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칼럼에서 필자는 위해(risk)를 평가할 때 잠재적 위험의 경우 과대평가를 조심해야 함을 언급했다. 왜냐하면 잠재적 위험의 과대평가시 환자에게 미치는 유익은 없거나 매우 적으면서 관련 산업에 미치는 영향은 매우 지대할 수 있기 때문이다.
NDMA는 세계보건기구(WHO)가 잠재적 발암물질(2A: 동물에서는 발암성이 입증됐으나, 사람에서는 근거가 불충분함)로 규정한 물질로서 최근 원료의약품에서 발견돼 해당 약물들이 판매중지되는 사태가 있었다. 참고로 WHO의 1군 발암불질(사람에서도 발암성이 입증된 것)에는 담배, 술, 햇볕, 미세먼지, 가공육(햄, 베이컨) 등이 있음을 볼 때 인류는 발암물질에 대한 노출을 피할 수는 없어 보인다.
작년의 발사르탄 사태와 라니티딘 사태는 유사해 보이지는 다른 점이 몇가지 있다. 먼저 발사르탄 사태는 원인이 분명했다. 제네릭 의약품의 불순물 문제였기 때문에 문제를 해결하는 방법도 비교적 명료했다. 불순물이 적은 원료의약품으로 교체하거나 불순물이 발생하지 않도록 제조과정을 개선하면 됐기 때문이다.
그런데, 이번 라니티딘 사태는 그 문제가 단순하지 않다. 먼저 라니티딘 성분 자체가 체내에서 내인성 NDMA를 생성한다는 연구 결과들이 있어 왔다. 외인성 NDMA 노출보다 내인성 NDMA 가 더 위험하다는 연구결과도 있기 때문에 라니티딘의 경우 내인성 NDMA 를 생성하는 문제가 함께 고려돼야 했다.
그래서 미국의 FDA가 단순히 원료의약품 분석에 그치지 않고, 라니티딘이 사람의 위장, 소장 등에서 NDMA를 생성하는지에 대한 시뮬레이션 연구를 병행하고 있는 이유이다. 이와 같이 라니티딘의 위해성은 기존 연구들에 대한 해석, 시뮬레이션 연구의 최종 결과 등에 따라 바뀔 가능성이 있다.
발사르탄 사태와 또 다른 점은 분석법의 문제이다. NDMA를 분석하는 과정에서 온도를 높이는 과정이 있는데 발사르탄은 이 분석 과정에서 추가 NDMA가 발생하지 않았으나, 라니티딘은 이 과정에서 NDMA가 과량 발생했다. 따라서 발사르탄 사태시 사용했던 NDMA 분석법을 사용하는 경우 결과의 오차가 커질 수 밖에 없었다. 이에 따라 미국 FDA는 분석법을 3차례에 걸쳐 공개했으며, 제약회사 또한 다양한 분석법으로 분석하고, 결과를 비교 분석하는 방식을 취하고 있다. 즉, 분석법에 의한 오류의 소지가 매우 크기 때문에 신중하게 접근하고 있다.
식약처의 경우 처음 발표시에는 기준을 초과하지 않았다고 발표했다가 두번째 발표시에는 모든 원료의약품이 기준치를 초과했다고 발표했다. 이 때 분석법에 대한 언급은 없었으며 성분 자체의 불안정성 등에 대해서만 언급했다. 그런데 최근 언론 보도를 통해 식약처가 한 식용유 회사의 제품에서 벤조피렌이 기준을 초과해 검출돼 회수 명령을 내렸으나, 실제 재검사 결과 기준을 초과하지 않았다는 뉴스를 본 적이 있다.
진단검사의학과 전문의로서 말하자면, 검사에 있어서 이와 같은 일은 언제든지 일어날 수 있는 일이다. 그래서 매우 엄격한 정도관리를 해야 하며, 라니티딘의 NDMA와 같은 매뉴얼 검사의 경우 타 검사실과 검체를 교환해 비교 분석하는 것이 중요한 정도관리의 하나이다.
