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 세계를 집어삼킨 코로나19 바이러스로 인해 모든 분야에서 새로운 표준, 즉 뉴 노멀(new normal)이 화두가 되고 있다.
정치, 경제부터 세계화 흐름까지 불과 몇 달만에 송두리째 뒤바꾼 코로나의 위력으로 이제 뉴 노멀은 거부할 수 없는 자연스러운 흐름으로 자리잡는 모습이다.
코로나 이전의 상식과 표준은 이제 돌아올 수 없다는 의견은 이제 단순한 전망이 아닌 현실이 되고 있다. 코로나의 종식과는 무관하게 이제는 새로운 시대를 준비해야 한다는 의미다.
의료산업은 특히 그 변화의 소용돌이 속에서 가장 큰 변화를 맞이할 것으로 보인다. 신종플루와 사스, 메르스 등 수많은 전염병 사태를 겪었지만 이만큼 전 세계적으로 의료 시스템을 점검할 사건은 없었기 때문이다.
의료 선진국이라 믿었던 나라들도 코로나 팬데믹에 추풍낙엽으로 무너졌고 승승장구하던 제약산업도 코로나에 속수무책이다. 국가별로는 차이가 있겠지만 분명하게 최우선적으로 의료산업에 대한 뉴 노멀이 대두될 수 밖에 없는 이유다.
코로나를 성공적으로 막아냈다고 평가받는 우리나라 의료도 이러한 변화의 물결이 감지되고 있다. 우선 가장 먼저 새로운 뉴 노멀로 대두되고 있는 것은 이른바 비대면 의료서비스, 한마디로 원격의료다.
그동안 수차례 도입이 언급됐지만 의료계의 강력한 반대로 책상에 묻혀있던 원격의료는 코로나 팬데믹으로 이제 거부하기 힘든 흐름이 됐다.
특히 이번 총선에서 여당이 압도적 지지를 받은 상태에서 대통령이 직접 비대면 의료서비스 산업 육성을 천명했다는 점에서 의료계의 반대는 이제 허들이 되지 못할 가능성이 높다.
그렇다면 이제는 과연 그 준비가 되었는가를 판단하는 것이 급선무다. 의사와 환자를 단순히 온라인으로 연결시킨다고 해서 원격의료가 가능한 것은 아니기 때문이다.
진료라는 과정은 사실상 매우 복잡한 과정이다. 증상을 묻는 문진부터 체온, 혈압, 혈당 등 기기의 영역을 넘어 이를 종합적으로 판단하는 의사의 전문성까지 모든 것이 어우러져야 하는 종합 과학의 영역이 바로 의료다.
여기에 환자의 걸음걸이부터 혈색, 눈동자, 어투, 입냄새까지 의사가 환자를 앞에 두고 확인할 수 있는 모든 정보도 바로 의료의 영역이다. 필요할 경우 촉진 또한 마찬가지다.
원격이라는 도구는 편의성을 극대화하는 대신 이러한 정보의 상당수가 상실된다. 아무리 IT기술이 발달했다 해도 미묘한 혈색을 파악하거나 입냄새, 촉진 등은 불가능의 영역이다. 팔을 당겨보거나 청진을 하는 것도 불가능하다.
그렇기에 이러한 한계들은 첨단 기기들이 메워야 한다. 정확한 혈압과 혈당, 체온을 정확히 측정하고 AI 등을 통해 환자에게 보여지는 미세한 정보들을 빅데이터로 분석하는 것이 필수적인 요소다.
여기에 하나만 오차가 생겨도 원격의료는 돌아오지 못하는 화살이 된다. 원격의료의 시작이 의료계의 반대를 넘는 것이 아니라 이러한 준비에 있는 이유다.
혈압이 잘못 측정되면 환자는 필요한 용량을 넘어서는 고혈압 약을 먹어야 할 수 있다. 혈당 또한 마찬가지로 급격히 올라간 혈당을 잡아내지 못하면 그 환자는 생명이 위험할 수 있다.
흔히 의료산업이라 표현하지만 의료는 다른 사업과는 결을 달리한다. 모든 산업은 극도의 진보를 추구하지만 의료는 극도의 보수에 가치가 있다. 한단계 더 진보된 기술로 95명을 살린다 해도 5명이 죽을 가능성이 있다면 뒤돌아서 검증해야 하는 것이 의료다.
그것이 획기적인 신약도 천문학적인 돈을 들여 수년간 검증을 받는 이유고 신박한 치료법이 나와도 기존 치료법과 대조해가며 동료 의학자들에게 수차례 평가를 받는 이유다.
호주의 연구진이 세계에서 가장 큰 쇼핑 플랫폼인 아마존과 이베이에서 판매중인 혈압계를 전수조사한 결과 제대로 검증이 된 제품은 6%에 불과했다. 94%는 엉터리 혈압계라는 의미가 된다. 의료는 가속페달이 아닌 제동장치가 중요한 산업이다. 악셀을 밟기 전에 브레이크는 점검했는지 먼저 돌아봐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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