의 92.6%에 달했다. 심지어 검토 보고서가 없는 경우도 59건(5.4%)이나 됐다. 식약처가 시정 조치한 것은 44건, 전체 건수의 4.0%에 불과했다.
반면 유럽의약품청은 같은 기간 동안 전체 915건 중 38.5%에 달하는 352건에 대해서 시정 조치를 내린 바 있고, 검토 결과, 허가 사항 변경 내용, 왜 변경하는 지에 대한 근거 등을 충실하게 담고 있어 대조적이었다.
중대한 약물이상반응 중에서 사망도 5건이나 확인됐으나, 1건을 제외하고 4건에 대한 식약처의 검토 내용도 없었다.
사실상 지난 7월 식약처의 전문성 강화를 주장하며 1인 시위에 나섰던 식품의약품안전평가원 강윤희 심사위원의 주장이 국감을 통해 설득력을 얻은 셈.
강 위원은 식약처가 DSUR(Developmental Safety Update Report, 안전성 최신 보고)과 PSUR(Periodic Safety Update Report, 안전성 정기 보고)을 전적으로 해외 기관에 의존하고 있다며 허가 심사 강화와 사후 관리 강화를 위해 의사 인력 강화를 주장한 바 있다.
윤 의원은 "작년 발사르탄, 올해 라니티딘의 NDMA 등 발암물질 검출 사건만 봐도 유럽과 미국에서 선도적으로 주도하고, 우리는 뒤따르는 모양새였다"며 "PSUR 보고서를 제대로 검토해서 한 번쯤은 우리가 선도하는 모습을 보여줘야 한다"며 식약처의 대응을 촉구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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