줄기세포치료제 허가의 실상은 이러하다.
정부는 첨단재생의료법으로 줄기세포 분야의 규제를 완화하고, 앞으로 10년간 제약,바이오,재생분야에 2조8천억을 투자하겠다고 발표했다. 올해 11월에는 구체적인 계획을 발표할 예정이다. 일본이 2014년 이후 갔던 길을 우리도 거의 그대로 가고 있다. 국무총리는 우리나라가 2011년 줄기세포치료제를 세계 최초로 개발하고 세계에서 가장 많은 4개의 줄기세포 치료제를 보유하고 있다고 자랑스럽게 말했다. 그래서 이번 칼럼에서는 국무총리가 자랑스럽게 언급한 우리나라 줄기세포치료제의 실상을 하나씩 살펴보고자 한다. 실상을 잘 알아야 올바른 계획이 나올 것이기 때문이다.
먼저 2011년 세계 최초로 허가된 하티셀그램-AMI는 급성심근경색환자군 40명과 대조군 40명 등80명의 단 6개월 추적 임상시험 데이터만으로 허가를 받았다. 안전성, 유효성 확보를 위해 시판 후 6년간 600례를 조사한다는 조건이 전제였으나, 6년이 지난 2017년에 회사는 1/10 수준인 60례로 줄여달라고 요청했다. 당시 중앙약사심의위원회는 안전성에 문제가 있을 수 있다는 이유로 회사의 요청을 반려했고, 의료계 전문가 시민단체인 건강사회를 위한 약사회와 건강세상네트워크도 안전성, 유효성 근거가 불충분하니 허가를 취소해야 한다고 요구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식약처는 증례수를 100례로 줄여주어 허가를 유지시켜 주었다. 그런데 이 치료제의 허가상 주의사항을 보면 최대 5년간 추적조사가 가능했던 환자 17명 중 2명에서 대장암이 보고됐고, 시판 후 조사결과에서는 약과의 인과관계를 배제할 수 없는 약물이상반응 또한 23.42% 에서 발생했다. 줄기세포치료제의 특성상 5년 이상의 장기 안전성 추적이 필수적임에도 불구하고, 이 치료제는 장기 안전성 평가를 수행하지 않았다. 이것이 세계 최초 줄기세포 치료제의 실상이다.
큐피스템은 2012년에 허가를 받았다. 대조군 없이, 재발 위험이 높은 크론성누공 환자 33명을 대상으로 시행한 임상 2상 데이터로 조건부 허가를 받았다. 그런데 조건부 허가 후 2년 동안은 생산조차 하지 않았다. 환자들에게 급하게 필요하다고 판단해서 조건부 허가를 내 준 것일텐데 이해되지 않는 현상이다. 또 이 치료제는 전세계 줄기세포 치료제 중 유일하게 건강보험 적용도 받았다. 그러나 최근까지 장기 안전성에 대한 자료 발표도 찾아볼 수 없고, 허가 후 8년이 지났음에도 조건부 허가의 조건인 임상 3상에 대한 소식도 찾아볼 수 없다.
카티스템은 2012년에 골관절염에 허가를 받았는데, 2005년부터 약 5년간 진행한 임상3상 데이터로 허가를 받았다. 조건부 허가가 아닌 정상적인 품목 허가를 받은 것이다. 또한 이 치료제는 줄기세포 치료제의 근본 목적인 연골 재생 효과를 입증했다. 이후 5년 장기 유효성 평가와 시판 후 안전성 조사를 완료했고, 7년 추적 결과를 저널에 발표해 장기안전성/유효성 가능성을 제시했다. 생산실적도 2017년부터는 100억대를 넘어섰고, 점점 증가하고 있다. 생산실적이 증가한다는 것은 의사의 처방이 늘어가고, 환자들에게도 좋은 평가를 받고 있다는 의미이다. 임상3상과 FDA 등 해외 허가까지는 험난해 보이지만, 그래도 가장 바람직한 줄기세포 치료제 허가 사례라고 판단된다.
