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국 CMEF·두바이 아랍 헬스(Arab Health)·독일 메디카(MEDICA)와 같은 국제의료기기전시회에서 한국 지자체가 꾸린 ‘공동관’을 만나는 건 더 이상 낯선 일이 아니다.
충청북도·광주광역시 등 지자체들은 지역 의료기기업체를 선정해 참가비를 지원하고 별도 부스를 마련해 전시회에 직접 참가하고 있다.
이는 의료기기가 국가 성장 동력을 이끄는 대표적인 융·복합 산업이자 고용 창출과 세수 확보 등 지역경제에 미치는 영향력이 크기 때문이다.
동시에 지역에 조성된 산업단지 내 의료기기업체 유치를 위한 하나의 유인책이기도 하다.
2009년 ‘메디시티 대구’를 선포한 대구광역시 역시 ‘의료기기 맞춤형 시장개척단’을 꾸려 지역 의료기기업체들의 해외시장 판로 개척을 적극 지원하고 있다.
봄·가을 열리는 CMEF를 보더라도 여타 지자체가 춘계전시회만 참가하는 반면 대구시의 경우 춘·추계전시회 모두 공동관을 꾸리고 있다.
제82회 중국국제의료기기전시회(CMEF Autumn 2019)에서 만난 대구테크노파크 기업지원단 마케팅·투자팀 이재환 책임연구원·권나리 주임연구원은 3년째 CMEF 춘·추계전시회를 빠짐없이 참가한 이유를 묻자 “지역 의료기기업체들의 수요가 높기 때문”이라고 답했다.
이재환 책임연구원은 “대구는 99%가 제조업 기반 중소업체다보니 독자적으로 해외시장 진출과 판로 개척이 힘든 여건”이라며 “CMEF는 중국뿐만 아니라 북미 유럽 동남아 중남미 등 다양한 외국 바이어들을 한 자리에서 만날 수 있기 때문에 지역 의료기기업체들의 수요가 높다”고 밝혔다.
CMEF Autumn 2019 대구시 공동관 참가업체는 ▲엔도비전 ▲유바이오메드 ▲올소테크 ▲대류 ▲텐탈릭스 ▲송이실업 등 모두 6곳.
대구테크노파크 기업지원단은 항공비·체제비를 제외한 참가 부스비 전액과 함께 장치·통역·바이어 매칭까지 다양한 지원을 아끼지 않았다.
권나리 주임연구원은 “대구시 차원에서도 영세한 지역 의료기기업체들의 해외 판로 개척에 많은 지원을 펼치고 있다”며 “기업지원단의 중요한 역할 중 하나가 유기적인 산학연 연계를 통한 지역 의료기기산업 활성화와 해외시장 개척을 위한 국제의료기기전시회 공동관 운영에 있다”고 강조했다.
이어 “올해 아랍 헬스에서는 공동관 참가업체와 사전에 발굴한 바이어 매칭을 통해 수출 상담을 연계해주는 가교역할을 수행했다”며 “단순히 부스비 지원에서 그치는 것이 아니라 실질적인 판로 개척 성과를 위한 연계사업을 펼치고 있다”고 설명했다.
CMEF 춘·추계전시회를 3년째 꾸준히 참가하면서 대구시 공동관은 브랜드 인지도가 커진 것은 물론 기업지원단 나름의 운영 노하우가 쌓이면서 전시회 참가효과 또한 날로 커지고 있다.
실제로 대구시 공동관 참가업체들은 CMEF Autumn 2019에서 총판·대리점 체결과 함께 괄목할만한 수출 상담과 현장계약을 달성했다.
이재환 책임연구원은 이러한 성과에도 불구하고 CMEF 공동관 예산 지원이 축소되지 않을까하는 우려가 적지 않다고 토로했다.
지자체가 한정된 재정을 가지고 의료기기뿐만 아니라 다양한 전시회 지원 사업을 펼치다보니 일부 사업의 예산 중복 문제가 제기돼 공동관 지원금 축소 또는 예산 재편성 논의가 불거진 것.
이 책임연구원은 “방만하게 운영되는 사업은 당연히 예산을 줄이는 것이 맞다”며 “하지만 CMEF 공동관 운영은 지역 의료기기업체들의 수요가 높을 뿐 아니라 직접적이고 실질적인 지원이 이뤄지는 사업”이라고 강조했다.
그러면서 “CMEF와 같은 국제의료기기전시회는 적어도 5~6년 정도 꾸준히 참가해야 대구시 공동관 브랜드 인지도와 신뢰도가 쌓이고 충분한 바이어 리스트를 확보할 수 있다”며 “계약 성과 등 수치적인 부분에만 치중한 나머지 정작 지역 의료기기업체들의 수요를 외면하지 않을까 걱정된다”고 재차 우려를 나타냈다.
한편, 대구광역시는 지난 29일 보도자료를 통해 CMEF Autumn 2019 대구시 공동관 참가기업들이 현장 상담 403건·상담실적 959만달러·수출계약 304만달러 실적을 달성하며 진입 장벽이 높은 중국 의료기기시장에서 제품 경쟁력을 인정받았다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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