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방이전을 완료한 국민건강보험공단과 건강보험심사평가원 사이에서 서울본부 혹은 지사, 지원에서 근무하는 직원들은 소위 '선택받은 자'라고 불린다. 원주 혁신도시로 본부의 위치를 옮긴 탓에 직원들 중 소수만이 서울지역에 근무하는 자격이 주어지기 때문이다.
그야 말로 서울 지역 근무자들은 기관 내에서 선망에 대상이 됐다. 심지어 심평원에서는 '중병'이 걸려야지만 서울에서 근무할 수 있다는 말까지 나온다. 실제로 심평원 부서 이동 신청 1순위가 직원 본인이 '상급종합병원에서 중증 진단'을 받았을 경우이기도 하다.
이 가운데 건보공단 내에서는 지역본부와 지사에 더해 서울에 근무하는 부서가 추가로 하나 더 있다. 바로 문재인 케어로 불리는 정부의 보장성 강화 정책 수행을 위해 만들어진 '예비급여부'.
건보공단 예비급여부는 2017년 문재인 정부 출범 후 TF로 신설된 조직으로, 2018년 정규직제에 편성돼 급여보장실 산하로 현재까지 운영되고 있다.
이 과정에서 예비급여부는 제도를 함께 설계하는 보건복지부와 심평원과의 원활한 협의를 명분으로 내세워 서울 당산동 스마트워크센터에 사무실을 차렸다. 건보공단 본부의 편성된 부서 중 유일하게 서울에 위치한 부서가 된 것이다.
문제는 정부의 공공기관 지방이전 계획에도 역행한다는 것.
혹여나 정부와의 협의를 마친 사항이라고 한다 해도 형평성 차원에서 비난을 받을 수 있는 소지가 다분하다. 형제나 마찬가지인 심평원은 본원 직원 단 한 명도 서울에 남기면 안 된다는 국토부 지침에 회의 공간만 남겨둔 채 원주 이전을 지난 달 완료했기 때문이다.
더구나 복지부와 심평원과의 원활한 협의를 이유로 내세웠던 명분조차 이제는 설득력이 떨어진다. 지난해 12월 부서 이름까지 똑 같은 심평원 예비급여부 조차 원주 혁신도시로 이전을 완료했으니 말이다.
여기에 이상한 점이 또 있다.
서울에서 근무함에도 불구하고 건보공단 홈페이지 상 예비급여부의 민원 전화번호는 강원도의 지역번호인 '033'으로 시작한다는 것이다. 전화를 걸면 서울에서 당겨 받도록 했단 것인데, 서울근무가 당당하다면 이 역시 떳떳하게 '02'로 바꿔야 하지 않을까.
물론 부서 자체가 본부 소속인지라 전화번호를 일괄적으로 처리했던 이유도 존재할 것이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건보공단 내 직원들뿐 아니라 타 공공기관 직원들이 바라볼 때 인기부서든 비인기부서든 상관없이 상대적 박탈감을 느끼지 않을까.
앞으로 건보공단은 예비급여부가 서울에 있는 것이 더 나았다는 것을 스스로 증명해내야 할 것이다. '선택적' 지방이전이라는 '꼼수'로 세간에 회자되기 싫다면 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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