따라서 미국 FDA나 유럽의 EMA가 제약회사의 검사를 독려하고, 함께 그 결과를 비교분석하는 것은 매우 타당한 것이다. 검사 자체의 오류 가능성을 고려할 때 우리나라 식약처도 제3의 GLP 기관 또는 제약회사와 함께 검사를 시행해 결과를 비교분석하는 과정이 필요했다고 생각한다.
또 한가지 차이는 발사르탄과 라니티딘은 복용기간의 차이가 현저하다는 것이다. 식약처가 정한 NDMA 허용 기준은 ICH M7 에 근거해 날마다 70년을 노출됐을 때 10만명당 1명의 암 발생 위험을 일으키는 양이다. 미국의 FDA도 같은 기준을 설정했다(FDA가 항상 정답은 아니라고 생각한다). 이 기준에 따른 NDMA의 허용 기준은 0.96 ng/day 로서 한 대규모 연구에서(EPIC-EURGAST)에서 정상 성인이 날마다 가공육 등을 통해 노출되는 NDMA 양의 약 1/300로서 지나칠 정도로 보수적인 기준이다.
날마다 프랑크 소시지로 만든 핫도그를 70년 이상 먹으면 발암 위험이 높다고 할 때, 발사르탄은 평생 복용해야 하는 약이므로 그런 위험성을 그나마 추정할 수 있겠으나, 라니티딘은 그런 가능성이 매우 희박하다. 즉 1~2주 단기 복용하는 경우가 대부분이므로, 1~2주 날마다 소시지 한개씩 먹었다고 암이 발생한다는 추정은 우리가 상식적으로 판단할 때에도 지나친 것이다. 물론 드물게 라니티딘을 장기 복용하는 경우도 있으나, 이 위험에 대해서는 장기 처방에 대한 경고를 하면 되는 것이다.
앞으로도 의약품의 불순물 문제는 다양한 형태로 반복될 우려가 크다. 이와 같은 이슈를 어떻게 접근해야 할까? 잠재적 위험에 대해서 과대평가할 때 위의 핫도그 비유처럼 환자에게 미치는 유익은 거의 없으면서 관련 산업에 미치는 영향은 지대할 수 있다. 이 경우 관련 산업에서 이해할 만한 조치를 내리기 위해서는 엄격한 과학적 근거에 의한 잠재적 위험의 추정이 필요하고, 전 세계 규제기관과의 공동 대처가 매우 중요하다. 비록 잠재적 위험이지만 전 세계 규제기관이 판매 중지를 결정한다면 산업계에서도 합리적으로 받아들일 수가 있다.
우리나라 식약처는 평상시에는 미국 FDA의 조치를 뒤따라하면서 라니티딘 사태에 대해서는 왜 그렇게 서둘렀을까 참 안타까운 부분이다. 라니티딘 이슈가 처음 보도된 이후 대한의사협회와 대한약사회가 처방 자제를 권고하는 모습을 보면서 바람직한 현상이라고 보았다. 자연스럽게 처방 자제를 유도하는 가운데 좀 더 엄밀한 분석을 하면서 순차적으로 문제를 해결해 나가는 것이 좋겠다고 생각했다.
식약처 자체 분석 결과에만 의존하지 않고, 제3의 GLP 기관 또는 제약회사와의 협업을 통해 검사법 등에 따른 오류 여부를 분석하고, 라니티딘의 처방 패턴을 분석해 장기 처방이 어느 정도 되는지 파악하고, NDMA 허용 기준을 어느 정도로 정하는게 합리적인지 등에 대한 전문가 집단과의 논의를 통해 차근차근 문제를 접근하고, 해외 규제 기관이 어떻게 하고 있는지 발맞추어 나갔으면 좋았을 것이다. 어떨 때는 미국 FDA나 유럽 EMA 를 따라가는 것이 중간이라도 가는게 아닐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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