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베트남 해외종합지원센터' 한국 의료기기 전초기지 역할 수행 김용섭 센터장 "베트남, 성장 잠재력 큰 아세안시장 진출 거점"
|베트남 호치민=메디칼타임즈 정희석 기자| 인구 약 9700만명 가운데 65%가 만35세 미만의 젊은 국가 ‘베트남’(Vietnam).
개발도상국은 물론 전 세계 평균을 웃도는 명목 GDP 성장률을 기록하며 무한한 성장 잠재력을 가진 ‘포스트 차이나’로 부상하고 있다.
베트남은 또한 문재인 정부의 아세안(ASEAN·동남아시아국가연합) 10개국과의 ▲자동차 ▲소재부품 등 첨단 제조업분야 교류협력 확대를 골자로 한 ‘신남방정책’ 핵심 거점국가이기도 하다.
한국은 2018년 기준 약 76억달러 규모의 베트남 투자 1위 국가이자 현재 삼성 LG를 비롯해 4000여개 기업이 제조·유통·서비스·부동산·금융 등 다양한 분야에 진출해있다.
특히 한국과 베트남 간 의료기기 교역량 역시 꾸준히 증가하고 있다.
식약처 의료기기 생산수출입 실적보고에 따르면, 2013년부터 2017년까지 한국의 의료기기 베트남 수출과 무역수지 흑자는 각각 연평균 24.6%·21.5% 증가했다.
이러한 증가세는 의료기기의 90%를 수입에 의존하고 있는 것은 물론 ▲의료서비스 수요 및 건강보험 확대 ▲민간병원 증가 ▲의료기관 인프라 확충 등 베트남 의료시스템 변화 상황을 고려할 때 정부의 뒷받침과 국내 의료기기제조사들의 현지시장 공략으로 확대 지속될 수 있는 여지가 충분하다.
한국의료기기공업협동조합(이사장 이재화)이 복지부 지원을 받아 2013년 설립한 ‘베트남 해외의료기기종합지원센터’(이하 베트남센터·KMD VINA)는 신남방정책의 가시적인 성과를 실현하는 한국 의료기기 동남아시장 진출 ‘전초기지’ 역할을 수행하고 있다.
기자는 최근 베트남 호치민(Ho Chi Minh)시 Phu Nhuan(푸년)군 14동 Huynh Van Banh(후인반반)길 402번지에 위치한 베트남센터를 찾아 김용섭 센터장으로부터 베트남 의료시스템 및 의료기기시장 현황은 물론 한국 의료기기제조사들의 현지시장 진출 방안에 대해 들어보았다.
김용섭 베트남센터장은 “베트남 의료시스템은 국민들의 의료서비스 수요를 양적 질적 모두 충족시켜주지 못하고 있다”고 말했다.
이어 “이 때문에 정부에서도 의료선진화를 위해 병원 시설·장비 현대화에 많은 투자를 하고 있지만 한정된 예산으로 인해 일부 대도시를 제외한 지방까지 확대되는데 한계가 있다”고 덧붙였다.
사회주의 국가인 베트남 역시 중국과 마찬가지로 민간병원이 급증하고 있는 추세.
김 센터장은 “공공의료비중이 높지만 공급이 수요를 못 따라가고 있는 실정”이라며 “특히 높은 경제성장률로 중산층이 두터워지면서 진료비는 비싸지만 현대화된 장비로 질 높은 의료서비스를 제공하는 민간병원이 빠르게 증가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1억명에 가까운 인구와 GDP 성장률을 상회하는 의료비 지출액 증가율은 물론 건강보험 확대와 민간병원 증가세를 감안하면 베트남 내 의료기기 수요는 지속적으로 늘어날 것으로 전망된다.
실제로 베트남의 의료비는 2012년부터 2017년까지 연평균 8.2%의 증가율을 보였다.
또 베트남 의료기기시장은 2013년부터 2018년까지 연평균 10.6% 성장률을 보이며 2018년 기준 12억7700만달러(약 1조5145억원) 규모를 기록했다.
특히 2018년부터 2023년까지 연평균 9.9% 성장률을 보이며 2023년 20억4600만달러(약 2조4265억원)에 달하는 의료기기시장 규모가 예상된다.
문제는 베트남의 의료기기 수입의존도가 매우 높다는 점이다.
김용섭 센터장은 “베트남은 전체 의료기기 가운데 90% 정도를 수입에 의존하고 있다”며 “자국 로컬기업이 약 50곳에 불과할뿐더러 그마저도 밴드·거즈 등 소모품 생산과 침대와 같은 병실용 가구 제조에 머물러 있는 실정”이라고 말했다.
높은 수입의존도와 열악한 자국 의료기기산업 인프라는 한국 의료기기업체들에 기회가 될 수 있다.
