초점내년 31개 민간병원 추가 참여…신청했다 탈락한 병원만 13개 참여 의료기관 급증에 병원 경영진 vs 의사들 갈등 수면위로
정부가 문재인 케어로 불리는 보장성 강화 정책 추진과 동시에 급증하는 의료비를 관리하기 위한 해결책으로 내건 '신포괄수가제 시범사업'.
당초 민간병원에는 확대하기 어려울 것이라는 일부 예상을 비웃기라도 하듯 2018년 8월부터 적용대상을 민간병원까지 확대한 이후 무서운 속도로 대상을 넓혀나가고 있다. 현재 속도라면 정부가 목표한 5만 병상 적용은 큰 무리 없이 달성할 수 있을 전망이다. 심지어 최근 신포괄수가제를 신청했다 떨어지는 민간병원까지 존재할 정도다.
하지만 이 같은 정책 추진 이면에는 병원 경영진과 소속 의사들 간의 보이지 않는 갈등은 날이 갈수록 심화되고 있는 모습이다.
29일 건강보험심사평가원에 따르면, 오는 2020년 1월부터 총 31개의 병원급 이상 의료기관이 신포괄수가제 시범사업에 참여할 예정이다. 총 50개 병원급 이상 의료기관이 시범사업 공모에 참여했으나 6개 병원은 자진포기, 13개 병원급 의료기관은 탈락의 고배를 마신 것이다.
구체적으로 인정병원, 검단탑병원, 한사랑병원, 강릉고려병원, 구병원, 부산성모병원 등은 당초 참여병원으로 지정받았으나 추진 과정에서 제외된 것으로 나타났다.
이 가운데 내년 신포괄수가제 적용 대상에서 눈의 띄는 점은 전문병원급 의료기관의 참여다. 총 8개의 전문병원을 시범사업 기관으로 선정했는데 대표적으로 부천 세종병원(심장)과 김안과병원(안과) 등이 꼽힌다.
특히 심장수술의 메카인 부천 세종병원의 신포괄수가제 참여가 눈앞으로 다가오자 최근 흉부외과계에서 참여 자체를 우려하고 있는 상황이다.
흉부외과학회는 공식 성명서를 발표하면서 "환자 간의 난이도의 차이는 현재의 질병 분류표에는 전혀 반영이 안됐다"며 "게다가 병원 간 수술에 필요한 장비의 격차도 커서 포괄수가제를 적용하기에는 부적절하다"고 강한 우려감을 표시한 것.
이처럼 신포괄수가제 참여기관이 급증하면서 표면적으로 드러나지 않았던 병원 경영진과 의사 개개인 간의 갈등이 수면위로 올라오고 있다.
병원 경영진 입장에서는 전체적인 수익 향상을 기대해볼 수 있기 때문에 신포괄수가제의 매력을 버릴 수 없는 반면, 의료진들은 환자 간 난이도 차이와 치료재료, 약제 처방 문제로 인해 부담감을 호소하고 있다.
실제로 취재 결과, 병원 경영진과 소속 의사들의 입장 차이는 극명하게 드러났다.
더구나 시범사업 참여 병원 경영진들은 신포괄수가제를 경험해보니 현행 행위별수가제보다 오히려 장점이 많다고 입을 모은다.
시범사업 초기부터 참여한 한 대학병원 임원은 "현재의 신포괄수가제는 참여 병원의 특성을 인정해 주는 구조다. 진료비 총액을 가지고 2년 전과 비교해 신포괄수가제에서 적자가 나면 이를 보상해주는 형식"이라며 "심평원은 이를 보상하면서 원가자료를 바탕으로 진료비를 구축해 나가는 구조"라고 설명했다.
그는 "물론 검사가 많은 내분비내과, 화상 및 욕창 환자, 유전‧면역질환, 고가항암제를 쓰면 신포괄수가제에서는 병원의 손해"라며 "다만, 병원 전체적으로 보면 적정수준의 보상이 되는 구조다. 기본적으로 무조건 비용을 절감해 이익을 남기는 7개 질병군 포괄수가제와는 개념이 다른 것으로 개념적인 접근을 우선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유혹 요인 많지만…전형적인 횡포 정책"
하지만 신포괄수가제에 참여하는 소속 의사들의 생각은 경영진과 많이 다르다.
개별 사례별로 문제가 발생하고 있지만 병원 내 전문 과목 간의 협진 과정에서 부터 문제가 발생하고 있다는 것이 신포괄수가제를 경험한 의사들의 일관된 불만이다. 환자의 퇴원코드로 수가를 지급하는 형태이기 때문이다.
일례로 신포괄수가제 참여 병원을 방문한 위암 환자가 내과에서 CT와 내시경을 받은 후 외과적 수술이 필요하다고 판단, 외과로 전과시켜 수술을 받을 경우 이전에 내과에서 진단 받은 질병군 반영은 어려운 상황이다.
환자를 퇴원 시켰다가 외과로 다시 입원시켜야 하는 경우도 발생하고 있는 실정이다.
또한 신포괄수가제 하에서 '혈액관리료'는 비포괄 대상으로 분류된 반면, 혈액을 대체할 수 있는 고가의 철분제제는 포괄로 묶인 점도 문제점을 꼽고 있다.
병원 경영진 입장에서는 포괄로 묶인 철분제제를 쓸수록 손해이기 때문에 행위별수가로 보상받을 수 있는 수혈을 택할 수 밖에 없다는 것이다.
시범사업에 참여 중인 한 종합병원 의사는 "환자에게 결코 수혈이 좋은 것이 아니다. 선택의 여지가 없을 때 해야 하는 것"이라며 "왜 정부가 수혈 적정성평가를 하려고 했겠는가. 하지만 아이러니하게도 신포괄수가제에서는 철분제제 대신 수혈을 부추기는 꼴로 설계돼 있는데 심평원에 해당 문제에 대한 개선을 요구한 바 있다"고 꼬집었다.
또 다른 종합병원 외과 역시 "신포괄수가제는 의사들의 행위와 처방들을 평균화하고 평균화에 어긋나는 행위나 처방은 무시하는 정책"이라며 "전형적인 정책 횡포 아니겠는가. 의료비 절감을 위한 정책인 점을 이해하지만 충분한 의견 수렴 없이 강행되고 있는 점이 아쉽다"고 덧붙였다.
한편, 심평원 측은 먹는 철분제제 대신 수혈을 택하는 사례는 일부 의료기관의 일탈에 불과하다는 입장이다.
오히려 문제를 제기한 해당 의료기관이 의료왜곡을 불러일으키고 있다는 점을 꼬집었다.
심평원 포괄수가실 관계자는 "수혈은 환자상태에 따라 꼭 필요한 경우 응급으로 시행되는 조치이므로 전액 비포괄 대상으로 한다"며 "향후 의견수렴 통해 개선 필요성 여부를 판단해보겠지만 포괄로 전환할 계획은 전혀 없다"고 강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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