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한마취통증의학회가 주관하는 국제학술대회(10/31~11/2)가 열리고 있는 상황에서 학회에 참가하고 있는 마취과 의사들이 마취는 간호사들의 업무가 아니라는 점을 분명히 했다. 그러면서 불범행위를 좌시하지 않겠다고 천명했다.
앞서 마취 관련 간호사모임인 마취간호사회는 “마취 관련 진단과 처방에 대한 의사의 권리를 침해할 의사가 없다”고 꾸준히 밝히고 있지만 그럼에도 불구하고 마취과 의사들은 그들이 주장과 달리 마취업무를 호시탐탐 노린다고 판단하고 있다.
그런 배경 중하나는 정치인을 동원한 국회토론회다. 대한간호협회 마취간호사회(회장 김태민)는 지난 10월 23일 더불어민주당 인재근 국회의원, 민주평화당 김광수 국회의원이 주최하는 정책토론회를 열었다.
이 자리는 전문간호사의 업무범위를 규정한 의료법 개정안이 오는 2020년 3월 시행됨에 따라 마취간호사가 업무범위에 논의를 위해 마련한 자리다. 하지만 자리를 보면 마취전문간호사의 마취행위를 법으로 허용하고 근거 마련을 촉구하는 성격이 짙은 것은 사실이다.
마취과 의사들은 보건복지부에서 주관하는 진료보조업무 협의체에서 전문간호사의 업무범위에 대한 연구용역이 진행되고 있는 상황에서 정치권의 힘을 빌어 간호사의 업무범위에 마취행위를 간호사의 업무 범위로 시행령에 끼워 넣어 불법행위를 조장하려는 시도로 보고 있다.
기자와 만난 대한마취통증의학회 조춘규 법제이사는 "마취간호사회가 진단과 처방에 관여하지 않겠다고 하지만 바꿔말하면 의사가 처방하면 마취를 하겠다는 의미로도 해석이 될 수 있다"면서 "다시 말하지만 간호사는 마취를 할 수 없으며 업무의 범위를 넘어선 행위다. 면허와 자격을 혼동하지 말아야할 것"이라고 경고했다.
이날 학회에 참석한 많은 의사들은 무엇보다도 마취간호사회의 돌출 행보를 이해할 수 없다는 의견이다. 이들은 마취간호사회는 간호사의 대표 단체가 아니라는 점, 총 회원 600명 중 현역으로 활동하는 사람은 300명이라는 점, 이중에서도 마취행위를 하겠다고 하는 사람은 일부라는 점을 강조하며 일부 집단의 행보가 전체 간호계에 부정적인 인식을 심으며 상당한 부담을 주고 있다고 설명했다.
전영태 홍보이사는 "마취과학회는 1300여명이 있는 회복간호사회와 협력하며 마취관련 업무를 안전하게 이행하고 있다"면서 "이런 대표단체가 있는데 왜 마취간호사가 (정치적) 행동을 하는지 이해할 수 없다"고 꼬집었다. 그러면서 아마도 경제적인 문제가 포함됐을 것으로 추정되며 그렇다하더라도 안전을 돈과 바꿔서는 안된다고 말했다
홍상현 보험이사는 "이런 (불법적인) 문제들 때문에 마취과의사들은 실명제를 해야한다는 입장이다. 어떤 환자도 비전문가인 간호사가 마취를 한다면 서면 동의하지 않을 것이다. 또 급여청구시 마취실명제를 해야 책임소재를 분명히 할 수 있을 것"이라고 피력했다.
조 법제이사는 "지금 대부분의 마취전문간호사가 시행하는 마취는 간호사가 마취한다는 것을 환자에게 동의 받지 않고 시행하고 있으며, 사고가발생하면 마취전문간호사를 고용한 의사는 형사처벌 및 민사손해배상을 방지하기 위해서 필사적으로 사실을 은폐할 것"이라고 강조했다.
관련해 학회는 지난 2018년 부산에서 의료기사에 의한 대리수술 사건도 사실상 마취문제로 인한 환자 사망으로 보고 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고소고발을 하지 않는 것은 신속하게 원인을 파악하고 같은 종류의 마취사고가 생지 않도록 예방이 더 필요다고 판단했기 때문이다.
마취 전문가들은 불법행위로 인한 사망에 대한 반성은 커녕, 사실도 밝히지 않고 이미 불법행위로 판단된 행위를 정치권의 힘을 빌어 합법화하려는 시도는 안타까울 뿐이라면서 앞으로 학회와 의협과 공조해 불법행위에 적극 대응해 나가겠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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