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법원 엇갈린 판결…의료법 17조는 확장 해석, 33조는 위반 "부적정 의료행위 가능성 높아…의료기관 안에서 환자 봐야"
정부는 코로나19 사태에서 한시적으로 '전화진료'를 허용하고 있지만 대법원이 전화진료는 위법이라고 다시 한번 못을 박았다.
의료인은 의료기관 안에서 의료업을 해야 하는데, 전화진료는 의사와 환자가 같은 공간에 있지 않다는 이유에서다.
대법원 제1부는 최근 의료법 위반으로 벌금 30만원 판결을 받은 게 부당하다며 상고한 한의사 P원장에 대해 상고기각 판결을 내렸다.
P원장은 환자와 전화로 진찰한 후 한약을 처방, 제조했다가 의료법 위반 혐의로 기소됐다. P원장은 1심과 2심에서 모두 유죄 판결을 받았지만 대법원 마저 P원장이 의료법을 위반했다고 본 것이다. 2014년부터 진행된 지루한 법정 싸움은 6년여 만에 끝났다.
대법원은 의료인이 전화진료를 하는 것은 의료법 33조 1항에 근거해 위법하다는 점을 분명히 했다.
의료법 33조 1항은 의료기관 개설 관련 조항으로 의료인은 의료기관을 개설하지 않고는 의료업을 할 수 없으며, 의료기관 안에서 의료업을 해야 한다는 내용이다.
대법원은 "현재 의료기술 수준 등을 고려할 때 의료인이 전화 등으로 원격지에 있는 환자에게 의료 행위를 할 경우 환자에 근접해 환자 상태를 관찰해가며 행하는 일반적 의료 행위와 같은 수준의 의료서비스를 기대하기 어렵다"라고 선을 그었다.
그러면서 "환자에 대한 정보 부족 및 의료기관에 설치된 시설 내지 장비 활용 제약 등으로 말미암아 부적정한 의료 행위가 이뤄질 가능성이 높다"라며 "그 결과 국민 보건위생에 심각한 위험을 초래할 수 있다"고 밝혔다.
즉, 환자의 요청이 있더라도 전화로 환자를 진료하는 것은 의료법 33조 1항에 위반되는 행위라는 것이다.
전화진료에 얽혀있는 의료법 17조와 33조
이번 대법원 판단은 전화진료의 가능성을 열어두고 그 허용 기준을 보다 구체적으로 제시하고 있는 대법원 판단고 배치된다.
대법원은 이미 2013년 의료법 17조 1항에 있는 '직접적' 진찰의 의미를 넓게 해석해 전화진료 가능성을 열어뒀다. "직접이란 스스로를 의미하기 때문에 전화 등으로 비대면 진료가 이뤄졌을 때도 의사가 스스로 진찰을 했다면 직접 진찰한 것으로 볼 수 있다"는 게 당시 대법원의 판단이었다.
지난 5월에는 전화진료에 대한 보다 구체적인 범위를 제시했다. "전화 통화만으로 진찰이 이뤄지는 경우에는 최소한 그 이전에 의사가 환자를 대면하고 진찰해 환자 특성이나 상태 등에 대해 이미 알고 있다는 사정 등이 전제돼야 한다"고 대법원은 밝혔다.
직접 진찰이 원칙이지만 일정한 조건 하에 '최소한의' 대면진료가 가능하다며 구체적인 기준을 제시한 것이다.
불과 반년 만에 대법원 판단에 차이가 나는 이유는 위법성을 다투는 법 조항이 다르기 때문이다. 그동안 전화진료의 위법성은 의료법 '17조' 위반이라는 점에서 다툼이 이뤄졌다. 17조는 진단서 발급 등에 대한 조항으로 의료인이 '직접' 진찰하거나 검안해야 한다는 내용을 담고 있다.
대법원은 의료법 17조에서 '직접'의 개념을 보다 넓게 해석하며 전향적인 판결을 내렸다. 이에 검찰은 전화진료를 의료법 33조 위반이라고 보고 기소했고 대법원은 전화진료가 의료법 33조를 위반한 것이라고 판단했다.
법조계에 따르면 아직 대법원 판단을 기다리고 있는 비슷한 사건이 남아 있는 상황. 가깝게는 아들이 아버지를 대신해 전화 처방을 받은 사건으로 이달 중 선고가 예고돼 있다.
정혜승 변호사(법무법인 반우)는 "대법원은 원격진료를 하라, 말라는 정책적 판단을 내리는 곳이 아니다"라며 "대법원은 의료법 17조에 있는 직접이라는 단어가 꼭 얼굴을 맞대는 '대면'이 아니라는 판단을 내렸을 뿐 이번 판단이 앞선 논리를 뒤엎은 것이라고 볼 수는 없다"고 설명했다.
그러면서도 "대법원은 의료인이 전화상으로 진찰할 수 없다는 것을 다시 확인해 준 것"이라며 "정부가 추진하고 있는 전화진료를 합법적으로 하려면 의료법 개정이 불가피해 보인다. 시대에 맞게 보다 명확하게 의료법 조항을 재정비할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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