뉴로나타-알은 2014년 36명의 루게릭 환자들을 대상으로 진행한 임상1,2상 데이터로 조건부 허가를 받았다. 허가 당시 보도에 따르면 신경세포 재생 효과는 없었으며, 리루졸 단독요법 대비 병의 진행을 좀 더 완화시킨다고 돼 있다. 관련 연구결과는 4년 뒤에 저널에 발표됐는데, 본 치료제의 임상 연구자들 또한 본 임상시험이 단지 6개월 후 치료 효과를 판단한 점 등 여러 한계가 있으므로, 유효성을 입증하기 위해서는 좀 더 장기간 추적하는 연구결과가 필요하다고 언급했다. 또한 이 치료제는 심평원의 급여 심사에서 비용효과성이 불분명하다는 평가로 급여 대상이 되지 못했는데, 당시 관련 전문가 학회는 이 치료제의 허가 데이터가 초기 데이타로서 큰 의미를 부여하기에는 미흡하고, 3상 연구 결과가 보고된 후 재검토하는 것이 바람직하다는 의견을 제시했다.
허가의 조건은 첫번째 허가 기준 향후 7년간 치료받은 모든 환자들의 안전성, 유효성 자료를 정기적으로 제출하는 것인데, 지금까지 치료받은 환자들을 추적해서 안전성과 유효성을 발표한 연구 결과는 없다. 식약처에는 제출했겠지만 필자의 식약처에서의 경험상 식약처는 자료만 받고 검토하지 않았을 것이 분명하다. 또 다른 조건은 2022년까지 임상3상 결과보고서를 제출하는 것인데, 해당 회사는 2020.7.24. 미국 FDA로부터 임상3상을 승인받았으며, 식약처 변경 승인은 아직 나지 않은 상태이다. 이런 상황이면 2022년까지 결과보고서를 제출하는 것은 매우 어렵다고 판단된다.
미국의 경우를 예로 들면, 한 미국의 한 줄기세포 연구 회사는 척수신경손상 환자를 대상으로 한 임상1상에서 22명 중 21명에서 움직임이 호전되고 1년 이상 유지되는 결과를 얻었고, 이 결과를 바탕으로 임상2상에 들어갔다. 임상2상도 몇 년 걸릴 것이고, 임상2상 결과에 따라 3상을 하고 치료 효과를 입증하기까지 멀고도 험난한 길을 가고 있다. 미국의 FDA는 줄기세포라고 해서 특별히 다른 심사 기준을 가지고 있지 않으며, 현재까지 상업적으로 허가한 줄기세포치료제는 0개이다. FDA는 환자들이 줄기세포치료제에 현혹되지 않도록 지속적으로 경고하고 있다.
2012년 Nature Medicine 은 한국의 줄기세포 치료제가 임상시험 과정과 결과 데이터를 저널의 peer-review에 공개하지 않은 상태에서 허가되고 있는 점에 우려를 표현한 바 있다. 또한 2019년 Nature 는 두 번에 걸쳐 일본이 줄기세포 치료제에 대한 야망으로 조건부 허가를 하는 점에 대해 심각한 우려를 표현했는데, 그 핵심은 안전성과 유효성이 입증되지 않은 치료제에 환자가 고가의 치료비를 지불하게 된다는 점이었다. 예를 들어 뉴로나타알주의 시술 비용은 6천만원에 이른다. 아마 우리나라도 곧 Nature 의 우려의 대상이 될 것 같다.
첨단재생의료법 통과 이후 많은 회사들이 조건부 허가에 눈독을 들이고 있다. 아마도 그런 회사들 중에는 임상1상, 2상을 하면서 주가를 올리고, 조건부 허가를 받으면서 대박을 터트리고, 그 뒤로는 생산실적은 지지부진한채 주식으로 회사를 연명하는 비양심적인 회사들도 있을 것이다. 그리고 조건부 이행 모니터링 따위에는 관심도 없는 식약처의 직무유기도 여기에 기여하게 될 것이다(필자는 조건부허가 의약품의 조건 이행 자료를 식약처에서 검토하지 않는 것을 확인하고, 식약처를 직무유기로 검찰에 고발했으나, 혐의 없음으로 종결돼 이유서를 요청한 상태이며, 항고할 계획이다). 과연 누구를 위한 신속한 조건부허가인가? 정부와 식약처가 환자의 안전은 무시한채, 제약산업을 위해 돌진하는 상황이 참으로 통탄스럽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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