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고등법원, 처분 취소 주문한 1심 판결 그대로 인용 "소아 환자 특수성 인정…응급의료 거부로 볼 수 없다"
119 상황실에서 요청한 응급환자를 다른 병원으로 이송을 권유했다가 면허 정지 위기에 놓였던 의사가 1심에 이어 항소심에서도 구제받았다.
당시 환자가 영아였다는 점에서 더욱 전문적인 치료를 받을 수 있는 권역응급센터로 이송을 권유한 것은 응급의료 요청을 거부한 것으로 볼 수 없다는 것이 법원의 판단이다.
서울고등법원은 119의 응급의료 요청을 거부했다는 이유로 의사면허가 정지된 의사가 억울하다며 제기한 의사면허 자격 정지 처분 취소 소송 항소심에서 1심 판결을 인용해 의사의 손을 들어줬다.
21일 판결문에 따르면 이번 사건은 지난 2018년 1월 119 상황실에서 A대병원 응급실에 환자 진료를 요청하면서 시작됐다.
당시 이물질을 삼킨 영아가 심폐소생술을 실시하고 있는 가운데 병원 이송이 가능한지를 묻는 질문에 B의사는 다른 대학병원으로 이송을 권했고 그 병원으로 가던 중 영아는 결국 사망했다.
그러나 보건복지부는 B의사가 응급의료를 정당한 사유없이 기피했다는 이유로 응급의료에 관한 법률에 의거해 2개월의 의사면허 자격정지 처분을 내렸다.
그러자 B의사는 당시 더 전문적인 진료를 받아야 한다는 판단으로 이송을 권유한 것인데 이를 이유로 면허 정지 처분을 내린 것은 부당하다며 법원의 문을 두드린 것.
이에 대해 재판부는 B의사의 주장을 인정했다. 당시 상황을 볼때 의사가 이유없이 환자 수용을 거부했다고 보기 힘들다는 것이다.
재판부는 "사건 당일 현장 구급대원은 상황실에 기도 폐쇄 영아를 수용할 수 있는 응급의료기관을 확인해 달라고 요청했고 당시 상황실은 A대병원에 수용 가능 여부를 문의했다"며 "이 상황은 응급환자 수용을 요구했다기 보다는 문의 차원으로 보는 것이 타당하다"고 지적했다.
119 상황실에서 이뤄진 통화 내역상 '15개월 영아가 기도흡입으로 인해 심폐소생술을 하며 출발했는데 받을 수 있나요?'라는 문구는 이 환자를 수용해 응급처치를 할 수 있는지 물어보는 취지로 이해할만한 표현이라는 것이다.
재판부는 "이 통화 내용을 보면 당시 B의사가 응급의료에 대한 요청을 확정적으로 받았다고 보기 어렵다"며 "따라서 당시 의사가 영유아에 특화된 인력과 시설이 있는 권역응급의료센터로 이송하는 것이 좋겠다는 응대를 응급의료 요청 거부로 단정할 수 없다"고 강조했다.
이어 "당시 이 영아는 이미 의사에게 기도절제술 등 1차 응급처치를 받은 뒤 더 전문적 처치가 가능한 의료기관으로 이송되는 중이었고 그러한 의미에서 회생 가능성을 높이려는 목적으로 권역응급센터로 이송을 권한 것은 더 적절하다고 평가된다"며 "따라서 이에 대한 책임을 B의사에게 묻는 것은 과도하다"고 판시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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