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해환자와 대화시도 했지만 진료실 진입해 칼 꺼내 들어 수술 이후 재활의지 다져…유사한 사건 재발 가능성 우려
"이번 사건에 대한 심정을 밝히자면 당혹스럽다."
진료 중 피습을 당한 L교수가 메디칼타임즈에게 밝힌 첫 마디였다. 의료계는 故임세원 교수에 이어 다시 한번 큰 충격에 빠졌다.
그를 찾은 시각은 25일 오후 1시경. 지난 24일 저녁 수술을 마치고 병실에서 회복 중이었다. 안정을 찾은 그는 사고 당시의 긴박했던 상황과 심경을 담담하게 전했다.
"무슨 일로 오셨나요?"
L교수가 가해 환자에게 건넨 첫마디였다. 진료실에서 다른 환자를 진료 중이던 그는 갑자기 가해환자가 들어서자 자초지종을 확인하고자 말을 건넸다. 하지만 가해 환자는 대답 대신 신문지에 돌돌 말아 품고 온 칼을 꺼내들었다.
"처음에는 피습한 환자가 들고 있는 것이 칼인지도 몰랐다. 가해환자가 칼을 숨겨서 가져오기도 했고 신문지에 감겨 있었다. 또한 가해환자가 대화를 시도한 것이 아니라 문을 열고 들어와서 바로 피습해 대응할 겨를이 없었다."
그는 가해환자의 칼을 막느라 엄지손가락을 크게 다쳤다. 수부외과 수술을 하는 그에겐 손가락은 곧 생명.
하지만 L교수가 칼을 막지 못했다면 가슴을 노린 환자에 의해 더 큰 사고로 이어질 뻔했던 상황. 실제로 L교수는 칼이 가슴에 살짝 스쳤다고 밝히기도 했다.
"오늘 형사 분들이 호신용으로 전기충격기 등을 준비하는 것도 방법이라고 말하기도 했는데 저는 대화를 시도했지만 가해환자는 대화를 안했기 때문에 설사 대응장비를 가지고 있더라도 쓸 수 있었을지는 의문이다."
이번 사건이 후 언론에 많이 알려진 것처럼 가해환자는 부상을 당한 후 장애판정을 받고 싶었지만 부상의 정도가 경미했기 때문에 보건복지부의 장애 판정과 보험회사 보상을 받지 못했다. 이후 환자는 대상을 바꾸어 병원에 보상하라는 소송을 했지만 1심에서 패소하고 항소 또한 기각이 됐다.
항소 기각 후 가해환자가 재심을 청구해 기각됐고 해당 결과가 지난 17일에 공고가 된 뒤 가해환자에게 전달된 게 지난 22일이다. 결국 가해 환자는 재심결과를 받고 난 뒤 L교수를 찾아간 것이다.
"저는 항소에서 패소했다는 게 1년 전 즈음으로 시기가 꽤 지난 일이고 재심을 청구한지 몰랐기 때문에 그 이후로 끝난 줄 알고 있었다. 가해환자가 경제적으로 힘드니깐 보상을 받고 싶었던 것 같은데 재심이 기각된 다음에 더 이상 기댈 곳이 없으니 온 것 같다. "
또한 L교수는 의사로서 해줄 수 있는 것을 다 한 상황에서 가해 환자와 같은 경우를 구분하기는 어렵다고 언급했다.
"저는 치료를 해주려고 노력해준 것과 환자가 힘들어하는 것에 대해 후유장애진단서, 기초장애수급자에 대한 것 등 해줄 수 있는 것을 다했는데 본인이 원하는 것을 못 얻어서 피습을 한 것이다. 의사로서는 환자가 어떤 마음을 가지고 있는지는 알 수 없다."
특히, L교수는 이와 같은 사건의 재발 가능성에 대해 우려했다.
"가해환자의 처벌도 중요하지만 그 환자가 형을 받는다고 하더라도 3년에서 5년 정도라고 한다. 해당 환자의 마음이 가라앉지 않는 이상 또 재발할 수 있다. 이런 상황이 재발하지 않기를 바랄뿐이다."
현재 L교수는 수술 후 경과를 지켜보고 있는 상태, 끝으로 L교수는 재활을 통해 열심히 회복하겠다고 전했다.
"수술을 잘 해주셨기 때문에 제가 할 일은 재활을 열심히 노력해야한다. 가해 환자는 제가 수술을 잘못해서 손가락이 굳었다고 했지만 분쇄골절이었기 때문에 본인도 재활을 열심히 했어야 했던 상태였다. 그 환자에게 재활이 중요하다는 것을 알려주기 위해서라도 재활을 열심히 해서 꼭 회복하려고 생각중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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