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재갑 교수 "사명감 하나로 일했는데...돌아가겠다" 밝혀 파장 동기 포함 "용기 잃지 말라" 수백개 공유·댓글 이어져
열심히 일하고도 비선자문이라는 평가를 받은 한림의대 감염내과 이재갑 교수가 다시 제자리로 돌아가겠다는 의미심장한 말을 남기자 의료계가 술렁이고 있다. 당장 소식을 접한 동료들은 사회관계망서비스(SNS)를 중심으로 응원과 격려를 아끼지 않고 있다.
코로나19 신종 감염병 전문가로 매스컴에 연일 등장한 한림대 이재갑 교수(감염내과)는 지난 3일, 자신의 SNS를 통해 "이제 제자리로 돌아가야 할 것 같다"며 "전문가의 의견이 비선자문이라는 정치적 프레임으로 비하되다니… 비선자문은 이제 물러나겠다"고 글을 남겼다.
이런 배경에는 코로나19 확산을 막기 위한 방책으로 중국인 입국 허용 논란이 중심에 있다. 의료계는 줄곧 중국인 입국을 전면 금지해야 한다고 주장했고, 반면 정부는 그럴 수 없다는 입장을 고수해왔는데 여기에 이 교수가 정부쪽을 지지했다는 입장만으로 한 유력한 언론에서 비선자문이라는 평가를 내린 것이다.
여기에서 거치지 않고 이 언론은 이 교수를 건보공단 김용익 사단으로 지칭했고, 그런 영향을 받아 친정부 발언을 한 것이라고 자의적으로 해석했다. 이를 본 이재갑 교수는 허탈해하며 사태를 막으려고 열심히 한 댓가가 비선자문이란 평가라며 더 늦기전에 그만두겠다는 입장을 SNS에서 밝힌 것이다.
그러자 자신을 이재갑 교수의 의과대학 동기라고 밝힌 이모 전문의는 지난 5일, 자신의 SNS에 이재갑 교수를 둘러싼 '비선자문' 논란을 두고 장문의 글을 게재했다. 이 글은 10시간 만에 590여회 이상의 공유됐고 140여개의 댓글이 달리면서 회자되고 있다.
그는 아트 슈피겔만의 만화 '쥐' 내용을 인용하며 "고양이 독일인에게 유태인으로 내몰린 그가 쥐인지 돼지인지는 중요하지 않았을 것"이라며 "고양이에게 필요한 것은 '고양이의 적, 쥐' 집단이었을 뿐"이라고 꼬집었다. 이어 그는 "이재갑을 아는 사람이라면 그에게 붙인 '좌파'니 '사회주의자'니 하는 딱지가 얼마나 어처구니가 없는 일인지 잘 알 것"이라고 했다.
그가 알고 있는 이재갑 교수는 박근혜 대통령 시절의 메르스 때는 물론 이명박 대통령 시절의 신종플루 때에도 심지어 아프리카에서 터진 에볼라 때에도 정신없이 뛰어 다닌 인물. 그는 "그는 조용한 기독교인으로 성실한 학생으로 나처럼 온갖 세상일에 감놔라 배놔라 참견하던 오지랖장이가 아니었다"고 의대 동기인 이재갑 교수를 회상했다.
그는 이어 "졸업하고 감염내과 의사로 전염병 사태 때마다 동분서주하던 그의 모습을 보며 말만 많고 실행력 없던 나를 되돌아보고 반성하는 기회를 주던 참 좋은 친구이자 의사"라고 전했다. 또한 그는 "그들에겐 이재갑의 사상보다 그 딱지 자체가 중요했을 것"이라고 "돼지 얼굴을 지닌 폴란드인이나 쥐 얼굴을 가진 유태인처럼 너무도 뻔한 사실을 외면한 독일군 경비병과 같다"고 비유했다.
그는 "이번 일로 마음에 큰 상처를 받지 않았기를 기원하며 훌훌 털고 다시 일어나길 국민의 한 사람으로서 기원한다"며 "편향된 신문 기사로 쉽게 잃어버릴 정도로 소중하지 않은 '자원'이 아니기 때문"이라고 말하며 거듭 이 교수를 응원했다.
더불어 댓글에는 "상처받지 않았으면 좋겠다", "안타깝고 화도 난다", "힘을 내라", "신경쓰지 말아라"라며 응원이 이어졌다. 한 의사는 "의사의 대표집단 조차 전문가를 믿지 않는 이상한 사회"라고 비판하면서 "사태를 해결하려는 모습보다는 정치적인 행보와 발언만 존재한다"고 꼬집었다.
그러자 이 교수는 "힘이 난다. 감사하다"고 했고, "국민들이 고통받고 있는 만큼 다시 돌아와도 지원해야할 것은 계속 하고 있다"고 소식을 전했다.
한편, 이재갑 교수는 코로나 사태 초기 의사협회 비상대책본부 부본부장(감염분과위원장)으로 나서 전문가 의견을 제시했으며 이후로도 라디오, 방송 등 종횡무진하며 감염병 전문가로서 방향을 제시해온 바 있다. 하지만 모 일간지가 의협 최대집 회장의 발언을 근거로 현 정권과 코드가 맞는 '비선자문'이라고 규정한 시점에 이 교수는 돌연 대외활동 중단을 선언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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