김 센터장은 “베트남 의료기기시장은 높은 경제성장률과 의료서비스 수요 증가 등으로 꾸준히 성장할 것으로 예상된다”며 “뿐만 아니라 베트남은 상대적으로 낮은 인건비와 운영비용, 무역에 용이한 지리적 이점 등으로 인해 세계적인 의료기기 제조·수출거점으로 자리 잡고 있다”고 설명했다.
이어 “베트남에서는 기본적으로 한국 의료기기에 대해 호감이 있으며, 또 중국 제품보다 확실히 좋다는 인식도 있다”며 “한국산 의료기기는 미국 유럽 일본 제품에 비해 품질 차이가 크지 않다는 인식이 있는 만큼 가격경쟁력을 갖춘다면 베트남시장에서 충분히 가능성이 있다”고 강조했다.
K-POP 등 한류 열풍과 축구 영웅으로 떠오른 박항서 감독 효과로 그 어느 때보다 한국에 대한 호감도가 높은 베트남은 한국 의료기기업체들의 동남아시장 진출 거점국가로 평가받는다.
대성마리프 조선기기 세운메디칼 세종메디칼 영케미칼 메타바이오메드 등 다수 국내 의료기기제조사들은 베트남에 진출해 현지법인을 설립하거나 생산시설을 운영하고 있다.
베트남의 낮은 인건비와 외국인직접투자(Foreign Direct Investment·FDI) 확대 정책 및 외국기업 세제혜택은 의료기기 미개척시장인 아세안국가 진출을 노리는 한국 업체들의 거점 구축에도 매력적이다.
김용섭 센터장은 “노동생산성보다 높은 최저임금 인상률이 고용시장 및 FDI 유치에 악영향을 미친다는 인식이 확대되면서 최저임금 인상률이 감소 추세에 있다”며 “베트남 인건비는 아직까지 중국의 절반 수준에 불과하다”고 설명했다.
또 “베트남은 전체 수출액의 70% 이상이 외국인 투자기업에서 발생할 정도로 외자 유치에 굉장히 적극적”이라며 “한국은 베트남에 가장 많은 투자를 한 국가이자 삼성전자가 베트남 수출의 25%를 담당하고 있다”고 덧붙였다.
외국기업에 대한 법인세 혜택 또한 파격적이다.
베트남은 2015년 7월 1일 기업법·투자법·부동산법 개정을 통해 외자 유치를 위한 적극적인 시장 개방 정책을 내놓았다.
이를 통해 외국기업 법인세는 2년간 면제, 그 이후 4년간 50% 감면 혜택을 제공한다.
주목할 점은 법인세 2년 면제가 법인설립 시점이 아닌 실제 법인 운영 후 손익계산서상 수익이 발생한 당해 연도부터 적용한다는 것이다.
김 센터장은 “중국의 인건비 상승으로 많은 외국기업들이 상대적으로 인건비가 저렴한 베트남으로 눈을 돌리고 있다”고 말했다.
특히 “인구 1억명에 가까운 베트남 자체로도 시장이 작지 않지만 인접한 캄보디아 라오스 미얀마 등 인구 6억5000만명의 아세안국가 역시 시장 잠재력이 매우 크다”며 “베트남은 한국 업체들의 의료기기 미개척시장인 아세안 진출을 위한 전초기지이자 거점이 될 수 있다”고 강조했다.
베트남 해외의료기기종합지원센터는 신남방정책과 보조를 맞춰 베트남 진출을 준비 중이거나 이미 현지화에 나선 한국 의료기기제조사를 대상으로 ▲인허가·수입 대행 ▲마케팅 지원 ▲베트남 의료기기 전시회 한국관 참가 및 바이어 매칭 등 다양한 실무 컨설팅과 서비스를 제공한다.
김용섭 센터장은 베트남센터 역량을 ‘현지화진출 지원’에 더욱 집중하겠다고 밝혔다.
현지화진출 지원은 베트남에 법인 설립 또는 생산시설 운영을 원하는 한국 의료기기제조사들이 입주할 수 있는 최적의 산업공단을 발굴하는데 초점이 맞춰져 있다.
김 센터장은 “중국의 인건비 상승과 함께 미·중 무역 분쟁으로 베트남 진출을 문의하는 업체들이 상당히 많아졌다”고 말했다.
이어 “베트남 산업공단의 경우 전에는 대규모 공장 부지를 분양했지만 최근 들어 아파트형 공장처럼 소규모로 입주할 수 있는 곳이 늘고 있는 추세”라며 “아파트형 공장을 분양하는 산업공단은 비교적 작은 생산 공장이 필요한 국내 의료기기제조사들에게 적합할 뿐만 아니라 법인 설립이나 인허가 등 각종 행정적 지원을 제공해주기 때문에 장점이 많다”고 설명했다.
그러면서 “베트남 호치민 인근 1시간 내 위치해 비교적 인력 수급이 원활한 동나이(Dong Nai)·빈증(Binh Duong)·롱안(Long An)지역 산업공단을 한국 의료기기업체들에게 안내해 보다 안정적이고 성공적인 현지화 진출이 가능하도록 적극 지원하겠다”고 강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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